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생명, 종교자유 침해말라" 교회 1000곳 현장예배 강행

김준희 2020. 8. 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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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총은 "종교 자유 침해" 예배 강행
부산시 "공권력 도전..집합금지 명령"
충북 청주 순복음교회 7명 확진 비상
전주선 '광화문 인솔' 목사 7명 압색


충남 751곳, 부산 279곳 현장예배 강행

23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로의 한 교회에서 성가대 자리가 텅빈 채 신도들이 주일 예배를 보고 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신도들에게 비대면 예배를 한다고 알릴 시간이 촉박해 부득이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됐다"며 "다음 주부터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전국 대부분의 교회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주일 예배를 진행한 가운데 부산과 충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종교 자유 침해"라며 현장 예배를 강행해 지자체와 마찰을 빚었다.

부산시는 23일 "부산 지역 전체 1765개 교회를 일제히 점검한 결과 약 15%인 279곳이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오는 31일까지 지역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전날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는 부산시 행정명령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부산 지역 1800여 개 교회에 보냈다. 부기총 임영문 회장이 목사로 있는 부산진구 평화교회도 23일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한 교회에서 임영문 부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만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임영문 부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23일 오전 본인이 목사로 있는 부산진구 평화교회에서 현장 예배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평화교회를 찾아 비공개로 임 목사와 40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임 목사는 변 권한대행과 만나기 전 취재진에게 "대한민국에 작은 교회에서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있는 교회는 10%도 안 된다"라며 "예배라는 것은 우리의 생명인데 지금 행정명령은 종교 자유를 명시한 헌법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 대행은 브리핑을 통해 "이는 국가 방역체계와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도전이자 시민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며 "오늘 대면 예배를 강행한 교회는 확인 과정을 거쳐 명백한 명령 위반이 확인되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이도 어길 경우 경찰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비대면 예배를 위해 일부 교인 출입은 허용되는 집합제한 명령 상태지만,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교회에 교인 출입이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충남에서도 현장 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아랑곳 않고 전체 교회 4분의 1가량이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충남도가 15개 시·군과 함께 이날 도내 3113개 교회를 점검한 결과 24.1%(751곳)가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현장 예배를 하다 적발됐다. 충남도는 행정명령을 위반한 교회 가운데 고의성 및 방역수칙 위반 정도 등을 파악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인천에서도 관내 모든 교회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전체 교회 4074개 중 9.2%(378개)가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또다시 대면 예배를 하는 교회에 대해서는 집합금지 명령 등 특단의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23일 오전 청주시 서원구 청주 중앙순복음교회가 일요일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확진자가 발생한 이 교회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충북도는 이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주민 2명이 예배를 본 청주 중앙순복음교회와 충주 안림동성당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청주 중앙순복음교회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 A씨(충북 95번)가 방문한 곳이다. A씨는 16일과 17일 이 교회에서 4차례 예배를 보고, 청소 봉사를 했다. A씨와 접촉자로 분류된 남편과 아들·딸·손자 등 4명도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A씨 가족 외에 이 교회에 다니는 보은 거주 50대와 청주 거주 10대가 같은 날 추가로 확진되자 이 교회가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는 게 아닌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교회의 신도는 3만 명에 달한다.

충주 안림동성당에는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 B씨가 방문했다. B씨는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지 나흘째인 지난 19일 이 성당 미사에 참석했다. 방역당국은 안림동성당 역시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국 대부분 지역의 교회들은 자체적으로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통제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는 모습이었다. 대전지역 300여 개 교회는 이날 대면 예배 대신 실시간 영상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대전 서구 한빛감리교회는 지난 22일 오후 8시쯤 '내일(23일) 주일 새벽부터 9월 6일까지 교회에서의 모든 예배가 금지된다'는 내용의 긴급 공지를 신도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전북에서는 교회 4244개를 비롯해 불교·원불교 등 전체 종교시설 4570개 전체를 점검한 결과 64곳 외에는 모두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 22일 오후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전북 전주에서는 경찰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이어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신도들을 데리고 상경한 목사와 집사 등 7명의 자택과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신도 명단을 지속해서 거부하자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률적으로 모든 교회에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도 수가 많고 비대면 예배를 위한 장비와 시설을 갖춘 대형교회와 달리 지방의 소도시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는 신도 수도 적은 데다 신도 대부분이 70대 이상 노인이어서 온라인 예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시 쪽 교회들과는 달리 시·군에 가면 교회 신도가 10명도 안 되고 대부분 70~80대여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드문 곳이 대부분"이라며 "도내 교회 4244개 중 60~70%는 온라인 예배가 불가능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에 초점을 맞춰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전·청주·인천·전주=황선윤·신진호·최종권·최모란·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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