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 주말 도심 낮밤 썰렁..방역의식은 '재무장'(종합)

한유주 기자,이밝음 기자 2020. 8. 2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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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가 '텅텅'..카페·서점서도 마스크·거리두기
속타는 상인들.."휴가 끝나고 붐빌 때인데 손님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3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이어지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2020.8.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이밝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300명을 웃도는 가운데, 22일 서울 주요 도심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토요일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말마다 사람으로 붐볐던 생활편의시설과 카페는 텅 비어있었고, 외출한 시민들도 거리두기를 지키며 긴장감이 고조된 모양새였다.

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0.08.22./뉴스1 ©News1

이날 오후 7시30분쯤 찾은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확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곳은 다른 유흥가에 비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20대 젊은층들의 발길이 줄곧 끊이지 않았었다.

테이블이 절반 이상 찬 곳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으로 유명했던 술집 역시 '코로나19 예방으로 웨이팅(줄 서기)을 금지합니다'란 문구가 무색하게 단 두 테이블만 차 있었다. 집합금지명령이 떨어진 노래방들은 구청에서 공문과 '30일까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나란히 써 붙어놓았다.

유동인구 자체가 확 줄어 골목이 담배 연기로 자욱하게 가득 차는 광경도 사라졌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상인들 역시 "젊은이들이 이번만큼은 확실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건대 맛의 거리' 초입에서 해물포차를 운영하는 A씨는 "가게에 오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항상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코로나 걸려도 금방 낫는다며 자신만만하던 젊은 사람들이 이번만큼은 확실히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땅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붐볐던 가게 앞 거리가 텅 비어있다고 설명했다.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옆 테이블에 사람이 있으면 그 근처는 알아서 피해 앉으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20대 초반이 주로 찾는 건대의 한 포장마차 역시 지난주말과 비교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직원 B씨는 "원래 건대는 다른 상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달라진 게 처음에는 QR코드를 찍는 것에 반감이 많았는데, 요즘은 알아서 준비를 해온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예식장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날 낮, 주말마다 사람이 몰리는 서울 도심에서도 사람이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낮 12시쯤, 서울 강북의 한 결혼식장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미루고 있는 데다가, 50명이 넘는 하객을 수용할 수 없어 줄줄이 예약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결혼식장은 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곳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평소 동시예식이 진행됐던 이 식장은 여러 곳의 하객이 섞여 바글댔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홀로 식을 진행 중인 혼주들과 인사를 나누는 하객 몇명의 모습만 보였다.

예식 30분 전 식장에 도착한 하객 유모씨(63)는 동창회를 대표해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동창들이 다 올 수가 없으니까 동창회장을 맡은 내가 대표로 왔다"며 "식은 안 보고 사람 없을 때 잠깐 인사만 하러 들렀다"고 말했다.

오후 예식이 예정돼있는 혼주 가족은 점심부터 식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식당을 알아보고 있었다. 식장 뷔페를 이용할 수 없어서, 멀리서 온 가족들에게 음식을 대접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하객 50명을 맞추려다 보니까 다 가족인데 답례품만 손에 딱 쥐여주고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흩어져서라도 밥은 먹을 수 있게 일찍 와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경찰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0.8.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주말이면 통로가 꽉 차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였던 대형서점 상황도 이날은 달랐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좌석에도 빈 좌석이 더 많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출입객의 체온을 측정하던 직원 역시 "코로나 탓인지 사람이 정말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볼 수 없었다. 손에 장갑을 끼고 있던 한 40대 여성은 "집에만 있다 보니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다"며 "이곳에 있는 책도 만지면서 접촉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실내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된 카페에서도 일주일 새 강화된 시민들의 방역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카페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다. 테이블을 한 칸씩 띄어 앉게 한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로 빈 테이블이 많았다. 카페에서는 30분마다 '취식을 제외한 실내 마스크 착용과 2m이상의 거리유지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자리를 잡고 앉은 시민 중에서도 마스크 쓰지 않은 경우를 더 찾기 어려웠다. 인터넷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마스크를 쓴 채로 앞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커피를 마실 때만 잠깐 마스크를 벗고, 마신 후에는 즉시 착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감염 예방을 위해 에어컨을 튼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있다는 지침이 있었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었다.

1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에 일감이 부족해 빈 지게가 놓여 있다.역대 가장 긴 장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인들은 혹독한 상황을 맞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다만, 시민들의 강화된 방역의식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영세상인들이다.

이날 오전 상인들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남대문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은 모양새였다. 시장 내 가장 큰길에도 한 집 건너 한 집씩 문이 닫혀있었고, 문을 연 집도 손님이 아예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53)는 문이 닫힌 옆 가게를 보며 "원래 365일 장사하는 사람들인데 손님이 없어서 주말에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원래 휴가가 끝나면 물건 떼러 지방 곳곳에서 많이 오기 때문에 손님이 더 와야 하는데 이번 주는 오히려 줄었다"며 "지방 상인들이 가게 손님 끊길까 봐 주변에 남대문시장 갔다왔다고 이야기를 못 한다더라"고 상황을 전했다.

건대 해물포차 사장 A씨는 당장 내일부터 일요일 장사를 접을 계획이다. 그는 "사랑제일교회 사건 터지고 나서 이번주부터 반토막이다. 코로나 이후의 반토막이란 얘기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이후 인력을 감축했다는 A씨는 "하나라도 더 팔려고 몇 안되는 직원들이 새벽 5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다들 지쳐있다"며 "일하는 애들 때문에 일요일이라도 문을 닫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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