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무기한 파업 첫날.."코로나 터졌는데 길어지면 어쩌죠"

한유주 기자,이밝음 기자 2020. 8. 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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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만 참여..큰혼란 없지만 환자들 불안
코로나 상황서 장기화 우려.."일정변동, 의료질하락 걱정"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환자와 방문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이밝음 기자 = "지난주에 파업 때문인지 입원도 늦게 했는데, 수술까지 미뤄지진 않겠죠?"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 2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A씨(43)는 다음주로 예정된 어머니의 수술계획이 지연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A씨는 이날 병동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침 지난주 파업일로 예정돼 있던 검사 일정이 1주일 연기됐던 터라, 수술 일정까지 미뤄질까봐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날은 전공의 중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만 파업에 참여한 탓인지,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주요 대형병원의 외래와 병동 진료는 큰 차질 없이 돌아갔다.

그러나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전공의와 전임의, 개원의가 순차적으로 파업에 동참해 26일부터는 전원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건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외래접수 창구는 대기인원이 10명 내외로, 크게 붐비지 않았다. 환자들은 대부분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앉아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경우, 상황판에 교수별로 예약이 10~15분씩 지연되고 있다고 안내돼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평소에도 이 정도는 기다린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만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CT를 찍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는 이모씨(50대)는 다리를 다쳐 깁스 중인 손주 걱정부터 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불안해서 깁스를 좀 더 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병원에서 전공의 파업도 있고 다음주에 푸는 게 낫다더라"고 했다. 파업이 길어져 병원 일손이 부족해지면, 아무래도 의료진들이 환자 한명 한명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아내의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변모씨(60)도 "파업이 길어질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씩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있다는 그는 "그래도 꼭 먹어야 하는 약 같은 건 처방을 해주진 않겠냐"며 "의사의 도리가 있으니 대책을 마련해 뒀겠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과대학 학생이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전공의 파업을 주도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시민들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소통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상 파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022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4000명을 늘리면서, 그중 3000명을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지방의사로 선발하기로 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의료인력 증원이 의료비 증가와 의료질의 저하를 초래하며, 특정 의료분야와 지역 근무를 강요하는 정책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대전협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병원 내 1인 릴레이 시위와 온라인 단체행동으로 이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날 인스타그램에는 #2020젊은의사단체행동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파업 동참 의사와 소감을 밝힌 전공의들의 게시물이 속속 올라왔다.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전공의는 "병원을 지키는 것도, 병원을 나서는 것도 어느하나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럽다"며 "정말 정부가 국민과 환자의 편이라면 코로나 치료에 집중하자는 의사들의 제안 정도는 받아들여 줄 수 있지는 않을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의료 공백을 대신할 교수들에게 환자들의 처방과 치료 계획을 인수인계하고 왔다면서도, 밀려드는 환자들을 교수들만으로 대응할 수 없어 예정돼 있던 수술 여럿이 취소됐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1인 릴레이시위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따르면 이날 건국대병원에서는 파업에 참가하는 전공의 199명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된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공공의료 의사증원? 중요한 건 여건이다'라는 피켓(손팻말)을 들고 병원 인근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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