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업해 쌓이는 빈 그릇에 한숨만"..황학동 가구·주방거리 "벼랑 끝"
6월 영업 포기한 가맹본부 67곳 중 50곳이 외식업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폐업한 매장의 주방 집기들은 계속 들어오는데 다시 팔리지는 않네요. 더 이상 놓을 공간도 없는데...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옵니다."
22일 주말이지만 텅빈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 잔뜩 낀 먹구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최근의 상권 분위기를 반영하듯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년째 중고 주방기기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의 표정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그는 "최근 중고 물품 매입 요청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를 사가려는 손님은 거의 없다. 이 상태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황학동은 업소용·가정용 중고 주방기구용품을 비롯해 다양한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450여개 점포가 밀집해 있다. 특히 외식업 자영업자의 '폐업·철거-중고물품의 상품화-개업'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어 이 곳에 오면 최근 외식업의 '흥망성쇠'를 체감할 수 있다.
기자가 이 곳에서 머무른 2시간 동안 거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처럼 한산했다.
◇ 산더미처럼 쌓인 중고 물품들…상인들은 담배만 '뻐끔'
거리 곳곳에는 철거 점포에서 수거해 온 각종 업소용 냉장고와 고기 불판, 그릇, 집기류 등 물품들이 정리가 안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상인들 대부분은 무더운 날씨를 피해 점포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으며 일부는 매장 앞에서 담배를 태웠다.
흡연자들은 대체로 무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응시했지만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기도 했다. 흡연 중 대화 속에서도 얼굴에 웃음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중고 주방기기 판매점 B사 대표는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계 고객 감소율이 60%에 달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는 바람에 중고 물품을 판매하려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고 물품을 사들여도 경기가 악화돼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어 물품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기들이 계속 쌓이고만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판매점 사장도 "올해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없었지만 사랑제일교회발(發)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는 진짜 뚝 끊겼다"며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요즘에는 벼랑 끝에 몰린 듯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폐업 처분한 집기를 실은 트럭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상인들은 물건을 내릴 장소를 정하느라 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한 상인은 "올해는 코로나19부터 시작해 수해, 폭염 그리고 다시 코로나19로 돌아온 형국"이라며 "이 일을 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직원 월급이 밀리고 가게 임대료를 주기도 어려운 건 처음"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근 중고 가구전문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해 가게에 가득 찬 중고가구들 때문에 업소용 의자와 테이블이 문 밖 여기저기에 뒹굴고 있었다. 한 의자에 붙여 있는 '중고 (재고) 100개'라는 글귀는 중고 가구를 찾는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 가맹사업 접은 본부, 상반기 720여곳…대부분 외식업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가맹사업을 접은 가맹본부는 721곳이다.
가장 최근 수치인 6월의 경우 67개 가맹본부가 영업을 멈췄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한 수치다. 67개 가맹본부 중 75%인 50곳은 외식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을 하는 가족 단위 고객들이 줄어든 데다가 주요 기업들의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 거리에 사람이 사라진 것도 외식업에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인천 중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서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가게 임대료 내고, 직원 월급 주고, 은행 대출금 갚으면 매달 본전도 못 찾고 있다"며 "개업한지 5년 동안 이런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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