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도 카톡으로"..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취미생활

이밝음 기자 2020. 8. 22.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퀴즈 풀어 채팅방 탈출 비밀번호 얻고 다음방으로
외출 힘들고 성취감 얻을 거리 줄어든 젊은이 몰려
© 뉴스1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열자 배경화면에 이미지로 된 문제가 나왔다. 일본 국기의 왼쪽 절반, 독일 국기의 오른쪽 절반, 영국 국기의 왼쪽, 이란 국기의 왼쪽.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국기 이미지들을 보고 채팅방 비밀번호를 찾아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답은 숫자 4자리.

지난 20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톡 방탈출'에 기자가 도전해봤다. CHARLIE라는 이름의 카톡 방탈출은 첫 번째 방부터 탈출이 쉽지 않았다. 첫 문제의 난이도에 당황하며 주변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얻은 힌트로 푼 문제의 답은 '1102'.

어떻게 해야 1102란 답이 나올까? 답은 국기가 나타내는 국가들의 이름 안에 있었다. 일본이란 두 글자의 왼쪽 부분은 '일' 독일의 오른쪽 부분은 '일' 영국의 왼쪽은 '영' 이란의 왼쪽은 '이'이므로 이를 모아서 '일일영이' 즉 1102가 답이 되는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방탈출 이용자들이 온라인 카톡 방탈출로 모여들고 있다. 주어진 시간 동안 단서를 모은 뒤 열쇠나 비밀번호를 찾아서 방을 탈출하는 오프라인 방탈출 카페가 스마트폰 속으로 옮겨온 것이다. 기자가 참가했던 'CHARLIE 카톡 방탈출'을 거쳐 간 사람만 현재까지 2만명이 넘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입장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채팅방 시작화면에 올라와 있는 퀴즈를 풀어야만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비밀번호를 풀어서 채팅방에 입장하면 다음 채팅방 링크가 있고, 계속해서 채팅방을 옮기며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모르는 문제는 방탈출 커뮤니티나 제작자에게 힌트를 물어볼 수 있다.

카톡 방탈출 참가자들은 '쉬운 접근성'과 '무료'라는 점을 카톡 방탈출의 장점으로 꼽았다. 방탈출 게임 마니아인 직장인 이창용씨(37)는 "코로나 탓에 밖에 못 나가다 보니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카톡 방탈출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방탈출이 여러 명이 함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구조 탓에 한 번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반면, 카톡 방탈출은 언제든지 혼자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승연씨(34·여)도 "카톡 방탈출은 무료고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문제를 풀 수 있어 좋다"며 "번거롭게 다운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방탈출 카페에서 60분짜리 방탈출을 할 경우 4인 기준 비용은 8만원에서 10만원 사이다. 2시간 정도 상영하는 영화 한 편이 2만원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닌 셈이다. 반면 카톡 방탈출은 링크만 알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카톡 방탈출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모바일 게임 기획자 한준희씨(30)는 "돈을 내고 했던 오프라인 방탈출에서 아쉬운 문제들이 많았다"며 "내가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치기 어린 생각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2018년 처음 CHARLIE 카톡 방탈출을 만든 한씨는 계속해서 새로운 방탈출을 만들어 링크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새로운 시즌을 공개할 계획이다.

영화 반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방탈출 게임. © 뉴스1

카톡 방탈출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마케팅에 카톡 방탈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KT는 '랜선 1탈'이란 이름의 카톡 방탈출 이벤트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1시간 안에 5개 문제를 가장 먼저 맞히고 탈출에 성공하면 160만원 상당의 최신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3회에 걸쳐 이벤트를 진행한 뒤 지난 21일 시즌2를 시작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반도'의 홍보에도 카톡 방탈출이 등장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반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카톡 방탈출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자 영화사 NEW의 공식 계정에서 이를 올린 것이다. 서울우유도 지난달 아이패드, 에어팟 프로, 비요뜨 등을 상품으로 걸고 '비요뜨배 카톡방탈출 이벤트'를 진행했다.

방탈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성취감에서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성취감을 얻기 힘든 요즘, 방탈출 문제를 스스로 풀고 답을 찾아내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회원 1만명이 활동하는 네이버 '방탈출에 대한 모든것' 카페에는 '난이도가 높고 문제에 들인 시간이 많을수록 성취감이 배가 된다' '처음 방탈출에 성공했을 때 쾌감을 잊지 못하고 계속한다'는 글들이 많았다.

한편, CHARLIE 카톡 방탈출에 도전한 기자는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지인 찬스로 20여분 만에 탈출한 뒤, 4번째 방에서 아직까지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방탈출에 시간제한은 따로 없지만 비밀번호 입력 가능 횟수를 초과하면 일정 시간 뒤에 다시 시도할 수 있다. CHARLIE 카톡 방탈출의 경우 비밀번호를 10번까지 입력할 수 있고, 기자는 24시간 후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potgu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