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자칫하단 나락 빠진다..野 돕겠다는데 망설이는 與

오현석 2020. 8.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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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어차피 정부는 4차 추가경정예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준비해야 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한 말이다. 통합당은 이날 회의 직후 “정부·여당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4차 추경과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재정 정책에 소극적이던 통합당이 먼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여권에선 이미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전날(23일)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부를 보면서 상황을 종합점검해 다음에 판단한다는 게 결론”(민주당 핵심관계자)이었다고 한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낙연 의원도 이날 오후 “지금은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해야 할 때”라며 “재난지원금 논의는 이후로 미루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갑작스레 더뎌진 여권 움직임에 대해 야당에선 “아직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여당이 1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재난지원금 딜레마에 갇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딜레마① : 3단계 격상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지금 단계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단계 격상에 대해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며 실로 막대한 경제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공공시설은 물론,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의 운영이 중단된다. 10인 이상의 모임도 금지된다. 공공기관은 필수인원 외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민간기업에도 같은 조치가 권고된다. 경제 활동이 완전히 멈추는 셈이다.

3단계 격상에 대한 우려는 전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오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3단계가 되면 경제 피해도 2단계와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그때 가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피해 규모 예측이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딜레마② : 재원 조달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서 돈을 끌어오느냐다. 예산 씀씀이를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 방식은 이미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사용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3차 추경 편성도 완료된 상태다. 현 상황에선 새롭게 끌어올 예산이 마땅치 않다. “결국 2차 재난지원금은 국채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 채무시계 [국회예산정책처 홈페이지]

하지만 국가 채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날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79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 2009년 국가 채무가 360조원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게 특히 우려스럽다”면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국가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공무원 월급을 깎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1일 라디오에서 “공무원 월급 삭감으로도 약 2조6000억원의 재원이 생긴다”며 “4개월 동안 공무원 임금 20%를 삭감해 2차 재난지원금 재원에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무원 임금 삭감 주장에 대해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딜레마③ : 보편 vs 선별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도 난제다. “재정이 부족하니 이번엔 하위 계층에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자”는 주장이 여권서도 나온다. 보편적 복지라는 기존 진보의 방향성과 다른 목소리다.

"모두에게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전 국민에 지급할 재원을 소득 하위 50%에게만 2배씩 지급하자는 주장은 헌법상 평등 원칙을 위반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당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신동근 의원은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100% 국민에게 지급하느니 하위 50%에게 두 배를 주는 것이 낫다”면서 “이러면 경제활력 효과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려줘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했다.

선별 지금엔 야당도 거들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일률적으로 전국민에 지급하는 방식은 해서도 안 되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은 소득 하위 50~70% 구간에 대해선 계단식으로 차등 지급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1차 재난지원금 때는 총선을 코앞에 둔 때라 100% 지급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지 않았나"라며 "지급 범위를 둘러싼 격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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