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복구 안돼 난리판인데 태풍까지..' 눈앞 캄캄한 곡성 주민들

한산 기자 2020. 8. 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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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수리도 못 했는데 태풍까지 온다니요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에요."

8호 태풍 '바비(BAVI)'가 서귀포 남남서쪽 약 390㎞ 해상까지 접근한 25일 오후 4시에 찾은 전남 곡성군 곡성읍 신리마을.

바비는 강도 '매우 강' 상태로 26일 오후 3시 서귀포 서쪽 약 120㎞ 해상까지 접근하고, 26일 오후 9시쯤 신안 흑산도 서쪽 20㎞ 해상을 지나갈 것으로 예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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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태풍 '바비(BAVI)'가 북상 중인 25일 오후 전남 곡성군 신리 한 도로변에 이달 초 내린 많은 비로 못쓰게 된 물건들이 쌓여 있다. 2020.8.25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농기계 수리도 못 했는데 태풍까지 온다니요…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에요."

8호 태풍 '바비(BAVI)'가 서귀포 남남서쪽 약 390㎞ 해상까지 접근한 25일 오후 4시에 찾은 전남 곡성군 곡성읍 신리마을.

이곳은 지난 7~8일 452㎜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경지는 물론 집들까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비가 그친 지 20일 가까이 지났지만, 수마 흔적은 여전했다.

한 집에서는 이제야 내부가 말라 도배가 한창이었고, 수도관이 터졌던 다른 집에서는 작업자들이 벽을 뜯어내는 데 여념 없었다.

다른 마을 청년들이 망가진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도로변에 가져다 버리는 등 일손을 돕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도로변 공터는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가구가 성인 남성 키보다 높이 쌓여 있어 쓰레기매립장을 방불케 한다.

주민 정수원씨(72)는 "한평생 곡성에 살면서 물이 집 안으로 들이닥친 적은 처음이었다"며 "비가 그친 뒤로부터 날마다 복구 작업 중이지만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아직 수해 복구 작업도 못 마쳤는데 태풍까지 지나간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별다른 탈 없이 태풍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8호 태풍 '바비(BAVI)'가 북상 중인 25일 오후 전남 곡성군 대평리에서 한 농민이 이달 초 내린 많은 비로 못 쓰게 된 멜론을 들어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2020.8.25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인근 대평마을 한 멜론 영농조합법인에서는 작업자들이 수해를 입지 않은 멜론들을 선별해 출하하고 있었다.

건물 한편에는 물에 잠겨 썩거나 못 쓰게 된 멜론들이 나무 상자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법인 관계자는 "이맘때면 멜론 수확으로 바쁠 시기지만 올해는 농경지가 물에 잠겨 건질 것이 별로 없다"며 "태풍이 오기 전 하루빨리 멜론을 출하시켜 그나마 상품성 있는 것들을 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에 잠겨 고장 난 농기계와 찢긴 비닐하우스를 멍하니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농민들 모습에서 다가오는 태풍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이순씨(84·여)는 "가진 것이라고는 멜론 농사를 위한 비닐하우스 3동뿐인데 모두 물에 휩쓸려 망가졌다"며 "올 한해 농사는 끝났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마을회관 앞에서 고장 난 농기계를 닦고 있던 이모씨(74·여)는 "하루종일 수해복구 작업만 하니 힘들어서 눈도 못 뜰 지경이다"며 "이제서야 물에 잠겼던 가구들이 말라가는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 하늘도 참 무심하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8호 태풍 '바비(BAVI)'가 북상 중인 25일 오후 전남 곡성군 대평리에서 한 농민이 이달 초 내린 많은 비에 잠겼던 농기계를 닦고 있다. 2020.8.25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바비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귀포 남남서쪽 약 400㎞ 부근 해상(동경 125.5도, 북위 29.8도)에서 시속 12㎞로 북북서행 중이다.

이동속도(시속 12㎞)와 당시 위도(1도가 133.33㎞) 등을 고려해 계산하면 바비는 오후 5시를 전후해 위도 30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심기압은 955h㎩(헥토파스칼), 강풍반경 370㎞로 강도 '강'에 해당한다. 폭풍반경은 120㎞ 가량이다. 최대풍속은 초속 40㎧로 시속으로 환산하면 144㎞/h에 해당한다.

바비는 강도 '매우 강' 상태로 26일 오후 3시 서귀포 서쪽 약 120㎞ 해상까지 접근하고, 26일 오후 9시쯤 신안 흑산도 서쪽 20㎞ 해상을 지나갈 것으로 예보돼 있다.

기상청은 26일 새벽부터 광주·전남이 태풍의 강풍반경 안에 들면서 초속 10~20m(시속 36~72㎞) 강풍이 분다고 예보했다.

특히 해안지역 중심으로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40~60m(시속 144~216㎞)에 이를 수 있고, 그 밖의 지역에도 초속 35m(시속 126㎞) 강풍이 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밤 남해안에 위치한 비구름이 점차 북상해 26일 오전부터 27일까지 광주·전남 전역에 100~300㎜ 비가 내릴 전망이다.

s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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