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호흡곤란·탈모 후유증..코로나 완치가 끝이 아니다

이재호 2020. 8. 2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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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중 생긴 탈모 고통 20대
가슴 통증에 머리 멍한 40대
미 중증 환자 87%가 후유증
만성피로·호흡곤란·관절통증..
스페인선 치료병원이 경과 살펴
"우리도 사후관리 관심 기울여야
24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 이정환(25)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두어달 뒤에 6월 음성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방역당국은 그를 ‘완치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씨는 코로나19의 후유증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치료 중 생긴 심한 탈모 증상 때문에 아직 피부과에 다니지만 원인은 모른다. 감염 뒤 2주간 열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결과라고 짐작해볼 뿐이다.

이씨는 24일 <한겨레>에 “치료를 위해 에이치아이브이(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약 칼레트라를 먹으면서 극심한 소화불량에 시달렸고 순식간에 몸무게가 7㎏가량 줄었다. 젊은 분들 중엔 코로나19 증상을 가볍게 생각하고 생활방역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고통을 너무 잘 알기에 주변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선 방역당국이 감염경로나 확진 통계 중심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목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정부가 밝힌 완치자는 1만4219명이다.

특히 ‘부산 47번째 확진자’로 후유증을 페이스북에 구체적으로 공개해 관심을 모은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완치자’보단 ‘회복자’나 ‘생존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제안한다. 완치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회복하고 퇴원한 지 170일이 훌쩍 지났지만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박 교수가 겪고 있는 증상은 크게 다섯가지다. 그는 통제할 수 없는 ‘만성피로’, 앉아만 있어도 불편한 ‘가슴 통증’과 ‘위장 통증’, 피부가 검붉게 변한 ‘피부질환’,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브레인 포그’를 호소했다. 그는 “증상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한다”고 밝혔다. 강의를 하기 어려워 1년 휴직도 고려하고 있다.

외국에선 이미 후유증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이 143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125명(87.4%)이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앓은 걸로 조사됐다. 만성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 통증(21.7%) 등이다. 후각 마비, 두통, 식욕부진, 기침, 현기증 등의 후유증도 보고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1% 미만의 환자는 폐 조직이 망가져 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사후) 모니터링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증환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5%가 미열·피로·기침 등을 겪어 감염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들은 사전 방역과 확진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교수는 후유증 때문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등에 연락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국가 주도로 후유증을 겪는 코로나19 회복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미국 여행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스페인에서 치료를 받은 곽아무개(58)씨는 현지 병원이 경과를 관리해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회복해 음성 판정을 받은 곽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극심하게 나빠진 간 수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음성 판정 뒤에도 병원에서 혈액 검사 등 추적관리를 해주고 있는데 추가 비용 없이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직 국내에선 코로나19 치료 이후의 추적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중증환자가 많았던 곳을 보면 중증환자의 후유증이 많이 보고되지만 아직 국내에선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로선 확산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추적관리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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