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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감염은 아직 대부분 잠복기, 광화문 집회 탓 말라"

원우식 기자 입력 2020. 08. 19. 16:45 수정 2020. 08.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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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8월 14일부터 증가 시작"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규탄하는 시민 수만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최근 수도권 코로나 확산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연일 ‘집회·교회 책임론’을 펴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정부가 ‘책임 회피를 위한 희생양 만들기’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최근 코로나 확산세 ‘광화문 집회 탓’ 아니다”

고려대 의대 엄창섭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복기를 고려하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주범은 15일 집회가 아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엄 교수는 이 글에서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코로나19의 잠복기는 평균 5.2일”이라며 “확진자가 8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였으니 이번 증가의 원인이 된 일들은 8월 14일부터 적어도 5일 이전인 8월 9일로부터 2주전인 7월 31일 사이에 있어야 설명이 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교회에서 집단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1~12일. 당초 30명(9일), 17명(10일), 23명(11일), 35명(12일), 47명(13일), 85명(14일) 수준이던 신규 확진자는 공교롭게도 15일부터 155명(15일), 267명(16일)으로 폭증했다.

엄창섭 고려대 의대 교수가 지난 18일 쓴 페이스북 글/페이스북 캡처

엄 교수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확진자에 대한 책임이 8월 15일 집회 때문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15일에 감염이 된 사람들은 빠르면 8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사이에 증상을 나타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들의 방역 실패의 원인을 특정 집단과 집회에 돌리는 것은 당장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정말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도 17일 페이스북에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무엇이 방역에 부족한 부분이었는지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교정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15집회보다 일찍 느슨해진 방역이 문제였다” 지적도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8.15 집회보다 정부가 너무 이르게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는 등 느슨한 방역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17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박 장관은 “소모임을 금지를 해제한 것이 대략 한 3주 정도 된다. 소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난 2주 지나서부터 좀 교회발 집단 감염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금 더 그것(소모임 금지)을 강화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은 지금 그렇게 판단이 된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열성 지지자나 대통령 포함 정치인이 열심히 ‘전광훈’ 욕을 하고 있을 때, 방역 당국 책임자가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는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연합뉴스

◇“실외에다, 습도 높았던 15일 집회…바이러스 확산 고위험군은 아냐”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가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실외의 경우 실내보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면서 “15일 집회에는 비까지 왔기 때문에 습도가 높아 바이러스 전염률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여당이 최근 집회 참가자를 겨냥해 ‘전원 자진 검사 받으라’고 압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쳐있는 의료진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지를 정복하라’며 병사를 운용하듯이 의사들을 운용한다”면서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전원 검사하는 것이 정말 가치있는 목표인지 의문이 든다. 실제 확진자, 밀접 접촉자와 일반 집회 참가자는 구분해 방역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15일 집회 참석자에 엄중 책임 물 것”

정부·여당은 19일에도 반(反)정부 집회 주최측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연휴 첫날, 광화문에서는 불법 폭력시위가 벌어졌다”며 “방역수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집단 감염이 시작됐다”고 적었다. 최근 집단 감염의 원인을 15일 집회에서 찾은 것이다.

고 의원은 이어 “국가 방역체계를 뿌리째 뒤흔든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청와대와 지자체 역시 15일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엄중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분들은 전원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실증했다고 본다"며 “방역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국민 안전 보호와 법치 확립을 위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충북도 등 일부 지자체는 18일 수도권 교회 예배 및 집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의무화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행정명령 위반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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