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진 밀리고 진료 취소..의사파업에 환자들 뒷전

온다예 기자,강수련 기자 2020. 8. 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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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어 전임의 집단휴진 첫날..시민들 불편 호소
26~28일 전국의사총파업 현실화땐 의료공백 본격화
대한전임의협의회 소속 전임의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사 가운을 벗어 들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대한전임의협의회는 24일부터 차례로 단체행동에 돌입해 26일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전임의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0.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강수련 기자 = 대학병원 임상강사 전임의(펠로우)의 단체행동이 시작된 24일, 병원 현장에선 의료계 파업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환자들이 다수 목격됐다. 시민들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임의는 단계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해 26일 대한의사협회 주도 총파업에 나선다. 의협은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인다.

전임의는 앞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왔던 인력이다. 이들마저 파업에 동참하게 되면 의료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서울 내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의 일부 전임의가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선 전임의 2명이 '대화 통해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현말라'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웬말이냐' 등 문구가 쓰인 피켓(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추진 등 4개 정책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걱정은 크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인력 부족으로 외래진료나 입원, 수술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은 진료나 회진 연기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암병동에 입원한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다는 손모씨(43)는 "입원병동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해주시던 선생님들이 지금 안 계셔서 회진이 많이 밀리고 있다"고 착잡해 했다.

그는 "지금은 불편한 점이 조금 있지만 아직까진 괜찮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지면 진료받기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텐데 불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호자 유모씨(64)는 "아버지가 신장 관련 질환으로 입원 중이신데, 투석 일정도 내일로 미뤄졌다"며 "오전에 회진도 없었고 앞으로 교수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1년째 입원 중인 어머니를 돌보는 보호자 A씨(30대)는 의사들의 파업으로 생긴 피해를 환자들이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우선 회진 자체가 굉장히 늦어지고 있다. 피해는 환자들이 다 보고 있는 셈"이라며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하는데 환자가 피해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과 로비가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전공의들에 이어 대한전임의협의회는 24일부터 차례로 단체행동에 돌입해 26일부터 전국의 모든 병원에서 전임의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0.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외래진료를 보러 온 환자들의 불만도 다수 나왔다.

내과 진료실 앞에는 대기하는 환자들이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고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환자들은 50명 넘게 대기 중인데 안내판에는 '상담 지연' 안내문이 수시로 떴다.

노모씨(50대)는 "보통 때는 시간을 맞춰 진료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대기가 긴 편"며 "의사가 파업한다고 해도 어쩌겠나. 아픈 환자들은 이렇게 기다리면서라도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전임의 등이 차례로 휴진에 나서면서 주요 대형병원은 외래 진료와 신규 환자 입원, 수술 등 일정을 축소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응급실에서 내과 중환자실로 올라가는 환자들은 받기 어렵다는 내부 공지를 보낸 상태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 시설 점검으로 인해 외부에서 중환자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전공의 파업 여파도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이 환자의 양해를 구하고 진료나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박모씨(54)는 "24일 신경외과 첫 수술이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더 앞당길 수 없겠냐고 물어봤다"며 "더 늦어지면 수술이 얼마나 연기될지 모른다고 해서 빨리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등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7일 전공의 파업, 14일 1차 전국의사총파업을 벌였다. 전공의들은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2년차 순으로 잇따라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총파업에는 개원의, 전공의, 전임의, 봉직의 등 의사 전 직역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파업규모는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의협은 단체행동에 나서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2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긴급 면담을 가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대전의 측은 코로나19 진료 참여가 전공의 단체행동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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