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 변신한 오리온..베트남 입맛 사로잡다

심희진 2020. 8.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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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 25년..시장 점유율 1위
양산빵 '쎄봉' 등 간편식 인기
아시아 전초기지로 급성장
호치민에 사는 52세 워킹맘 투엉 레 띠(Tuong Le Thi) 씨는 오리온이 만든 빵인 '쎄봉'에 푹 빠졌다. 자녀들의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최근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실제 닭고기 등이 들어있어 다른 간편식보다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줘 자주 애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침식사로 그때그때 꺼내먹기 편리해 대량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오리온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현지법인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제과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기존 파이류 중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특히 새롭게 개발한 양산빵 쎄봉 등의 간편대용식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총 인구가 약 6억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지역 등으로 뻗어가는 전초기지로 베트남 법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25일 오리온에 따르면 베트남 법인은 지난 상반기 매출액 1281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22%, 영업이익은 107% 늘었다. 이는 현지 진출 25년 만에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식품업계 '삼성'으로 불리는 몬델레즈 등을 제치고 제과시장 점유율 1위(20.3%)에 올랐다.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제품군 다변화가 꼽힌다. 오리온은 기존 스테디셀러인 초코파이, 포카칩 외에 간편식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2019년 5월 출시한 '쎄봉'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어로 '맛있다'라는 뜻의 쎄봉은 말린 돼지고기 등을 빵 위에 얹은 제품으로 달콤하면서 짭쪼름한 맛이 특징이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침식사로 베이커리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많아진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쎄봉의 인기는 수치로 드러난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올 상반기 쎄봉의 판매량은 4500만개로 전년 동기(130만개)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쎄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오리온은 지난달 하노이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쎄봉이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전국이 아닌 호치민 위주로 우선 판매하고 있다"며 "생산량이 뒷받침되면 다른 도시로도 판매처를 확장함과 동시에 소시지맛, 찹쌀맛 등으로 라인업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제품인 쌀과자 '안'도 베트남 법인이 자리잡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은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주재료인 쌀을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쓰는 자스민 품종 대신 자포니카 품종을 선택해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조 과정에서도 구수한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료를 불에 직접 굽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오리지널과 김맛, 가쓰오부시맛 등 3종으로 출시된 안은 2200만개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베트남 내 쌀과자 시장 점유율도 단숨에 2위(13%)로 올라섰다.

오리온의 제품력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는 글로벌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한국법인을 중심으로 연구기획팀을 신설하고 해외 제품들을 통합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승준 글로벌연구소장은 오리온 역사상 처음으로 사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을 통해 말레이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주변국으로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리적 이점뿐 아니라 브랜드 파워까지 갖춘 만큼 향후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는 데 베트남 법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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