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등 보육시설 '비상'..양치질·소꿉놀이도 금지

코로나 재확산에 '아무것도 하지마' 전략..급식 없는 돌봄교실에선 '도시락통' 재등장

코로나 관련 위생교육 받는 어린이집 아동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광주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정모(40)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이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양치 컵과 치약, 칫솔을 돌려받았다. '여러 아이가 모여 양치하면 자연스럽게 침이 튈 수 있어 당분간 금지한다'는 것이 어린이집 설명이었다.

박씨는 23일 "코로나19가 심각하니 이제 양치도 못 한다"며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러다 이가 썩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복절 연휴를 기점으로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자 많은 아이가 모이는 초등학교 돌봄교실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불안해도 어쩔 수 없이 보육시설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위험해도 아이를 맡아야 하는 돌봄교실이나 보육시설들은 이른바 '아무것도 하지마' 전략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치질 금지다.

건강은 물론 교육 차원에서도 식사 후 양치질을 시켜야 하지만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 침을 뱉는 환경을 만드느니 금지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얘기다. 최근 전국 각지 맘카페에는 '요즘 어린이집 양치 안 하나요',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점심 양치도 금지'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외부 강사를 불러다 영어나 체육 교육을 하는 특강 수업이 사라진 지 오래다. 놀이터나 인근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가는 야외활동도 자취를 감췄다. 덥더라도 아이나 교사 모두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끼리 마주 보고 놀아야 하는 소꿉놀이나 보드게임 등도 금지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 오모(41)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아이에게 절대 옮지 않게 한다는 개념으로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며 "비상상황이다 보니 교육이나 아이들 놀이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수업 받는 아이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학에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돌봄교실에는 도시락통이 재등장했다.

방학 중에는 급식이 없어 돌봄교실에서는 단체로 도시락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외부인이 들어오거나 외부 물건에 노출될 수 있어 집에서 도시락을 직접 싸 오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돌봄교실에 비치된 장난감이나 책이 여러 아이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어 책이나 장난감은 집에서 가져오고, 친구들끼리 돌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강동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박모군은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놀 수 없고 자리에만 앉아 있어야 한다"며 "밥도 자리에서 혼자 먹어야 하고 좋아하는 체육 수업도 하지 않아 심심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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