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멍하니 하늘만 봤다"..태양광, 장마에 '직격탄'

성수영 2020. 8. 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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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전국 태양광시설의 발전효율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발전은 설비 증가에도 지난해보다 발전량이 되레 줄었다. 기후 변화 등으로 태양광·풍력 발전환경이 요동치는데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마·산사태에태양광·풍력 6분의 1 급감

23일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태양광 설비의 평균 이용률은 11.75%에 그쳤다. 전력거래소는 전국 태양광 설비의 3분의 1 가량을 관리하는데, 이 곳의 효율이 지난해 같은 달(14.19%)에 비해 17.2% 급감한 것이다. 태양광 이용률은 설비의 규모와 발전 가능시간을 함께 고려해 산정한 ‘최대 발전 가능량’ 대비 ‘실제 발전량’의 비율로, 발전 효율을 비교하는 잣대로 쓰인다. 평소 작동하던 태양광 발전기 여섯 대 중 한 대가 멈춘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태양광 발전효율이 급감한 건 지난달 장마 등으로 궂은 날씨가 이어진 데 비해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의 효율은 햇빛이 잘 들수록 높아지지만, 기온이 25℃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듈이 과열돼 발전 효율이 급감하기 시작한다. 지난달 평균 기온은 22.7℃로 평년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최고 기온이 29도 이상인 날이 14일에 달하는 등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는 시간에는 대체로 무더웠다.

장마나 산사태 등으로 고장난 태양광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30일 62대였던 '불가동' 상태 태양광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93대까지 늘었다.

지난달 풍력 발전량도 급감했다. 설비는 전년 대비 늘었지만 발전량은 전년 동월(186GWh)에 비해 16.6% 줄어든 156GWh에 그쳤다. 태풍 등으로 바람이 지나치게 거세게 불면서 출력이 제한된 탓이다. 강풍이 불면 과부하로 정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풍력 발전기를 멈춰야 한다.

"기후변화에 신재생 확대 겹쳐 에너지수급 불안"



기후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무턱대고 늘리다가는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장마가 평소보다 길게 이어진 것 만으로도 태양광·풍력 발전이 6분의 1 가량 감소했는데, 여름철 태풍과 폭염 등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장마와 같은 기상이변이 또다시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2040년에는 전체 국가 에너지 공급량의 10%가 한 순간에 출렁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평균적인 연중 태양광 이용률(16% 안팎) 대비 지난달 태양광 이용률(11.75%)을 고려하면 기후 변화로 줄어들 수 있는 신재생 발전량은 30%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5%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이를 대입하면, 2040년에는 평소보다 긴 장마 한 번에 국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0% 가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가 가장 필요할 때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도 딜레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계절별 태양광 발전량은 봄, 가을, 여름, 겨울 순으로 많다. 겨울엔 적은 일사량과 눈 때문에, 여름엔 고온과 장마·태풍으로 발전량이 줄어서다. 반면 전력 소비량은 겨울과 여름이 가장 많고, 봄과 가을이 뒤를 잇는다.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 수요가 급증해서다. 기후 변화가 심해질수록 태양광 발전 효율은 떨어지고, 냉방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꼽힌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용량에 제한이 있는 데다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로 보급에 제동이 걸렸다.
 

"블랙아웃 막으려면 원전 등 기저발전 늘려야"



이 같은 우려는 올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급증한 냉방 수요를 태양광 발전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순환 정전에 돌입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10년간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전력 공급이 위태로워졌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태양광 발전의 한계는 지난주 기온이 매일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으로 치솟고, 에어컨 사용량이 해질 무렵인 초저녁에 급증하면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가 늘 폭염에 쩔쩔매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올해 못지 않은 극심한 폭염이 이어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2200MW급 산 오노프레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 오노프레 원전은 지난 2012년 문을 닫았고, 화력발전소도 상당수가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으로 대체됐다.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천혜의 태양광 발전 환경을 갖춘 캘리포니아조차 기후 변화로 인해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환경도 좋지 않고 주변국과 전력 거래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원전으로 적극 보완해야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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