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송구하지만 우리 목소리 들어주세요"..피켓시위·헌혈 병행

온다예 기자,강수련 기자 2020. 8.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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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지하철역 앞 곳곳서 피켓시위..헌혈도 진행
"의료현실 반영못한 정책 막기 위한 것"
대한전임의협의회 소속 전임의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의사가운을 벗어 들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2020.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강수련 기자 = 의료계 2차 총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선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도 24일 첫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피켓(손팻말)시위를 본격화하고 헌혈운동에 동참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의료계 현실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당부했다.

24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앞에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전공의 9명이 '공공의료 의사증원? 중요한건 여건이다' '경기도가 의료취약? 통계해석 왜곡말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에 나섰다.

시위 참가자 A씨는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 시민들의 오해가 많으신 것 같다"며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하나로 정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알리려 나왔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추진 4개 정책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 의료계 파업을 촉발한 정책이다.

24일 파업에 나선 전문의들은 필수의료분야나 지역의 의료인력이 부족한 건 의사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진료과와 지역에 따른 불균형한 배치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A씨는 "의료계 파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 혹은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고자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피켓시위는 정부 정책에 변화가 생길 때까지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피켓시위는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중앙대병원 인턴과 의대생들도 각각 지하철 흑석역과 중앙대병원 인근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에 동참했다.

흑석역 앞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전공의는 "우리가 당장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피켓 침묵시위밖에 없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 내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된 만큼 10인 미만의 인원이 거리를 두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은 최근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한 번만 귀기울여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책임질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 전문가인 의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권의 지역표심을 위해 무분별하게 설립된 부실 의대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수조원의 세금으로 공짜의사를 만들고 국가의 통제하에 지역의료가 운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레지던트 1·2년차 순으로 잇따라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전임의 파업이 시작된 서울대병원 앞에도 피켓이 등장했다. 전임의들은 '대화 통해 체계적인 공공의료 마련하라' '무분별한 지역논리 부실의대 재현 마라'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웬말이냐'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에 나섰다.

전임의는 24일 순차적으로 단체행동을 시작해 26일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26~28일 진행)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서울 내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의 일부 전임의가 파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전공의들이 24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지하철역 인근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8.24/뉴스1 © 뉴스1 온다예 기자

일부 의료진은 헌혈 릴레이에도 동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긴 헌혈수급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진 스스로 헌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서울대병원 인근 헌혈의 집에는 이날 오전만 해도 10명이 넘는 전임의가 찾아왔다.

전임의 B씨는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도 있고 어떻게 우리 의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의료계에서 나온 제안이 헌혈"이라며 "정부가 의료 현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 추진을 결정하고 통보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씨는 비수도권지역의 의료 인력부족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정원만 늘린다고 의사들이 벽지에 가 일할 것 같지가 않다. 의료수가 현실화 등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임의 C씨 역시 "외과 등은 굉장히 기피하는 과인데, 단순히 사람만 늘린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외과에선 수술, 진료, 연구까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경이다.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단체행동에 나서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인력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날(2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긴급면담을 가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하기로 하고 코로나19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대전의는 코로나19 진료 참여가 전공의 단체행동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hahaha828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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