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민주당 '백약이 무효'..지지율 회복 조건은

2020. 8. 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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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김부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사진 왼쪽부터)가 지난 8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약이 무효’라는 속담이 있다. 요사이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 속담을 자주 떠올릴 법하다. 매주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여당과 야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지지율을 올릴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당이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다면, 언론과 여론이 주목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 흔한 컨벤션 효과도 사라진 듯하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국민 시야에서 여당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여론과 언론 관심이 사라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현재 민주당 당대표 경선 룰을 보면, 전국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국민여론조사 10%, 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승자를 결정하게 돼 있다. 1인 2표제로 실시하는 최고위원 투표도 같은 비율로 합산한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지극히 미미하다.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주류인 친문(親文) 세력 눈에 들어야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내가 더 친문’이라는 경쟁만 있을 뿐, 논쟁도 비판도 없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 수가 없다.

문제는 당내 경선 후보들이 ‘친문에 대한 구애’를 할수록, 후보 개인의 대중적 지지는 떨어진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8월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8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3%)를 보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의원 지지율이 역전됐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19%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이낙연 의원은 17%를 얻어 2위로 내려앉았다.

이 여론조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한국갤럽 해당 여론조사에서는 내후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문항이 있었다. 여기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5%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선후보 1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 지지자들은 87%가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고, 9%만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니 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이 지사 지지자 중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고른 응답자는 63%였고,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선택한 사람이 27%로 집계됐다. 이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27%는 이 지사를 ‘정권 교체의 적임자’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재명 지사는 분명 여당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의 적임자’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당 속 야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같은 정당 소속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곧 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당 지지자 중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여당 속의 야당 인사’로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은 셈이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이재명 지사가 때때로 친문 정권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여당 내에서 여당에 맞설 인물’을 고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여당 성향 유권자조차 현재 민주당 모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의 여론 패턴을 보면, 이재명 지사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여당 속의 야당’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이 지사가 탁월한 정치 감각과 누구보다도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 감각이란 결국 여론 흐름을 잘 감지하고 이를 대변하는 것이다. 당내 친문 인사들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급을 할수록, 그 대비효과 덕분에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더 상승한다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 지지율뿐 아니라 친문이 주류인 여권 지지율도 이 지사 지지율과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장관의 딜레마가 있다. 대선 후보 지지율을 생각하면 친문과 청와대에 각을 세워야 하는데 그러자니 당대표 경선 승리와는 멀어지게 생겼다. 반대로 친문적 스탠스를 유지하자니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이 눈에 빤히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청와대도 걱정이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하락하면 당대표가 누가 되든 청와대와 거리를 두려 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레임덕이 오고, 레임덕이 오면 원하는 일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때문에 청와대는 지금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랄 것이다. 지지율이 오른다는 것은 통합당 지지로 돌아선 일부 중도층이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여당 속 야당’이라는 단어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문제는 뜻대로 될 것인가다.

종합해보면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첫째 대통령 지지율이 항상 민주당 지지율보다 우위에 있으며, 둘째 민주당 지지율이 통합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사 당대표가 비문(非文)이 되더라도, 청와대 의중을 국회에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이런 희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부동산 가격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돼야 하고, 둘째,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효율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성공하면 청와대는 당분간 레임덕 걱정 없이 정국을 운영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청와대의 걱정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더라도 당내에서 친문은 계속 주류로 남아 있겠지만, 그 영향력은 매우 축소될 테다. 이렇게 되면 당내에서 분열 양상이 발생하고, 차기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세력 재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청와대도 부지런히 지지율을 올리려 노력하는 것 같다. 청와대가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만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여당이 독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지지율 하락의 중요 원인이라 생각해서,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어쨌든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보면) 만남 제의 방식을 두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자칫 상대를 위한 들러리만 섰다는 비판을 받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3호 (2020.08.26~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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