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에 막힌 이인영의 '작은 거래'
북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 밝혀지며 '제동'
"통일부의 의욕 과잉" 지적도
[경향신문]
이인영 통일부 장관(56·사진)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첫 사업으로 추진했던 ‘작은 거래’가 대북 제재에 발목이 잡혔다. 북한 측 사업 파트너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 기업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24일 남북 물물교환 사업 대상 기업에서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밝혔다.
앞서 국내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남측의 설탕 167t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의 인삼술·들쭉술 등 35종, 1억5000만원어치의 술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통일부는 이에 대한 물품 반·출입 승인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북측의 물물교환 파트너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에 포함된 기관이라고 보고했다. 이 회사는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추정된다. 노동당 39호실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이 추진했던 물물교환 방식의 소규모 남북교역은 구상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게 됐다. 통일부는 아직 남북 물물교환 사업이 완전히 철회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지 물물교환 사업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북측 계약 상대방인 여러 기업 중 하나”라며 “통일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남북 물품 반·출입 승인을 신청한 기업과 계약 내용 조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물교환 방식 역시 대북 제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북한 기업이 제재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는 제재와 무관하게 남북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인도적 지원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부처 사이의 정보 공유와 소통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통일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북한 기관과 사업을 추진한 것은 국정원 등 유관 기관과 정보 교류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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