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 팔고도 '쉬쉬'..재산공개 일주일전 심란한 與의원들

김효성 2020. 8.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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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라고 몰매를 맞았는데 팔았다고 칭찬받겠느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조정식, 김한정, 이용선 의원(왼쪽위부터 시계방향순). 연합뉴스

최근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된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21일에 한 말이다. "1채만 남기고 다 팔겠다"고 약속했던 민주당의 다주택자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이미 판 사람과 아직 못 판 사람 모두 그랬다. 21대 국회의원 첫 재산공개가 일주일 앞(28일)으로 다가오면서 심란한 마음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번 재산 공개 대상은 초선과 징검다리 당선에 성공한 사람들로 제한되지만 연이어 당선된 다주택자들의 매각 여부도 다시 주목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21일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오피스텔·단독주택 등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의원 19명의 주택 매각 여부를 전수조사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1주택자로 변신한 의원은 4명(정성호·조정식·김한정·이용선)이었다. 경기 양주·의정부에 아파트 2채 등을 보유했던 정 의원은 양주 아파트 1채만 남기고 모두 처분했고 조 의원은 경기 시흥 아파트 2채 중 1채를 최근 매각했다. 정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세보다 2000만원 싸게 팔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집을 팔고 전세 임차를 했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 1채와 오피스텔 1채를 보유했던 이 의원은 최근 오피스텔 1채를 매각했다. 김 의원은 올해 6월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매각하고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시에 아파트 1채만 남겼다. 당에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매각 이행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들 중 3명은 매각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럴땐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의원 4명을 제외한 15명은 여전히 부동산 규제지역에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29일 재산공개 대상인 초선과 재등원한 재선 이상 의원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전망이다. 한 당직자는 “의원들이 각자 해명할 일이지만 재산목록이 공개되면 당이 다시 비난받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19명 중 9명, 집 내놨지만 “안 팔린다” 이구동성
다주택자 가운데 부동산에 매물을 등록하고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는 19명 중 9명으로 조사됐다. 윤관석·김병욱·박찬대·임종성·강선우·이성만·박상혁·김회재·홍성국 의원 등이다. 매각의사가 있다고 답한 이상민·김홍걸 의원을 합치면 총 11명이다.

박찬대 의원은 인천 서구 아파트 1채를 매물로 내놨지만 거래가 안된다고 한다. 박 의원은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3년째 거래가 안된다”고 했다. 김병욱 의원은 모친에게 상속받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1채를 매물로 내놨지만 “수개월째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재선 이상 다주택자 의원 부동산 매각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광화문 오피스텔 1채를 매물로 내놓은 홍성국 의원은 “주변에 폐업하는 가게가 많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보러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복합건물 일부 지분을 보유한 윤관석 의원은 “가액이 1억8000만원으로 지하층인데 거래도 없고, 단일매물로는 잘 안 팔린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와 용산구에 1채씩 보유해 송파 아파트를 내놓은 김회재 의원은 “현재로선 안 팔리지만 연내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집값을 내려서 팔 생각은 없을까. 오피스텔 1채를 매물로 내놓은 이성만 의원은 “최근 2000만원까지 값을 내렸지만 팔리지 않더라”고 했다. 또 다른 2주택자 의원은 “서울 도심에선 싸게 내놓으면 팔리겠지만 수도권 외곽에선 쉽게 거래가 안 되더라”고 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차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왜 더 싸게 못 내놓겠느냐”며 “의원들이 소명할 부분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부모님을 내쫓으란 말인가”

다주택자 의원 중 “당장 매각할 뜻이 없다”고 밝힌 의원은 4명(서영교·양향자·윤준병·김주영)이었다. 2주택자인 양 의원은 “1채엔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서 당장 팔기 어렵다”고 했다. 서 의원도 1채는 본인 내외가, 1채는 시부모가 살고 있어 “2주택자이지만 실거주”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방침대로 하면 부모님을 내쫓으란 것”이라고 했다.

김주영 의원은 아파트 2채·오피스텔 1채 중 아파트 1채를 올해 1월 매각했지만 아파트 1채 외 오피스텔 1채는 남겼다.업무용으로 매입했으므로 투기성 2주택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윤준병 의원도 보유 2채중 1채는 “사무실로 쓰려는 오피스텔”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초선 다주택자 의원 부동산 매각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2주택자인 강선우 의원은 모친이 사는 광화문 오피스텔 1채를 최근 매물로 내놨다. 강 의원 측은 “오피스텔이 팔리면 어머니를 모실 집을 따로 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구 아파트 1채는 실거주, 1채는 모친이 거주하고 있는데 본인이 사는 집을 팔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어머니 사시는 곳을 팔수는 없고 그렇다고 구차하게 구는 것도 싫었다”고 했다.

한 다주택자 초선 의원은 “당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집을 내놔야 비난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초선 의원은 “우리가 위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광풍에 휩쓸리고 있다. 새 당대표가 뽑히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김홍범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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