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일찍 폐장.. 여름장사 공친 해수욕장

부산/박주영 기자 2020. 8. 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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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이런 날벼락 처음"

"여기 해운대서 나고 자라 여름 장사를 수십 년 했는데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지예."

23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돼지국밥을 파는 상인 장영국(49)씨는 "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장사를 좀 하나 했더니 코로나로 조기 폐장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지난 15~17일 연휴 때 61만명이 몰렸다. 올여름 유일한 사람 구경이었다. 곧바로 코로나가 재확산하며 예년보다 열흘이나 이른 지난 21일 부산 해수욕장 7곳이 일제히 폐장했다. 해수욕장 개장 이후 처음이다. 해운대구에 청소비로 공탁금 1200만원을 걸고 파라솔 대여를 해온 양모(58)씨는 "지난해는 매출이 50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의 1을 못 채웠다"며 "공탁금을 돌려받아도 아르바이트생 4~5명의 인건비조차 못 줄 상황"이라고 했다.

아듀 파라솔… 올해 전국 해수욕장 모두 폐장 - 23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파라솔이 누워 있다. 코로나가 재확산하며 경포해수욕장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이 예년보다 7~10일 당겨 조기 폐장했다. 서해안 최대 규모인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올해 방문객은 290만명으로 지난해 450만명보다 160만명이나 줄었다. 사상 최장 장마가 끝나고 반짝 매출을 기대하던 인근 상인들은 “예년에 비해 매출이 25~30%밖에 되지 않았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최장 장마가 끝나자마자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전국 해수욕장이 예년보다 7~10일 앞당겨 폐장했다. 여름 한 철 장사에 생계가 달린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인건비, 집세, 대출 이자를 어떻게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 피해 업체들은 주로 파라솔·모터보트 대여, 노래방업체, 조개구이·꼬치노점 등 영세 상인이 대부분이다. 조기 폐장을 해도 시민들의 개별 방문은 가능하다. 방역 인원도 이달 말까지 배치된다. 그래도 방문객은 예년에 비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날 해운대에서 마스크 착용 계도를 하던 봉사자 유모(58)씨는 "일주일 전에 비하면 사람들이 10%가 안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방문객들이 몰려들던 해운대 인근 구남로도 이날은 휑했다. 구남로에서 호떡을 파는 장모(72)씨는 "작년 여름철엔 하루 10만원 이상 팔았는데 올해는 3만원을 겨우 채운다"며 "먹고살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 속초시 해수욕장은 23일 자정부터 폐장했다. 예년보다 일주일 빠르다. 속초시 대포동 외옹치해수욕장 인근에서 객실 20개짜리 펜션을 운영하는 김용진(45)씨는 매일 아침 예약 취소 전화로 일과를 시작한다. 하루 평균 4통 정도다. 매년 예약 전쟁이 벌어지던 그의 펜션은 텅 비어 있다. 김씨는 "장마에다 코로나로 올해 장사는 다 망했다"고 했다.

이날 속초의 낮 기온은 30도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았으나 해수욕장 인근 음식점은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속초 해변에서 6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전영한(63)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봤지만 오늘도 공을 치고 있다"며 "음식 재료는 기한이 다 돼 썩어나가고 매출은 평년의 20%가 안 돼 속병이 날 것 같다"고 했다. 해수욕장에서 모터보트 운행업을 하는 양양군의 한 레저업체 관계자는 "올해 영업을 위해 보트 20척에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비조차 건지지 못했다"면서 "기름값에 수리비, 인건비가 고스란히 적자가 됐는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했다.

서해안 최대 규모인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올해 방문객은 290만명으로 지난해 450만명보다 160만명이나 줄었다. 해수욕장에서 조개구이집을 임차해 운영하는 김동우(38)씨는 "올해 장사는 작년의 3분의 1수준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식당에는 저녁 시간인 오후 6시가 되도록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근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월 임차료 90만원을 벌어보려고 노래방은 남편에게 맡기고 저 혼자 지난달에 떡꼬치 노점을 차렸는데 이달까지도 손님이 없어 결국 접었다"며 "둘이서 올여름 헛장사를 한 꼴"이라고 했다. 해변 인근에서 국밥집을 하는 40대 김모씨는 "보시다시피 손님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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