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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TALK] 터빈 없이 정전기로 풍력발전하는 '마찰전기 소자' 韓도 도전

김윤수 기자 입력 2020.08.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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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전자기기·드론 전원 활용 기대
생산효율 제고 위한 국내 연구 활발

미래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에도 풍력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체가 마찰할 때 생기는 정전기를 에너지화하는 ‘마찰전기 나노발전기(triboelectric nanogenerator·TENG)’ 또는 ‘마찰전기 소자’를 개발·상용화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TENG는 기존의 풍력 발전 시스템과 다른 방식과 장점을 갖는다. 바람개비처럼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기존 풍력 발전은 일반적으로 50톤의 무게와 지름 50미터 이상의 터빈, 넓고 외진 입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풍력발전기 설치 비용은 1대당 50만 달러(약 6억원)가 든다."(2018년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한 논문)

지난 18일 나노과학 전문매체 ‘나노월크(nanowerk)’에 따르면 터빈 방식은 메가와트(MW)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 초속 3미터의 풍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 생활환경에서 부는 많은 바람은 이 속도에 미치지 못해 터빈을 돌릴 수 없다. 이같이 버려지는 작은 풍력을 에너지화하는 장치가 TENG다.

나노월크는 지난 11일 중국 연구진이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에 발표한 최근 연구성과를 인용했다. 연구진은 초속 0.7미터의 낮은 풍속에서도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는 TENG를 개발했다. 나노월크는 "이것은 노트북의 쿨링팬이 내는 바람, 책 페이지를 넘길 정도의 바람과 같은 세기"라고 설명했다.

이 TENG는 둥근 아치 모양의 두 전극판 사이에 얇은 유전체 필름이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구조를 가진다. 유전체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과 접촉하면 정전기를 일으킨다. 유전체 내부의 전자가 외부 물질로부터 전기적인 영향을 받아 유전체 내 한쪽으로 몰린다. 그 결과 유전체는 스스로 양(+)극과 음(-)극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정전기가 발생한다. 일상에서 수건이나 옷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체를 비빌 때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TENG는 바람이 두 전극판 사이로 들어와 유전체 필름을 펄럭일 때 발생하는 정전기를 에너지로 이용·충전한다.

◇호루라기부터 깃털·머리카락 특성까지 응용… 효율 개선 위한 국내 연구들

중국 연구진은 전극판을 둥근 아치 모양으로 만들어 바람이 더 많이 들어오도록 했지만, 두 전극판 사이에 유전체 필름이 들어있는 샌드위치 모양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채택돼온 기본 모델이다. 아직 발전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형태와 소재에 대한 연구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져왔다.

지난 2016년 이상민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호루라기 모양의 TENG를 개발해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지름 10㎝ 정도의 호루라기 내부에는 작은 공 모양의 유전체가 들어있다. 내부 표면에는 전극이 설치돼있다. 바람이 호루라기 입구로 들어오면 유전체 공이 공전하며 전극과 마찰을 일으킨다.

유전체 공은 더 약한 바람에도 움직일 수 있다. 일반적인 TENG에 사용되는 유전체인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보다 밀도가 11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호루라기의 좁은 입구로 들어오는 바람은 ‘베르누이 법칙’에 따라 풍속이 올라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베르누이 법칙에 따르면 유체가 넓은 곳을 통과할 때보다 좁은 곳을 통과할 때 흐르는 속도가 빨라진다.

작년 박종진 전남대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새 깃털을 유전체와 마찰시키면 마찰전기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새가 날개를 최대한 넓게 펴서 마찰력을 높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깃털은 풍속에 따라 구조가 변해 마찰전기 발전 효율도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실험결과 장치에 깃털을 붙이고 마찰전기를 일으키는 경우가 붙이지 않았을 때보다 전압과 전류 각각 25%, 47% 증가했다.

지난 3월엔 조성범 한국세라믹기술원 박사와 방창현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도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발표했다. 기존의 마찰전기 소자는 두 전극판과 나란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만 발전에 이용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불어도 흔들릴 수 있는 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 굵기의 머리카락 모양 구조체를 마찰전기 소자 위에 붙여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조한 마찰전기 소자는 구겨진 지폐를 펴는 데 드는 힘의 5분의 1에 불과한 0.2파스칼(Pa)의 힘(압력)에도 반응했다. 연구팀은 초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생체 삽입형 소자의 전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3일 정건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기존 마찰전기 소자의 구조 개선을 통해 발전 효율(생산 전력밀도)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높였다고 밝혔다. 같은 면적이나 부피의 발전장치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초당 400번 펄럭이는 유전체 필름의 움직임을 분석해 효율적으로 마찰할 수 있는 구조를 찾았다.

정 교수는 "현재 바람 기반 마찰전기 소자의 낮은 출력과 안정성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향후 고층빌딩 외부와 같이 접근이 힘든 장소의 전력 장치나 전기차·드론의 보조전력 장치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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