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면받는 국산헬기..KAI, 소방청 입찰 포기

송광섭 2020. 8. 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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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 헬기 2대 구매 입찰
伊업체만 응찰로 내달 재입찰
"입찰조건 외국산헬기에 유리"
소방·산림청 국산은 1대뿐
업계 "유지비까지 감안해야"
세금 1조3000억원을 들여 민관 합작으로 개발한 국산 헬기가 정작 정부기관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소방청과 산림청이 국산 헬기를 1대씩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은 "예산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방산 업계는 "구매 후 유지보수비까지 고려하면 국산이 유리하다"며 입찰 방식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19일 소방청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중앙119구조본부가 이날 마감한 헬기 2대 구매 입찰에 중형 헬기 'AW139' 제조사인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1곳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로 꼽혀 온 '수리온' 개발사 한국항공우주(KAI)는 입찰을 포기했다. 응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하면 재입찰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중앙119구조본부는 다음달 1일까지 2차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산 업계는 KAI가 불참을 결정한 이유로 불합리한 입찰 방식을 꼽고 있다. 성능이나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기체 도입 비용만 고려해 최저가 입찰제를 실시하다 보니 국산 헬기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119구조본부는 이번 입찰에서 최대 이륙 중량을 '6400㎏ 이상'으로 정했는데, 이는 AW139 최대 이륙 중량과 동일하다. 반면 중대형 헬기인 수리온은 최대 이륙 중량이 8700㎏으로 AW139보다 체급이 크다. 체급이 큰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인원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애초에 외산 헬기와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불합리한 입찰 방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내에 예정된 전북소방 입찰에선 최대 항속거리를 '700㎞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최대 항속거리가 680㎞인 수리온은 국내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음에도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방청은 현재 헬기 31대를 보유 중인데 이 중 30대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했다. 산림청은 옛 소련에 준 차관을 헬기로 상환받은 탓에 48대 중 1대만 국산이다.

소방청은 "용도와 예산 등을 고려해 결정했을 뿐이며 국산을 배제하려 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입찰 조건도 중형 헬기가 필요하다는 사용처 의견을 받아들여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산 업계는 "헬기는 한 번 사면 30년씩 사용하기 때문에 첫 구매 비용 외에 장기간 수리·정비 비용까지 감안해 구입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외국산 헬기는 국내에서 수리나 정비를 받기 어렵다 보니 외국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받거나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관용헬기 운용 유지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소방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0억2000만원에 달했다. 반면 국산 헬기 비중이 높은 경찰청은 운용 유지비가 5억8000만원에 그쳤다. 경찰청은 보유 헬기 21대 중 8대가 국산이다. 외국산 헬기 수리·정비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대규모 수해 상황에서 두드러졌다. 현재 중앙119구조본부가 보유한 헬기 5대(대형 3대·중형 2대) 중 2대(대형 1대·중형 1대)가 결함을 이유로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대형 헬기 2대도 한동안 결함으로 멈춰 있다가 지난주 점검을 마치고 운항을 재개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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