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3월 입주한 신축 아파트 다음해 1월 반영하는 주택 통계

최현주 입력 2020. 8. 24. 00:04 수정 2020. 8. 2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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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맛대로 맞춘 통계로는
부동산 정책 실패 가릴 수 없어
최현주 경제정책팀 기자

0.62%(한국감정원) 대 7.04%(KB국민은행). 지난 17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누적)이다. 양쪽 격차는 11배를 훌쩍 넘는다. 조사 대상과 방식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정부는 주택 통계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민간(국민은행)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다. 전셋값의 통계 산정 방식에도 손을 대겠다고 밝혔다. ‘코드 맞추기 통계’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1986년 국내에서 첫 주택통계 작성을 시작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는 국가 승인 통계였다. 2013년 국가 승인 통계기관이 된 감정원은 과거 통계를 국민은행에서 넘겨받았다. 이런 감정원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택 통계에선 서울 아파트값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의 모든 아파트값을 조사하지는 않는다. 대표성 있는 아파트 단지를 골라 표본 주택으로 삼는다. 이 표본 주택 수에서 감정원이 국민은행에 밀린다. 감정원이 조사하는 월간 아파트값 동향의 표본 주택은 1만7190가구, 주간 아파트값은 9400가구다. 반면 국민은행은 월간 아파트값 3만5000여 가구, 주간 아파트값 3만1000여 가구를 표본으로 한다.

감정원이 연간 단위로 표본 주택을 재정비하면서 생기는 허점도 있다. 예컨대 5000가구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3월에 입주를 시작했더라도 다음 해 1월부터나 통계에 포함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의 분위기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내건 매물 정보란이 비어 있다. [뉴시스]

조사방식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국민은행 통계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입력하는 가격이 통계의 바탕이다. 신축 아파트도 바로 통계에 반영되고 가격 변화도 빠르게 적용된다. 물론 가격에 거품이 낄 가능성도 있다. 중개업소가 입력하는 가격이 집주인의 매도 희망 가격인 ‘호가’일 수 있어서다.

감정원 통계의 바탕은 실거래가다. 실거래가 없으면 인근 아파트 단지의 거래 사례를 바탕으로 감정원 직원이 ‘거래 가능 금액’을 추정한다. 이 과정에서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은 거래 후 30일(지난 2월 이전은 60일)이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이 적으면 통계상 집값 변동 폭도 작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래 가능 금액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 가격 통계는 수많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정확한 진단과 판단을 위한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정부 ‘입맛’에 맞춰 통계를 ‘수술대’ 위에 올린다면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시도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최현주 경제정책팀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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