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나갔을 수도 있잖아요"..'노인 포비아'가 퍼진다

손의연 2020. 8. 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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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집회에 나간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노인들이 교회에 다니는 경우가 많고 보수 성향을 가져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정모(28)씨도 "전철에서 노인들이 있으면 일부러 거리를 좀 띄우게 된다"며 "어제 오늘 광복절 집회 간 사람 중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중대본 문자를 받았는데 내가 마주친 노인이 혹시 집회에 나간 사람일 수도 있지 않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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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거나 집회 나갔을 수도 있다"
젊은층, 일상생활에서 노인 피하는 경향
"정부 믿지 않고 자기들끼리 가짜뉴스 퍼뜨려 훼방"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광복절 집회에 나간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최근 사랑제일교회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교회 신도들이 참석한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노인 기피’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2동 교회 인근 도로에서 합동 방역 활동을 준비하던 장위동 상인, 주민, 공무원 등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일 취약한 사람들인데 왜 코로나에 뛰어들죠?”젊은층, 노인 기피

지난 15일 광화문 대규모 집회 이후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심각해졌다. 20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630명에 달하고 아직 700명에게 연락이 닿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던 이들 중에서도 코로나 19에 걸린 확진자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층이 노인들을 피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노인들이 교회에 다니는 경우가 많고 보수 성향을 가져 광복절 집회에 참석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정모(28)씨도 “전철에서 노인들이 있으면 일부러 거리를 좀 띄우게 된다”며 “어제 오늘 광복절 집회 간 사람 중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중대본 문자를 받았는데 내가 마주친 노인이 혹시 집회에 나간 사람일 수도 있지 않냐”고 우려했다. 그는 “어제도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걸 봤는데 이 지경인 상황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평소에 노인들이 사람이 많은 데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밑으로 내리고 있는 걸 봤는데 최소한 마스크 같은 기본 수칙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6호선 안암역 인근에 사는 30대 여성 이모씨는 “평소에도 반말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어르신들이 불편하긴 했는데 이번 사태에서 노인들에 대한 불쾌감이 컸다”라며 “집회자들이나 신도들이 정부가 코로나를 퍼뜨렸다느니 보건소 양성 결과가 가짜라느니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데 사실 말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씨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 최소한의 상식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라며 “가까이 가면 코로나19 문제도 있고 불안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의식 지키지 않은 노인에 대한 정당한 비판”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50대 이상 확진자는 전체의 42.39%이고 이들이 전체 사망자 수의 98%를 넘게 차지한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가운데 감염병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은 40% 정도다.

젊은층은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들이 감염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 예배에 계속 참석하거나 거리 집회에 나가는 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노인층이 보건당국이 내놓는 정보와 지침을 믿지 않고 자신들끼리 가짜뉴스를 돌려 보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집회에 관광버스를 동원해 참가한 사실이 밝혀지고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신도인 60대 여성이 탈주하는 등 사례가 잇따르자 온라인에서도 노인층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아이 엄마라 밝힌 여성이 “한 가정에서 보면 자식 새끼 걱정하는 부모, 조부모인 사람들일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집회에 버스까지 대절해서 참석했을까”라며 “손주들은 1년 동안 학교도 못가고 놀이터도 못가고 생활에 위협받고 있는데 속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이런 경향에 대해 노인층이 시민의식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회구성원인 젊은층이 시민으로서 비판을 가하는 것이라고 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감염병이 퍼지는 데 기여하고 ‘정부탓’이라면서 책임을 전가하니 젊은층에 더 밉보이는 것”이라며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특정 행동에 대한 비판으로, 직접 이 사태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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