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이 임금 횡령" 스태프들 검찰에 고발

심윤지 기자 2020. 8. 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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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지영 감독 고발”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왼쪽)가 24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서 정지영 감독을 스태프 임금 체불건으로 고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부러진 화살·남영동 1985 등
스태프 대표한 한현근 작가
“임금으로 쓸 영진위 보조금
정 감독 가족회사가 가로채
체불 작가·스태프 더 많아”
정 감독 측 “사적 유용 없어”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을 만든 정지영 감독(74·사진)과 제작사가 스태프들의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양태정 변호사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익제보자인 한현근 시나리오 작가를 대리해 정 감독과 아우라픽처스를 업무상 횡령·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 작가 측은 정 감독이 2011년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부러진 화살> 제작사 아우라픽처스에 지급된 영화진흥위원회 보조금을 스태프 통장에 입금했다가, 이를 다시 프로듀서 계좌로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남영동1985> 제작 과정에서도 또 다른 각본가에게 지급됐던 각본료 1000만원을 제작사 대표의 개인계좌로 돌려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한 작가 측은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 아들이 대표를, 정 감독 배우자가 감사를 맡고 있는 가족회사”라며 “정 감독은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경영권과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영진위 보조금 회수 방식으로 볼 때 정 감독이 영진위와의 지원금 약정 단계에서부터 스태프에게 지급되어야 할 급여를 가로챌 의사를 가지고 영진위를 기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이런 식의 편취 행위는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정 감독과 10년 동안 함께 작업했다. 현재도 촬영 준비 중인 정 감독의 차기작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정 감독과 작업한 동료 작가와 감독으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증언을 듣고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날 고발장 제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후배 작가는 (정지영) 감독님과 5년 동안 일하며 시나리오를 세 편 썼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하고, 또 다른 동료 감독은 3년 동안 감독님 회사에서 촬영 준비를 했는데 한 푼도 못 받고 끝났다고 한다”며 “두 사람은 영화가 제작되지 않아 수년의 세월만 낭비했다고 실의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계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이라면 늘 앞장섰던 사회운동가 정지영 감독으로 돌아와달라”며 “지금이라도 후배 스태프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정 감독에게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제보한 스태프는 5~6명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변호사는 “정 감독이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있다보니 피해자들이 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이에 한 작가가 대표로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민 아우라픽처스 대표는 통화에서 “기사로만 고발 내용을 접해 아직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부러진 화살>이 저예산 영화였지만 흥행 이후 제작사 수익의 60%를 배우, 스태프와 나누는 등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계약서 도입 이전이라 인센티브 방식으로 계약을 했고 액수도 적다보니 지금 기준에서 ‘갑질’처럼 보일 수는 있다”며 “당시 최저임금 수준은 준수했으며 단 한 푼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후 베트남전 후유증을 다룬 <하얀 전쟁>(1992), ‘석궁 사건’을 소재로 사법부 비판을 담은 <부러진 화살>(2011)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다. 최근에는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사태를 소재로 한 <블랙머니>(2019)를 연출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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