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비틀거나 모른척하거나 日 경제도발 1년, 언론의 현주소

2020. 8. 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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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일본 경제도발 1년

[자막]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경제 보복

[자막] 일본 정부 반도체 핵심 부품 소재 규제 조치

[채널A 뉴스 TOP10 / 2019.07.02]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TV조선 뉴스9 / 2019.07.02] 민간 경제에 큰 짐을 떠넘긴 셈입니다.

[자막] 日 수출 규제 직후

[자막] 그리고 시민들이 주도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자막]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인 국내 반도체 재료는 우회 수입로를 확보하고 국산화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 / 8월 15일 광복절 기념사]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위기도 국민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아베 신조 / 일본 총리(8월 15일)] ‘적극적 평화주의’ 기치 아래 국제사회와 손잡고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자막] 일본 경제 도발 1년 한일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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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J에서는 광복 75주년 특집으로 일본 경제 도발 1년을 되돌아보고요. 한일 양국 언론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해 주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 이지은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지은] 안녕하세요? 이지은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한일외교관계 전문가시죠.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명예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이명찬] 안녕하세요? 이명찬입니다.

[최욱] 제가 얘기 듣기로는 최근에 정년퇴임 하시고 책을 쓰고 계신다고요?

[이명찬] 제가 쓰고 있는 책 내용하고 잘 매치되겠다고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최욱] 책의 두께가 굉장히 두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아까 사석에서 보니까 말씀이 엄청 많으시더라고요.

[이명찬] 말이 좀 많은 편이긴 한데 실제로 지금 한일 관계를 풀려면 간단한 말로는 다 풀 수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일 관계의 힘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지 않나, 여기에다 초점을 두고 쓰려고 합니다.

[이상호] 오늘 방송에서도 날카로운 비평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광복 75주년을 맞아서 언론이 어떤 보도를 하고 있는지 저희가 찬찬히 살펴봤는데 특집 기사는 정작 정말 많지는 않았습니다. 반면에 대통령 기념사보다 더 주목받은 기념사가 있었습니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광복절 당일부터 사흘간 포털에는 무려 643건에 달하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강유정] 다른 단체가 아니라 광복회장이 친일파 청산에 대해서 말하는 게, 게다가 광복절에 말하는 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은 듭니다. 75주년이니까 좀 엉겨 붙었던 환부를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건데 말투라든가 혹은 말의 어휘, 이 작은 어떤 세세한 부분에 너무 집착을 하는 바람에 이 이야기를 통해서 담론화를 해볼 기회였는데, 봉합에 급급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임자운] 저는 이 발언 내용이 비판할 지점이 있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 분이 광복회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근현대사를 마치 반일 친민족 세력과 친일 반민족 세력 간의 투쟁으로 모든 걸 해석하려는 것 같아서 동의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언론의 보도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언론이 직접 인용하는 거 있잖아요. 큰 따옴표를. 그러니까 본문에는 그대로 인용해야 하는데 제목에는 임의로 편집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8월 17일자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사가 모두 제목에 김 회장은 “이승만은 친일파”라고 발언한 것처럼 인용을 해놨어요. 그런데 이분의 발언은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직접 친일 행위를 한 것과 친일 행위를 했던 인사를 중용한 건 완전 다른 거잖아요.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8월 17일자 매일경제 기사는 진중권 씨의 말을 인용해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군부독재 때도 같이 일했고 이런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걸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사실은 여기서 던지는 메시지가 중요한데 역시도 메신저 공격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 분이 말하는 메시지에 있어서 어떤 점에서 잘잘못이 있는가 라는 점을 따져봤어야 하는 건데요. 8월 17일자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자면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이것을 일종의 지지율 하락이라든가 혹은 이런 여러 가지를 덮기 위해서 이렇게 이 이야기를 부풀리고 있다“고 여권 관계자 이야기를 들고 있는데 이거 굉장히 중요한 얘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 보도를 하고 있고 오히려 그런 프레임화를 담아내는 언론 자체가 더 위험한 프레임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욱] 제가 너무 단순 사고를 해서 그런지 제가 해석하기로는 ‘친일 청산하자’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 ‘애국가 어떻게 할 거냐? 그리고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할 거냐, 말 거냐’ 저는 그렇게 소화했거든요. 그러면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보는데 친일 청산하자는 거를 두고 편 가르기라고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이 저로서는 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친일 편이 있고, 항일 편이 있고. 이거 편가르기 해야되는 거 아닙니까?

[이상호] 광복 75주년을 맞아서 J가 다른 곳에 주목을 했습니다. 일본이 우리 핵심 산업을 겨냥해서 수출 규제를 하고 또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한 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한국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참 많이 쏟아졌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빗대거나 국내 기업의 피해가 일본 대비 무려 345배 달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는데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강유정] 당시 보도들이 또 어떤 논리를 많이 펼쳤냐 하면 일본은 정밀 타격식을 한다, 굉장히 이성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경제 공격도 합리적으로 하고 치명타를 일으킬 그런 부분들을 잘 선택했다고 공격을 칭찬하는 기사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반대로 우리는 언제나 감성적이다, 좀 더 나아가 보자면 분노조절장애식으로 대응을 해서 되레 일을 그르친다고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정말 기억에 남는 건 경술국치 내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고종에 빗대서 결국 망국의 지름길이고 나라 팔아먹고 나라 엉망이 된다는, 많은 홍수 같은 기사들이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임자운] 1년 전에 일본의 수출규제를 다룬 기사들에서 제가 가장 아쉽게 느꼈던 건 ‘왜’가 빠져있던 경우가 많았던 거예요. 이게 일본의 강제징용 가해 기업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과 압류 명령에 따른 보복 조치로 평가가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서 마치 한국 정부가 뭘 잘못해서 그러는 것처럼 비춰지는 경우도 있었고 그 원인이 살짝 언급되더라도 거기에 대한 평가가 없어요. ‘일본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사들이 나왔다.

[이명찬] 일본은 굉장히 치밀하고, 어른스럽고 또 정밀 타격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지금 지나고 보면 정말 일본이 엉성합니다. 여러 가지 뒤의 대처들을 보고 있으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언론들이 그동안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이 아니었나. 그리고 또 한국의 입장에서는 진주만 공습식 수출 규제를 해왔는데 공격한 일본이 나쁜 거지, 어떻게 공습 당한 미국이 나쁩니까? 왜 우리 언론들은 진주만 공습한 일본은 비판하지 않고 우리 정부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지 이게 참 이해가 안 가요.

[최욱] 1년 전에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한 언론보도를 우리 J에서 심도 있게 한번 다뤘었거든요. 그때 정준희 교수의 발언을 1년이 지난 지금 제가 한 번 더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일본 패전의 단초가 됐다. 수출 규제 역시 그러할 것이다” 이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이상호]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사실 많이 달라졌습니다. 6월 25일자 연합뉴스를 보니까요. 일본 수출 규제 1년 기획 보도에서 “수출 규제는 한국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소부장 즉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산의 다변화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전했고요. 한겨레는“국내 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의 기술 수준 상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면서 ”일본의 추가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약간은 신중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최욱 씨도 이런 보도를 좀 보셨죠?

[최욱] 저야 어쩌다보니 시사 프로그램을 하니까 먹고 살려고 찾아는 봤습니다마는 1년 전의 그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나라 큰일났다’라는 식의 그 보도량에 비교하면.

[이상호] 그러니까요.

[최욱] 너무 적어요. 이건 정말 억지로 찾아봐야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지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수출 규제 그리고 한일 무역 분쟁, 이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의 보도량을 검색을 해봤거든요. 전체 2만 5000여 건의 기사 중에서 여기 한 65%를 차지하는 1만 6000여 건이 지난해 7월에서 8월 이 사이에 집중이 되어 있더라고요. 올해 6월이 되면서 경제 도발 1년이라고 해서 시기성에 맞춰서 기획 기사가 조금씩 나오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미미한 수준이었고 다시 좀 잠잠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자운] 사실 어떻게든 정부를 비판하고 싶고 어떻게든 기업 살리기 나서고 싶은 언론의 입장에서는 경제의 위기만한 소재가 없어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잖아요. 1년 전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띄웠던 언론에게도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고요. 지금 언론이 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그런 게 있다고 봐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한 국내 기업 지원책들, 특히나 반도체 산업 살리기 명목으로 시행됐던 여러 가지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해요. 실제로 노동부는 관련 업종에 대한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을 했고 환경부도 신규 화학 물질의 유해성 심사 절차를 간소화시켰어요. 그러한 조치들의 부작용은 없었는지 존속 필요성은 없었는지 이러한 것에 대한 평가가 지금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지은]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보고서를 냈습니다. 전체 산업의 대일 수입 비중은 수출 규제 전보다 감소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입액에서 대일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로 수입 통계가 집계된 1965년 이후에 처음으로 대일 의존도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런 내용이 나타났고요. 또 한 가지는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30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한 기업 중 84%가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가 없었다,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보고서 내용을 언론이 어떤 식으로 보도를 했는지 저희가 한번 살펴봤는데 약 10여 건 정도의 기사가 포털이나 온라인상에서 확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느냐 그리고 이 데이터들에 대해서 어떤 검증들을 실질적으로 했느냐, 이게 거의 없고 사실상 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컨트롤 C, 컨트롤 V를 해서 그냥 붙였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의, 어떻게 보면 형식적인 기사에 그쳤거든요.

[이상호] 이 정도면 최욱 씨나 저도 기자 할 수 있겠는데?

[최욱] 아나운서나 잘하세요.

[이명찬]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아까 진주만 공습식 수출 규제 했다고 했는데 공격을 어디에 했나요? 삼성에게 했죠. 소재, 부품, 장비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우리 경제의 하나의 화두였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뭘 해왔느냐 하면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그게 경제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니까 손쉽게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결국 공격을 받았을 때 누구에게 먼저 화살이 가야 하냐 하면 대기업의 지금까지의 어떤 경영 형태, 중소기업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 이런 부분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느닷없이 공격한 게 뭐냐 하면 제가 한번 읽어볼까요? “우리 정부는 설마 하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대응이라고는 세계무역기구 제소와 수입 다변화가 고작이다. 그리고 그것도 그리 쉬울 리 없다. 운 좋게 이긴들 2, 3년 뒤다. 그때는 이미 한국 대표 상품들이 쑥대밭이 된 후다.” 이거는 거의 제가 볼 때는 분석이라기보다는 협박의 논리라고밖에 안 보여요. 이거 어떻게 보면 일본 정부 대변인 수준이 아닌가.

[최욱] 보도는 어디 산케이 신문입니까?

[이명찬] 아니, 방금 이거는 중앙일보예요.

[최욱] 아, 중앙일보.

[최욱] 당시 수출 규제가 한창 진행될 때 많은 언론이 한국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말미에 그 전망이 나도 좀 틀렸으면 좋겠다고 붙입니다.

[강유정] 맞아요.

[최욱] 그러면 지금 이제 좋아해야죠. 왜 안 좋아하냐는 거죠.

[이명찬] 맞아요. 그리고 이 정도 글을 썼으면 1년 후에 한 번 점검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때 내가 그렇게 예측했던 것이 어디가 틀렸을까. 무슨 논리로 이렇게 추론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했는가.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쯤 보여줬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그렇게 자아 성찰을 하지 않고 반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이 있는 겁니다.

[이명찬] 그래서 저널리즘 토크쇼J가 꽤 오래 갈 겁니다.

[이상호] 장수를 예언을 해 주셨어요.

[이명찬] 끝없이 이야기할 거리가 생기니까요.

[이상호] 정작 유탄을 맞은 건 일본 기업들이었습니다. 최근 몇 달 새 닛산 자동차, 올림푸스 같은 일본의 유명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뜻을 밝혔고요. 유니클로도 강남점을 비롯해서 총 23개 매장을 철수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가 "한일 간 경제 갈등 1년이 승자 없이 양국 모두에 피해만 끼쳤다”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에 같은 날 도쿄신문은 “타격은 일본 기업이 받았다”는 분석을 내놔서 눈길을 끌었는데 먼저 조선일보 분석은 어떻게 보셨어요?

[이명찬] 양쪽 다 피해를 봤다,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는 정확하지 않죠. 명백히 일본의 손실이 큽니다. 일본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많이 봤죠. 그래서 철수하는 기업들도 많이 늘어나고 하는데 지금 사실 무역 전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쟁을 이기더라도 전투에서는 지는 경우가 많아요. 100개의 전투가 있다면 거기에서 6, 70개를 이겨서 전쟁을 이기는 거란 말이죠. 그러면 2, 30개는 질 수 있어요. 그걸 침소봉대해서 똑같다는 식으로 몰아간다면 전쟁의 전 자도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강유정] 일본이 타격이 더 클 때는 둘 다 손해입니다. 이게 이제 헤드라인에 걸리고요. 우리의 타격이 좀 더 클 거라고 예상이 되면 망국, 이제 큰일 났다, 이렇게 쑥대밭, 이런 것들이 걸리게 되는 거죠. 올림푸스 내지는 닛산 자동차, 이렇게 일본의 유명 기업들이 한국에서 철수함으로 인해서 그게 문제인 것보다는 거기에 고용됐던 한국의 고용인들이 너무 많이 실직자가 돼서 큰일 났다, 이것도 한국 경제의 큰 문제다. 또 이런 식으로 우리 문제가 되거든요.

[이상호] 반면에 도쿄신문 같은 경우는 “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방식으로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 강해지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의 사와다 가쓰미 논설위원이 “일본은 왜 한국에 한판패 했는가”라는 기사에서 “압력을 가할 생각이었지만 헛발질로 끝나기는커녕 상대가 잘 대응하여 자신이 괴로워진 상황이 되었을 뿐이라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역시 우책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실패를 어떻게 보면 자인한 거죠.

[이명찬] 자인한 거죠. 그 기사를 보면 WTO 제소한 것과 일본의 진정한 목적이었던 징용공 문제는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거거든요. 또 현실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수출이 제대로 안 된 부분도 많고. 일본이 정치하고 세밀하고 굉장히 세련되게 뭔가 공격한다,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전혀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 결국은 지금 아베 정권을 제대로 정확하게 분석하면 지금 한국에서 나온 이런 기사들이 쏟아질 수가 없다는 얘기죠.

[이상호] 최근에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국제사회 내 달라진 한국의 위상과도 이런 보도 내용들이 관련이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명찬] 상당히 많다고 봐야죠. 코로나19가 오면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방어를 잘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잖아요. 그리고 키트도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많이 되고 있는데 그런데 일본에는 솔직히 말해서 정확한 키트가 별로 없어요. 그러면 한국에서 수입해서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어도 안 해요. 왜? 한일 관계가 워낙 안 좋으니까. 헬프 미(도와 달라)도 안 해요. 이게 일본에게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지금 가져다주고 있단 말이에요. 코로나19하고 이 수출 규제하고 같이 엮어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걸 제대로 심층 있게 분석하는 기사가 나와야 하지 않나. 한일 역전이 벌어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게 수출 규제였다.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기사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이상호] 일본 출신 정치학자죠. 호사카 유지 교수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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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호사카 유지 인터뷰

[자막] 일본 경제 도발 1년, 일본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호사카 유지 /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 (대표적 보수 언론들은) 한국의 경제적인 피해는 많이 크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 쪽의 피해가 컸다. 반도체 3소재에 대해서도 일본의 피해가 훨씬 컸다는 이야기를 많이 내보내고 있습니다.

[자막] 니혼게이자이 신문(2020.06.29) 일본 소재 산업에 타격이 크다.

[호사카 유지 /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 제가 좀 놀랐던 부분은 J-CAST 뉴스는 한국에 좋은 보도를 하는 신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한국이 승리했다는 내용으로 썼습니다.

[자막] J-CAST 신문(2020.05.13) 한국 측의 승리로 결론이 난 것 같다.

[호사카 유지 /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 기타 신문들은 한국의 피해가 컸다는 근거 없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았던 곳은 조선일보라든가, 중앙일보의 일본어판이었습니다.

[자막] 코로나19와 변화하는 한일 관계. 일본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호사카 유지 / 세종대 정치학과 교수] (일본 보수 언론은) 미국이나 유럽을 비교하면서 ‘일본 상황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런 보도를 하는 거죠. 이거는 근거 없는 보도거든요. 코로나 정국에서 아베 정권이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 조사에서는 60% 넘게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나와서 아베 정권이 빨리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 다음 바뀌는 정권하고 현재 한국 정권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또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그런 일본 내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한국 언론의 정확한 분석 보도가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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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우리 국민들의 NO JAPAN,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4명 중 3명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참여할 것인가 질문에는 70%가 그렇다. 앞으로 예정되는 지속 기간은 2년 이상이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습니다.

[강유정] 작년에 불매운동이 많이 일어났을 때 민족주의 때문에 신뢰를 잃는 그런 감정적인 민족이라는 얘기를 해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제는 가격 대비 상품의 가치를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 어떤 점에서 훨씬 더 가치 소비가 중요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윤리적 소비, 이념적 소비라는 것을 사람들이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일본 기업 철수라는 어떤 현상을 만들어내면서 효능감 내지는 타격감까지 가져다 줬거든요. 그래서 지금 더 지속되고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는거죠.

[이명찬] 제가 깜짝 놀랐던 게 그때 일본의 후유노 소나타, 겨울연가 엄청났지 않습니까? 그 열기, 한류의 그 힘을 바탕으로 현대 소나타를, 배용준이 광고를 하면서 팔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팔렸어요. 이게 일반적입니까? 한국 제품은 조잡하다, 한국 건 사지 말자. 이런 마인드가 일본에 너무 강해요. 그러면 한국의 불매운동이라는 게 과연 이게 무슨 국뽕이고 이걸 제대로 한번 파헤쳐서 한번 조사를 해봤다면 과연 그런 기사를 쓸 수 있었을까? 도대체 이 언론들은 어느 나라 언론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최욱] 실제로 불매운동 시작했을 때 우리 언론들은 파시즘, 야만적 이런 단어로 불매운동 자체를 굉장히 비판 많이 했었거든요.

[이명찬] 그런 잣대로 본다면 현대 자동차 1년에 2대, 3대 팔린 건 야만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파시즘 할아버지가 되죠.

[최욱] 할아버지까지 갑니까?

[임자운] 불편한 지점들이 사실 있었거든요. 일본 사람 전체가 아니라 일본 정치인을 겨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고 일본 강제 징용 가해 기업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대법원장을 직접 접촉해서 사법 농단 사태에서 계속 거론됐던 김앤장 변호사들, 그들을 더 겨냥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일본 전체를 비판하다가 불매하다가 결국에는 관련 업계 종사하는 한국 사람들은 죄 없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분별력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죠.

[최욱] 그런데 실제로 그런 분별이 있는 불매운동이 진행이 됐습니다. 서울의 한 구청장이 관할 구의 길거리에 NO JAPAN 깃발 달려다가 얼마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그거 취소했거든요.

[임자운] 그런데 우리 언론이 그거를 강조했느냐,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무분별하고 감정적인 불매운동을 강조를 하면서 그것이 또 정부의 부추김 탓이라고 이어가다 보니까요. 결국에는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 국민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그러한 메시지가 전달이 되어야지 한일 관계 개선에 일종의 동아줄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우리나라 언론이 정말로 한일 관계 개선을 바랐다면 이 지점에 포인트를 맞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관계 개선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도 드는 거죠.

[이지은] 불매운동이 사실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여전히 우리 언론은 그거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문화일보 8월 7일자 칼럼을 눈여겨 봤는데 초반에 전두환 정부 당시 부패추방결의대회가 부패를 줄인 것이 아니라 상징, 형식에 대한 집착이었다고 하면서 글을 시작을 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마치 상징과 형식이었고 불매운동 역시도 사실 아무런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상징적인 이벤트에 불과했다. 우리 국민들 중에서도 여전히 일본의 게임기라든가 담배를 계속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한 가지 제가 지적을 하고 싶은 부분은, 지난 2018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산품에서 일본산 부품 소재의 수입 의존도는 90%를 넘는다, 2년이 지났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지금 1년이 지나고 나서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이런 변화가 있다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데이터들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최욱]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서 여러분께 소개를 해드릴까 하는데요. NO JAPAN 운동으로 판매량이 반토막 난 한국 도요타 자동차가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서 성금 1억 원을 기부했다는 훈훈한 미담 기사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여러분께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이 훈훈한 미담 기사에 쓰인 사진은 무엇이었을까요? 땡, 틀렸습니다. 바로 도요타 자동차 사진이 쓰였다는 거예요.

[이상호] 뭐야, 맞힐 기회도 안 줘.

[최욱] 이 미담 기사가 신차 광고로 순식간에 변신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또 반전이 있습니다. 이마저도 엉망이에요. 8월 11일자 기사인데 사진 설명을 보면요. “14일 오전 서울 강남 전시장에서 열린 행사” 이런 내용이 나와요. 이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자세히 봤더니 2월 14일 기사에 썼던 사진을 이제야 이걸 갖다 그냥 붙여놓은 거예요. 이거는 뭐, 의미도 없고 맥락도 안 맞고 성의도 없고 엉망입니다.

[강유정] 저는 1억 원짜리 광고 기사로 봤어요. 1억 원을 냈는데 저렇게 모든 언론사에서, 제가 찾아봤더니 거의 웬만한 언론사에서 다 다뤄졌더라고요. 도요타, 도요타, 도요타. 게다가 사진도 거의 다 실려 있고 이건 하나의 언론사를 선택해서 전면 광고를 싣는 것보다 더 이익이 아닐까. 그러면 언론은 왜 이런 데 있어서 무책임하게 어떤 한 특정 회사의 광고를 모두가 나르면서 실어도 되는가? 좀 의문스럽습니다.

[이상호] 일본 경제 도발의 계기가 된 게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에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었죠. 법원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고요.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강제 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의 문은 활짝 열어뒀다면서 지난해와는 좀 달라진 대일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지은]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가 지난해는 극일에서 올해에는 대화로 바뀌었다, 여기에 방점을 두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일본 언론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습니다. 사실상 일본에게 양보를 압박하는 것이다, 또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고 그 소식을 함께 전했고요. 특히 요미우리 신문에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을 함께 담으면서 피해자 중심주의인 문 정권과는 관계 개선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함께 담아냈습니다.

[강유정] 일본은 사실은 저는 공회전을 거듭하는 거로 보이는데 그러면 그런 대응에 대해서 일본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런 심층 분석이 있어야만 하는데요. 굉장히 적은 표본, 스펙트럼, 어디 극단만을 사용해서 언론이 굉장히 객관적인 심판자인마냥 정권이 잘 못했다, 정부가 못했다, 이렇게 훈수만 두고 있는데 결국은 불안과 위기를 더 가중하는 기사만이 더 보태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호] 최근 대다수 언론들이 주목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아베 사죄상 논란, 이건 어떻게 보셨습니까?

[임자운] 이걸 찾아봤더니 국내 한 사립 식물원에 설치된 조각상이에요. 한국 정부가 개입된 정황은 보이지 않고 식물원 측에서 설명하기를 아베 총리를 특정한 게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고 설명을 했어요. 그런데 이러한 조각상을 일본 언론과 정부가 지금 외교 문제로 비화시켜서 일본 정부의 향후 대응을 위한 일종의 소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좀 보이는데요. 일본의 이러한 태도를 방치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모든 상징적인 표현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간섭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거죠. 그러면 우리나라 언론은 여기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여기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를 그냥 인용만 하고 있다, 굉장히 무책임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욱] 이거 만든 분의 언론 인터뷰를 제가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동상이 진짜 아베라면 아베 정권이 끝나면 속죄도 끝나는 게 되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을 하더라고요. 이 동상 명칭이 영원한 속죄인데 이거 계속.

[이상호] 그러니까 아니다.

[최욱] 아니라는 거예요. 일단. 만든 분이 아니라는데 뭐, 그거를 자꾸 얘기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동상이 있다는 걸 알고 시민단체 10여 명이 철거 시위를 했다고 해요. 그러면 꼭 이럴 때 등장하는 게 있죠. 일본 언론이 과연 이거를 어떻게 다뤘는지, 그거를 또 우리 언론이 기사화하는, 이거 공식이거든요. 이거 이번에 있었습니까? 있었죠?

[이상호] 어김없이 있었군요.

[최욱] 나는 못 속여. 이거 있었을 것 같아.

[이지은] 우리 언론들이 역시나 어김없이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발끈했다, 이런 보도를 전했는데요. 조선일보 <아베 사죄 동상에 일본 정부 불쾌감... 한일 관계 악재로>, 뉴시스 <소녀상 앞 무릎 꿇은 아베 조형물, “한일 새로운 불씨” 日 언론들> 일 언론들이 이렇게 말을 했다는 거예요. 특히 세계일보 같은 경우는 시위 현장에 나와 있는 NHK와 산케이 신문 보도를 함께 전하면서 여기에서 “한국인들도 이 조형물 철거해야 한다, “반대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까지 함께 곁들여서 전달하고 있거든요.

[강유정] 우리 언론에서 매일 인용했던 신문 기억하시죠. 딱 떠오르는 산케이 신문. 산케이 신문이 지난 1년 동안 여론조사를 조작했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과 후 여론조사 중단했다고 하는데 마이니치, 아사히, 요미우리, 굉장히 많은 신문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케이를 인용하는 건 가장 극우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외에는 논리적으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거에요. 그러면 왜 인용하느냐? 한편으로는 일본과 저는 비슷한 처지라고 봐요. 우리도 종이 신문이 굉장히 열독률이 떨어지고 어떤 면에서는 소비자들이 점점 떠나는데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를 실어서 극우들은 극우들대로 만족시키고 그리고 분노하는 언론 소비자들은 분노하도록 내버려두고. 되게 무책임한 인용이 산케이 신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광복 75주년 한일 양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 언론이 담아내지 않는 그러나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참 많을 텐데 우리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씩만 해주시죠. 임자운 변호사.

[임자운]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제3국인 미국인의 입, 정치인이라든가 언론의 분석에 너무 의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상대방인 일본 언론인이나 정치인의 입장이나 분석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굉장히 이상한, 사대주의라는 생각도 들고 당사국 언론으로서 주체성을 가졌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명찬] 작년에 일본 내각부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한일 관계가 지금 나쁜 것이요. 젊은 세대는 전혀 나쁘지 않아요. (일본의) 6,70대가 굉장히 안 좋은데요. 왜 안 좋으냐 하면요. 일본의 6, 70대는 한국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고 한국의 6, 70대는 일본을 한참 올려다보고 있어요. 그리고 신문을 누가 봅니까? 이 사람들이 본단 말이에요. 지금 현재 한일 관계에 어떤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독자층을 향한 경제적인 하나의 마인드밖에 없어요. 거기에는 저널리즘도 없고 국익도 없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우리 언론인들이 일본의 현재 모습을 정확히 좀 분석한 다음에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오늘 함께해 주신 동북아역사재단의 이명찬 연구위원님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명찬] 감사합니다.

[이상호] 시민단체 회계 논란을 다룬 95회 방송에서 언급했던 내용이죠. TV조선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에 일감 몰아주기 그리고 업무상 배임 의혹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하승수 변호사 다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하승수] 반갑습니다.

[최욱] 우리 하승수 변호사님 정말 한다면 하는 분이더군요.

[이상호] 그러게요.

[최욱] 지난번에 저희 방송에 나와서 TV조선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 의혹 이것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보니까 7월에 공정위에 신고하셨고 8월 3일에 경찰에 또 고발을 하셨더라고요. 이 건에 대해서 왜 이렇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하승수] 사실은 TV조선의 전 대표이사이고 지금도 사내이사로 있는 방정오 씨가 TV조선이라는 종편 채널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거를 어쨌든 제가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거대 언론이라고 하더라도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집착하는 건 아니고요. 이미 알게 됐으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지금 하고 있습니다.

[최욱] 오늘 방송이 굉장히 볼 만할 것 같은 게요. 우리 이지은 기자가 심층 취재를 했대요.

[이상호] 그랬다면서요.

[최욱] 뭐 취재하는 걸 처음보네요?

[이지은] 의혹의 정황들을 같이 들여다보기 위해서 추가 취재를 했습니다.

[이상호] 먼저 살펴볼 것이 TV조선이 드라마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에 300억 원가량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입니다. 2018년 3월 이후 TV조선이 제작한 드라마 8편 중에 6편이 하이그라운드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하이그라운드의 제작 비율이 상당히 높기는 한데 어떤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라고 판단을 하신 건가요?

[하승수] 일단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TV조선하고 전혀 연관이 없는 회사가 아니라 35.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방정오 씨가 대주주인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제 특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 하이그라운드가 2018년에만 100억 원의 외주 제작을 TV조선으로부터 받아서 했고 2019년에는 19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른 어떤 기업들하고 이 정도 규모의 거래가 있었냐 하면 그런 게 전혀 없고 오로지 TV조선하고의 관계에서만 이렇게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요.

[임자운] 그러니까 일감 몰아주기라는 게 계열사, 모자 회사 간에 이루어져서 일감을 받는 회사의 수익이 주는 회사의 수익으로 환원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 자체도 공정거래 원칙에 위반된다고 그래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데 이번 TV조선의 경우는 하이그라운드의 지분을 가진 것은 조선방송이라는 회사가 아니라 방정오 개인이다. 그리고 하이그라운드의 수익이 TV조선 회사로는 가지 않고 단지 그 사주 일가 개인에게만 가는 구조라서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보다도 더 후진적인 방식의 일감 몰아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욱] 그게 문제일 수는 있는데 하필이면 이 하이그라운드가 TV조선에 너무 잘 맞는 드라마를 너무 또 잘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 좀 들거든요?

[이상호] 그런 가능성도 있죠.

[최욱] 없을 수 없죠. 어떻습니까?

[이지은] 드라마 외주 제작사들을 계열사 형태로 만드는 경우들이 지금 굉장히 일반화 되어있거든요. 예를 들면 CJ tvn 같은 경우는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들었고요. KBS는 몬스터 유니온 그 다음에 JTBC는 스튜디오 JTBC 이런 식으로 드라마 제작사를 만들어서 다른 외주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여기서 자체 제작을 할 수도 있고요. 하이그라운드가 다른 드라마 제작사들과 조금 다른 차이점은 역량이 없다는 거죠. 하이그라운드랑 같이 공동 제작을 했던 드라마 제작사 그리고 드라마 업계 쪽을 취재를 해봤는데 탄탄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작가진이 있는지 그리고 이걸 연출할 수 있는 연출가가 있는지, 드라마를 다른 곳으로 홍보를 한다거나 판매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든지, 이런 것들이 기본적인 제작 역량인데 이런 것들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요. “그런데 왜 하이그라운드와 공동 제작을 했습니까?” 질문을 했더니 그냥 일방적인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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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드라마 관계자 녹취

[하이그라운드 공동제작사 관계자] “하이그라운드는 저는 처음 듣습니다. TV조선 아니었나요?”라고 물어보니 “무조건 TV조선 드라마는 하이그라운드랑 한다” 그들(하이그라운드)에게 납품하고 그들은 수령하고 이거밖에 없었어요. 그냥 도급 형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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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방송사에서 외주 제작을 할 때 공동 제작을 하는 비율이 한 22%밖에 안 되는데 TV조선의 경우에는 75%를 다 공동 제작하게 하고 또 주체는 항상 하이그라운드다. 이거는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게 계약하는 방식도 되게 이상합니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라는 회사와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공동으로 TV조선 드라마를 제작을 하면 그러면 화이브라더스코리아도 TV조선하고 계약을 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라 화이브라더스코리아가 드라마를 외주 제작을 하는데 외주 제작 계약의 상대방이 하이그라운드인데요. 그러면 이게 TV조선은 하이그라운드하고 계약을 했을 것이고 하이그라운드는 화이브라더스코리아하고 계약을 하면 거래 단계를 뛰어넘는 거죠. 사실 화이브라더스코리아하고 하이그라운드하고 이렇게 계약을 맺은 걸 보면 전형적인 통행세 사례라고 저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호] 그런데 좀 의아한 게 그동안 TV조선이랑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대기업이나 정치인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줄곧 비판해 왔거든요.

[임자운] 2018년부터 지금까지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봤더니 셀트리온, 대한항공, 조국 일가, 탁현민 씨 관련된 일감 몰아주기 비판 기사가 있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런 보도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이냐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1일이죠. 민중의 소리는 하이그라운드가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 현지 법인에 60억 원을 대여해줬는데 이곳이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하 변호사님, 이게 어떤 내용입니까?

[하승수] 사실 이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가 지금까지 한 24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200억 원 정도는 이제 역외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40억 원 정도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빌렸는데요. 사실 그중의 60억 원이면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싱가포르에 있는 현지 법인에 빌려줬다는 건데 막상 알아보니까 사실은 그 현지 법인 주소로 돼 있는 장소에는 법인을 설립하고 관리하는 걸 대행해 주는 컨설팅 업체가 입주해 있었고 해외 드라마를 이렇게 판매하고 이런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게 사실은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 이런 의심이 제기되는 겁니다.

[최욱] 지금 여러 의심들을 하고 계시는데 의심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웬일로 팩트 체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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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 현지 법인의 실체?

[자막] 싱가포르 파야레바 로드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 법인을 찾아간 J

[자막] 하이그라운드 싱가포르 법인 주소지

[자막] 알고보니 A 컨설팅사 사무실

[저널리즘토크쇼 J팀] (여기 주소로 되어 있는) 하이그라운드가 페이퍼 컴퍼니 맞습니까?

[A컨설팅 관계자] 네. 맞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팀] 하이그라운드의 미스터 방은 현지에는 없죠. 당신들이 페이퍼 컴퍼니로 비즈니스를 운영해주잖아요. (이런 방식이) 쉬운 편이네요?

[A컨설팅 관계자] 네. 매우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죠.

[저널리즘토크쇼 J팀] 제가 듣기로는 드라마를 판매한다고 왔지만 거래가 오간 내역은 없는 것 같아요?

[A컨설팅 관계자] 네. 지금까지 거래 내역은 없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팀] 그래도 싱가포르에서 세금을 내기는 하는 거죠?

[A컨설팅 관계자] 네. 그래야 합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팀] 한국에도요?

[A컨설팅 관계자] 음. 한국에 세금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싱가포르에서 유통을 하고 미디어 제품을 팔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세법에 따르면 미디어의 경우 세금을 받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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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싱가포르 법인은 싱가포르 법에 의해서 설립이 됐는데 상당히 약간 투명하지 못한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공개되는 자료가 별로 없고 그래서 우리나라 하이그라운드 감사 보고서에 약간의 자료들이 나와있는데요. 이 자료들을 보면 특별하게 어떤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지금 확인할 수가 없고. 빌려간 돈에 대한 이자는 이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해외 현지 법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법인에게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줄 이유는 없거든요.

[이상호] 그러니까 하이그라운드가 재무 상태가 너무 좋아서 60억 원을 충분히 빌려줬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또 얘기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하승수] 사실은 200억 원이라는 돈을 역외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면 상당히 많은 투자를 받은 겁니다. 이 회사 규모로 보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또 국내 기업 두 군데로부터 40억 원을 차입했을 정도로 자금이,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거죠. 빚을 내가면서까지 돈을 빌려서 싱가포르 법인에 60억 원을 빌려줬는데 그 회사는 지금 뚜렷하게 영업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이건 이 자체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봅니다.

[이지은] 덧붙이자면 싱가포르 법인이 그러면 이렇게 투자를 받을 정도로 역량을 갖추고 있냐, 가능성이 있느냐까지도 한번 봐야 하는데요. 해외에서 드라마를 팔려면 지적 재산권이 있어야 하고 해외 판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 하이그라운드는 이상하게도 지적 재산권을 가져가지 않는다. 해외 판권을 가져가지 않는다. ‘국내 방영권에 대한 것만 우리가 이익을 가져갈게’라는 태도를 계속 취해왔다는 거예요. 그거는 다시 말하면 해외에 팔 수 있는 컨택 포인트가 없고 인프라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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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TV조선과 하이그라운드 측에 공정거래법상 부당 거래 정황과 싱가포르 현지 법인의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TV조선 측은 다음과 같이 답변해왔습니다.
“TV조선과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와의 거래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였습니다”
하이그라운드 측은 다각도로 취재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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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제작사인데 제작도 하지 않고 싱가포르에 있는 회사는 겉으로 봐서는 유통 판매를 하기 위한 회사인데 그런 실적도 없는데 돈은 들어가 있다는 거잖아요. 분명히 이게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이고 결국은 이 이익이 어디로 가는가는 결국 고발하고 법적인 수사 과정을 통해서 좀 드러나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이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핵심은 바로 방정오라는 인물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궁금해서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이 방정오라는 인물, 2006년에 조선일보에 입사를 했더라고요. TV조선 마케팅 실장 상무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요. 2016년에는 TV조선 제작 및 편성 담당 상무이자 미디어 사업 본부장 그리고 디지틀조선일보 이사를 역임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뚱맞게 영어유치원 컵스빌리지 대표이사를 했더라고요?

[이상호] 방정오 씨가 2017년까지 약 4년간 컵스빌리지의 대표이사로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하이그라운드 대주주였고요. 이 두 회사 간 재정 문제도 좀 살펴 보셨다면서요?

[하승수] 이 문제는 하이그라운드라는 회사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그 중 일부 19억 원이 컵스빌리지라고 하는 영어유치원에 역시 대여를 해준 겁니다. 2018년에 19억 원을 빌려줬는데 2019년 말에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거고 이런 거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채권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어떤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면 그거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데 그래서 이 부분은 업무상 배임으로 지금 고발을 한 상태입니다.

[이상호] 하이그라운드가 돈을 빌려준 2018년 당시에도 컵스빌리지가 방정오 전 대표와 관계가 있는 회사였습니까?

[하승수] 2018년 당시에 방정오 씨는 컵스빌리지 대표이사는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방정오 씨와 관련된 사람들이 여전히 지금 컵스빌리지의 이사나 감사를 맡고 있습니다. 또 하이그라운드 감사 보고서에도 컵스빌리지가 특수 관계인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임자운] 이게 기업과 무담보 대출에 대해서는 사실 올해 4월에도 아모레퍼시픽 그룹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고 그때는 계열사에 대한 무담보 대출이었거든요. 거기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를 했고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평가도 나왔었죠. 그런데 이거는 자회사잖아요. 그래서 전체 수익 구조를 고려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판단이 들어가면 또 업무상 배임이 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 건은 자회사 문제는 사실 아니죠. 그리고 하이그라운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컵스빌리지에 빌려준 대여금을 모두 대손 충당금으로 처리를 했는데 무슨 말이냐 하면 돈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할 것 같으니까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거든요. 처음부터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빌려줬으면 그 자체를 업무상 배임이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업무상 관련 없는 회사에 수억 원을 빌려주고 대손 설정을 했다면 회삿돈을 결국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이죠.

[이상호] 컵스빌리지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이지은 기자?

[이지은] 돈을 빌려준 하이그라운드 입장에서는 약간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컵스빌리지가 지난달에 돌연 운영 중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컵스빌리지의 폐원 통보 시점이 공교롭게도 TV조선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그다음에 업무상 배임 의혹 이런 것들이 언론을 통해서 퍼져나가던 그 시점이었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어서 저희가 컵스빌리지 현장을 한번 다녀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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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컵스빌리지 취재

[자막] 7월 중순 카페 게시글 영어유치원 컵스빌리지 폐원 소식

[저널리즘토크쇼J] 컵스빌리지 폐원했나요?

[컵스빌리지 학부모] 7월 말로 폐원했어요.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라고 하네요.

[자막] 2020.08.18 서울 용산구 컵스빌리지

[자막] 불이 켜져 있는 건물

[건물 관리인] 어떻게 오셨어요?

[이지은 / KBS 기자] 저희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서 나왔는데요. 컵스빌리지 갑자기 폐원한 거 관련해서 문의드리고 싶어서 왔는데요. 유치원 관계자는 안 계세요?

[건물 관리인] 네 지금 여기 운영 안 해요. 건물이 임대라서 (유치원은) 세입자였던 거예요. 비 온 것 때문에 제가 확인하려고 잠깐 나온 거라서 늘 닫혀있어요.

[자막] 정말 문 닫았을까?

[이지은 / KBS 기자] 컵스빌리지 영어유치원 혹시 지금 매물 나와 있나요?

[A 부동산 관계자] 아뇨. 저희한테는 없어요. 그게 아마 조선일보 쪽에서 가지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 쪽에 확인 한 번 해보시죠.

[B 부동산 관계자] 매물로 나와 있지는 않고요. 계약한 지 얼마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막] 폐원 신고는 했을까?

[이지은 / KBS 기자] 컵스빌리지 폐원 절차가 마무리된 건가요? (2020.08.18)

[중부교육지원청 관계자] 폐원 신청 들어 온 적 없어요. 지금 계속 개원 상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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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J의 확인 결과 조선일보는 컵스빌리지 관련해서 2014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총 7건의 기사를 냈습니다. 특히 2014년 2월 3일자 기사에서는 조선 에듀케이션의 교육 콘텐츠 제작 사업 운영 경험과 결합돼 체계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라고 전했는데 방정오 대표 개인 사업임에도 조선미디어그룹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거든요.

[하승수] 어떻게 보면 사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이 언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조선일보나 조선일보 관련한 매체를 보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기사를 보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보는 셈이지 않습니까?

[임자운] 언론사 세습 경영의 가장 나쁜 폐해다. 독자들을 적극적으로 기만한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심지어 이 컵스빌리지 입학 설명회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했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특별히 숨길 의도도 없어 보여요. 언론사 사주 가문의 굉장한 오만함인가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강유정] 심지어 조선일보 사주 일가 위기였던 故 장자연 사건 때는 조선일보에서 대책반을 꾸려서 수사를 맡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언론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득권으로서의 힘을 다 발휘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때는 왜 기자들이 사주의 어떤 점에서는 비윤리적인 행위로 추측될 수 있는 그 부분에 대해서 취재하고자 하는 기사가 없었던가? 언론사로서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역할 그리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자꾸 어긋났다는 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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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저널리즘토크쇼J 제작진은 조선에듀케이션 측에 영어유치원 컵스빌리지 관련 기사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선에듀케이션 측은 “컵스빌리지 관련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현재 이직을 한 상태이다. 컵스빌리지와 자사는 무관한 회사이기 때문에 관련해 더 이상 언급할 부분이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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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TV조선이나 조선일보에서 이와 관련해서 다루지 않는 거, 사실 저는 좀 이해 갑니다. 쉽지 않죠. 그런데 왜 다른 언론사도 이거를 안 다루냐는 거죠. 우리나라 언론들이 회계의 투명성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많습니까?

[이상호] 그렇죠.

[최욱] 이거는 저로서는 매우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때요?

[이지은] 의혹이 나왔을 때 언론들이 얼마나 보도를 했는지를 한번 살펴봤는데요. 한겨레신문에서 보도한 게 전부였고요. 방송 뉴스는 지상파 세 곳, 종편 네 곳 살펴보니까 KBS하고 SBS가 각각 한 건씩 보도를 했고 MBC는 2건을 보도했습니다. 종편 채널인 JTBC, 채널A, TV조선, MBN는 모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강유정]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도 KBS가 공영방송이라서, 다른 말로 하자면 사주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자사 비위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대개 사주가 있는 모든 언론사들이 선택적으로 게이트키핑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도 몇몇 언론들이 다루기는 다뤘지만 사주가 있는 기성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는 거예요, 탐사 혹은 후속 취재가 필요한 보도일수록 다른 언론 매체에서 받아줘서 크로스체킹하면서 만들어가서 팩트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는 거죠.

[임자운] 덜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이게 독자들 입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거든요. 조선일보가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인데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일단 독자들은 좀 머쓱하죠. 이게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던가? 나아가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언론사들은 원래 그렇구나,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거구나. 이거 굉장히 나쁘고 위험한 시그널이잖아요. 그러니까 한국 저널리즘 전반의 신뢰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게 무너지면 사실 다른 언론사들이 좋은 기사를 쓰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굉장히 좀 더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은] 2013년에는 한국일보의 장재구 회장이 200억 원 횡령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이 됐습니다. 이거를 기사화 한 곳이 미디어비평지와 기자협회 여기가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검찰도 고발되고 나서 50일 동안 소환도 하지 않고 손놓고 있다가 막 편집실이 폐쇄가 되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도 조금씩 움직이면서 보도량이 늘고 하다 보니까 수사에 속도를 붙였죠. 그러고 나서 2014년도에 338억 원 횡령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이 선고가 됐습니다. 언론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보도를 하면 결국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거를 충분히 우리가 학습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서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욱] 사측이 편집국을 폐쇄하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굉장히 큰일 아니겠습니까?

[이상호] 그렇죠.

[최욱] 이 일이 있은 이틀 후에 5대 일간지 중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이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장재구 전 회장의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는 일이 있었는데 이거는 또 조선일보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언론사가 보도했어요. 이거 어떤 기준으로 보도하고 안 하고가 결정되는지, 저로서는 많이 어렵네요?

[이상호] 지금까지 살펴본 의혹들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업무상 배임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위에 의해서 과징금을 받게 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평가에서 10점 감점 요인이 됩니다. 이건 그만큼 언론사 사주 일가의 잘못된 행위가 저널리즘에 큰 타격을 준다는 얘기 아닐까요?

[임자운] 방통위의 방송 평가 기준에 보면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 공정거래법 준수 여부 이런 것들이 평가 기준으로 들어와 있어요. 그러니까 이런 조항들이 그냥 만든 조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보여줬으면 좋겠고요. 사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활용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심지어 경계심도 없고 그런 언론사의 방송 행위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언론 생태계에 있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승수] 지금까지 드러난 것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위법 행위나 문제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공정거래위원회 또 검찰, 경찰, 국세청 같은 국가기관들이 이런 위법 행위에 대해서 엄정하게 다뤄줬으면 좋겠고 언론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언론계에 있다고 해서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눈감아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이번에도 팩트로 송곳 같은 비평을 해주신 하승수 변호사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승수] 감사합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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