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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K방역 자만 역풍.. 교회 방역 실패.. 한발 늦은 대처 ['팬데믹 원점 회귀' 전문가 진단]

이진경 입력 2020. 08. 20. 06:03 수정 2020. 08. 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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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눈치보다.. 집단감염 진원지로
감염자 폭증하는데 지나친 신중 모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2∼3월 대유행을 견뎌내고, 5∼6월 소규모 유행을 이겨낸 뒤 다시 2월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전개 양상은 과거보다 더 나쁘다. 수도권에서 여러 집단감염이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어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297명이다. 지난 3월8일 367명 이후 가장 많다. 코로나19 신규환자는 지난 14일(103명) 100명을 넘은 뒤 15일 166명, 16일 279명, 17일 197명, 18일 246명으로 엿새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엿새간 발생한 환자 수는 1288명에 이른다. 하루평균 214명씩 발생했다. 직전 일주일(8월 8∼13일) 신규발생 251명, 일일 환자발생 41.8명과 비교하면 순식간에 5배 불어난 것이다. 원인을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다.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원인을 짚어봤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이 부채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연합뉴스
① K방역 자만 역풍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지난달 말부터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메시지들이 잇따라 나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방역당국은 주의하고,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지역 집단감염도 끊임없이 있었다. 카페, 직장, 방문판매업체발 집단감염이 이어졌다.

5월 초 이태원클럽발 집단감염이 있었지만 다시 안정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생활도 익숙해졌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지역발생이 10명 이내로 줄어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안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해외 다른 나라는 다시 코로나19가 심각해진 반면 국내는 진정세를 보여 K방역의 성과로 자부해왔다. 여름휴가철이 다가오고, 7개월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피로감이 쌓인 상태에서 낮아진 수치는 방심을 낳았다.
수도권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1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남동구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방호복을 입고 주민들의 검체 검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폭염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표된다. 연합뉴스
정부, 유통업계 등에서는 외식 할인 이벤트, 숙박 할인쿠폰 배포, 국내 호텔 결제 시 할인 등을 진행하며 소비를 장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은 지난달 26일 관중석 10%로 허용한 데 이어 8월11일부터 30%로 확대했다. 17일 임시공휴일 지정도 결과적으론 악수가 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 번도 코로나19가 끊긴 적이 없었는데도 정부는 내수 살리겠다고 외식, 숙박, 공연, 전시 등 행사를 진행했다”며 “수도권을 더욱더 엄격하게 방역지침을 내리고 관리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방심한 게 아닌가 싶다”며 “마스크를 벗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체 행동들이 최근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② 교회 방역 실패

최근 집단감염은 교회 관련이 가장 많다. 신천지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이날 낮 12시 현재 확진자가 623명에 이른다. 경기 용인시 우리제일교회는 154명이며, 경기도 고양시 반석교회 관련은 37명, 고양 기쁨153교회 26명, 김포 주님의샘교회 17명 등이다. 최근 발생한 사례만 이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시작하면 교회발 확진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19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출입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 모습. 뉴스1
교회 집단감염의 특징은 한번 발생하면 규모도 크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 상당 시간 모여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전파가 쉬운 환경이다. 또 교인이 각 직장, 각 지역 등으로 흩어지기에 지역사회로 n차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

방역 당국은 교회 집단감염 사례를 보면 교인들이 예배뿐 아니라 함께 식사하거나, 성가대 활동을 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밀접하게 대화를 하고, 식사하면서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졌다. 증상이 있었는데도 예배에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교회 집단감염이 늘어나자 지난달 10일 교회에 대해 기도회나 성경 공부 모임, 성가대 연습 등 소모임을 금지했다. 종교계 반발이 작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모임과 행사 금지를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며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채우기도 했다. 이후 14일 만인 지난달 24일 조치를 해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방역강화 조치가 해제되자마자 수도권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다시 시작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방역 당국이 교회에 소모임을 자제해달라고 매일 메시지를 냈으나 규제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규예배는 허용됐다. 그 사이 정규예배 중 찬송을 통해 확진자가 여럿 발생했다. 성가대 간 전파도 있었다. 13일 사랑제일교회와 우리제일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재유행 초기에 진입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진 뒤에야 이날부터 비대면 예배를 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종교계를 의식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지난달 말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한다는 것은 2∼3주 뒤 대규모 발생을 방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K방역도 국민이 호응하고, 참여했을 때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 한발 늦은 대처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조치를 취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는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조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조치는 ‘권고’ 사항으로 뒀다. 지역도 서울과 경기 2곳으로 한정했다. 헌팅포차와 감성주점, 노래방, 방문판매업체, 대형학원, 뷔페식당 등 12종의 고위험시설은 영업을 그대로 하게 뒀다. 방역수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었다. 정부는 2단계 격상을 급박하게 결정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는 더 치솟았고, 정부는 부랴부랴 2단계 조치 권고 시행 이틀 만에 다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치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인천도 2단계 지역으로 포함시켰다.
19일 종로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냉방기기에 얼굴을 갖다대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올려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1∼2주가 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에 강한 메시지를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일 생활권인 만큼 전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해야 한다거나 수도권에 대해서는 3단계까지 고려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전국적으로 (감염이)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수도권만 거리두기를 격상해서는 부족하다”며 “수도권은 (거리두기) 3단계, 나머지는 2단계 정도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관련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방역 당국으로서는 가장 쉬운 조치일 수 있지만, 최대한 방역 조치를 달성하면서도 일상을 어느 만큼 적정선에서 보장할 것인가 균형이 필요하다”며 “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진경·남정훈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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