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집회는 허용, 해고자 집회는 불허' 어느 재판부의 이중잣대

장예지 입력 2020. 8. 20. 05:06 수정 2020. 8.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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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보수단체들의 서울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앞서 대기업 하청업체 해고자들이 지난 5월에 신청한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을 이유로 비슷한 규모의 노동자 주최 집회를 불허했던 재판부가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 보수단체 집회는 허가한 셈이어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종로구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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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하청 해고자들에겐
5월 감염 진정세 때 불허해놓고
최근 대유행 우려속 집회는 허용
"집회 성향 따라 차별하나" 지적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보수단체들의 서울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앞서 대기업 하청업체 해고자들이 지난 5월에 신청한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을 이유로 비슷한 규모의 노동자 주최 집회를 불허했던 재판부가 대유행이 우려되는 시점에 보수단체 집회는 허가한 셈이어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무급휴직과 해고는 부당하다’며 지난 5월12일 종로경찰서에 5월14일부터 6월12일까지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대로 등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옥외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참가 예정 인원은 100명이었다.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8월15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며 신고한 인원수와 똑같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종로구청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하자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김송·이디모데)는 지난 6월1일 “중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국민 생명권 보호가 절실하고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력 소모가 극심해 행정소요를 감소시켜야 한다”며 구청 쪽의 손을 들어줬다. 또 “국민의 생명권과 신체안전 확보를 위해 집회의 자유도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재판부는 지난 15일 집회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집회금지 명령이 감염병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집회금지 효력을 정지했다. 또 “(8·15 집회로) 소요되는 행정력이 피신청인(서울시)이 감당할 수 없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거나 의료역량 또한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어서서 소모된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그런 이유만으로 집회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인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재확산 위기 상황에서 집회의 자유 허용 잣대가 두달 만에 달라진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케이오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한 시점은 앞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신규 확진자 수가 79명(5월28일)까지 늘었다가 58→39→27명(5월29~31일)으로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때였다. 반면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때는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돌파했고 계속 증가 추세에 있었다. 재판부의 판단이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준도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변호사는 “8·15 집회를 허용한 법원 판단은 집회의 자유 실현에 부합한다”면서도 “그러나 노동자 집회와 광복절 집회의 본질적 차이가 없는데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집회 성향에 따라 법원이 차별적인 판단을 보인 것이라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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