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시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패소 확정.."신의칙 적용 엄격해야"(종합)

옥성구 입력 2020. 08. 20. 11:4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기아차 근로자,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
'신의 성실의 원칙' 적용여부 주된 쟁점
1·2심은 "신의칙위반 아냐" 엄격히 판단
대법, 원고 일부승..소송 9년 만에 확정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 승소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0.08.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1조원대 규모의 소송에 대해 대법원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지 9년 만에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대법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오전 근로자 고모씨 외 3531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2011년 10월 고씨 등은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 제기 당시 원고 인원수는 약 2만7000여명이고, 1심 소가는 6588억원이었다. 이에 지연이자를 더하면 소가는 1조원대를 넘어섰다.

1심에서 원고 90명의 청구가 기각됐으며,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일부 인용됐다. 1심은 기아차가 약 4223억원(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쌍방이 항소했고, 2심 소가는 약 3126억원이었다. 2심은 기아차 항소만 일부 받아들였고, 나머지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2심은 일부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1억원이 줄어든 약 4222억원을 기아차가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후 원고 1명과 기아차만 상고했고, 상고심 소가는 약 569억원이었다. 지난해 3월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상고심 중 약 2만4170명 소를 취하했고, 상고한 원고 1명도 상고를 취하했다.

이 사건 주된 쟁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칙을 인정할지 여부였다. 신의칙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근로자들이 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낸 이 소송에서는 이들의 청구가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인지 여부가 핵심이 됐다.

근로자 측은 "못 받은 돈을 달라는 것"이라며 정당한 권리이므로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기아차 측은 소송에서 패할 경우 회사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경영에 무리가 온다고 맞섰다.

1·2심은 모두 근로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2심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의칙 적용을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1심은 '상여금과 중식대'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어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가족수당'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으며,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은 휴일근로수당과 구별되는 별도의 약정수당이기 때문에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기아차 상여금이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 일정한 지급주기에 따라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된 이상 상여금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 고정적 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준을 충족한다고 봤다.

하지만 1심과 달리 '중식대'는 소정근로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월급제 근로자의 통상수당 중 '가족수당'도 중식대와 마찬가지로 일률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휴일특근 개선지원금'은 실질적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휴일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이미 지급된 휴일근로수당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또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생산직 근로자의 정규근무시간과 연장근로시간 중 10~15분씩 부여되는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토요일 근무 역시 휴일 근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또 원고들이 소송 절차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에 관한 주장을 변경 또는 추가해 청구금액을 확장했더라도 소 제기 당시 청구한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관해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발생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함을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