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90%가 사라졌다..아파트 중복매물 '불편한 진실'

권화순 기자 2020. 8. 25. 14: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강남권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서울 아파트값은 강남4구인 송파(-0.17%) 강남(-0.12%) 강동(-0.06%) 서초(-0.04%)를 비롯해 용산(-0.01%)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 위주로 떨어졌다.사진은 31일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중복매물을 대거 거둬들이면서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남구 은마 등 강남권 주요 단지 매물이 90%가량 사라졌다. 정부가 지난 21일부터 '허위매물'을 내놓을 경우 과태료를 건당 500만원 물리기로 하면서다.

그런데 집주인이 매물로 내놓은 아파트 1채에 대해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중복광고를 하면 불법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1채=200개 매물광고'가 불법?..집주인 동의 있으면 가능
25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행한 공인중개사법 및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21일 이후 부동산 매물을 내놓으면서 허위, 과장 광고를 하면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새로운 규제의 영향은 예상보다 컸다. 아실(아파트 실거래가 어플리케이션)에 따르면 강남권 주요 단지의 경우 '네이버 부동산' 등 온라인에 내놓은 매물광고 10개 중 9개가 사라질 만큼 파장이 일파만파였다. 중개업계에선 거둬들인 매물 광고의 90%가량이 '중복매물'일 것으로 추정했다.

가령 송파구 헬리오시티 매물 1채가 나왔다고 하면, 인근 부동산 200곳에서 마음만 먹으면 네이버 등 온라인에 중복해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집주인이 A 중개업소에만 매물을 내놔도 A중개업소가 소속된 공동중개망에 매물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과장하자면 '1건의 매물=200건의 매물'로 뻥튀기가 가능한 셈이다.

맨처음 매물을 받아온 중개업소는 매도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공동망의 정보를 활용해 매수자를 찾아온 중개업소는 매수자가 낸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물론 중개망에 들어가려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중복매물' 광고는 불법일까. 개정된 시행령이나 고시에 따르더라도 적발 대상은 아니다. 매도자가 A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중개의뢰서'를 쓸 때 공동중개망의 다른 중개업소 광고에 동의한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1건의 매물=200건의 매물광고'는 집주인 동의만 있으면 단속대상이 아니다. 집주인 입장에선 한 중개업소보다 여러 업소에서 광고를 내 준다면 거래가 신속하게 이뤄져 더 편리한 측면이 있다.

불법이 아닌데도 강남 주요 단지의 온라인 매물 광고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론 집주인이 "다른 중개업소의 광고도 허용한다"는 동의를 하지 않았는데 임의로 중개업소에서 광고를 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업계는 추정했다. 설령 집주인이 중복매물 광고에 동의했더라도 중개업소에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일 목적으로 매물 가격을 매도자의 '호가' 보다 낮게 내놨을 수 있다. 반대로 높이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등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동시 하락한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밀집 상가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집주인 모르는 '가짜 매물' 광고 가능한 이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다른 온라인 매물 광고를 참고해 같은 동의 다른층 아파트도 매물로 나온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해 매수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인근 매물 가격을 일부러 올려 허위로 내놓은 사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매도자가 매물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사례다. 부동산 매물 광고는 △인터넷 등 온라인 △모바일 광고 등이 있다. 후자는 직방, 다방 등이 있다. 전자는 네이버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광고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직접 광고를 의뢰하진 않는다.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CP(컨텐츠 트로바이더) 24곳에서 중개업소로부터 1차적으로 광고 의뢰를 받는다. 수수료의 일부를 네이버 등 온라인 업체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매도자가 직접 광고를 하거나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도니 '허위' '과장' 광고가 가능한 구조다.

거래성사 여부 몰라서 삭제 안한 광고도 적발?..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시장 혼선을 부추기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허위, 과장 부동산 광고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지만 의도치 않게 불법으로 내몰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새 규제에 따라 중개업소는 거래가 완료되면 해당 매물 정보를 '지체없이 삭제' 해야 한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아닌데도 가능한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하거나, 실거래 가격(가령 4억5000만원) 높은 호가(5억원)로 거래가 완료된 것처럼 거짓으로 광고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공동중개망을 통해 매물 정보를 파악한 뒤 온라인 광고를 올린 중개업소는 다른 중개업소에서 거래가 완료됐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지체없이 삭제'를 하기라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매매거래 성사 여부를 잘 몰라 매물로 올려 놨다가 자칫하면 과태료 500만원을 억울하게 내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정보 삭제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고 '지체없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정부 '고시'에 넣어 주관적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매물이 거래가 완료됐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매물 광고를 삭제하지 않은 명백한 사례에 대해서만 처벌을 할 것"이라며 "제도 도입 초기라 다소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투명한 매물 광고, 표시 관행이 정착하면 차츰 안정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아내 불륜 지켜보고 지퍼 내리고 사진"…기독교 대학 총장 스캔들김호중 모친, 임영웅·영탁·이찬원 험담 의혹… 소속사 "대응 않겠다""내 이혼 사유 추측하지 마"…오정연, 악플러에 "고소할 것" 경고"다 벗어도 마스크는 써라"…세계 최대 누드비치서 '150명 집단감염'"비말차단 효과 없었다" 망사마스크에 소비자들 '패닉'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