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제츠의 '서울 패싱, 서훈 부산 호출' 해명 못 한 노영민 실장

노석조 기자 2020. 8. 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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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과 노영민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조선일보 DB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지난 21~22일 방한하면서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을 굳이 찾은 이유에 대해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신 노 실장은 ‘과거에도 그랬던 적이 있다’ ‘우리도 베이징이 아니라 다른 도시를 가곤 한다’는 식으로 정확한 이유는 안 밝히고 부수적인 사례를 대며 말 돌리기를 했다.

일각에선 “이번뿐 아니라 과거에도 양 위원이 부산을 고집해 서울에 근무하는 한국 고위당국자를 오게끔 했다는 건 중국이 상습적으로 ‘한국 길들이기’를 한다는 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 당국자가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방 도시를 찾은 것은 오히려 중국이 우리 당국자를 불편하게 지방으로 부르며 홀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다. 양 위원은 이번 부산행을 본인이 원했고, 이에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불려간 형식이었다.

하지만, 우리 당국자가 베이징이 아닌 청두 같은 지방 도시로 간 것은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이리로 오라’고 해서 간 것으로 기본 전제가 완전히 다르다. 노 실장은 이런 결정적 차이를 말하진 않고 양국간 수도 외 도시를 찾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는 식으로 둘러댄 셈이다.

지난 22일 부산에서 회담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 /연합뉴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노 실장에게 “왜 양 위원이 서울이 아니라 부산을 찾았느냐”면서 “누가 부산을 회담지로 하자고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실장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부산에 와서 회동했다”면서 “우리가 베이징이 아닌 칭다오를 갈 때도 있다”고 했다.

노 실장은 또 조 의원이 ‘중국이 부산을 먼저 요청한 것이냐’고 하자 “예, 뭐 그것은 뭐, 네!”라며 시인했다. 노 실장은 이어 ‘중국이 부산을 선택한 건 수도권 코로나 확산 때문이냐’는 질문이 들어오자 “그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에 조 의원이 “어떤 거죠?”라고 하자 노 실장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했다. “왜 곤란하냐”고 질문이 이어지자 노 실장은 “밝히지 않기로 양국 간에 그렇게 돼 있다”고 했다. 노 실장은 이어 "서울에서 만날 때는 공항을 통해서 들어오고 하면서 대부분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험적으로 부산에서 회담하면 보안이 지켜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2018년 양 위원이 방한할 때)도 언론이 1년 가까이 몰랐나 그랬을 것이다”며 “보안의 목적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 위원의 이번 방한은 2018년 비공개 방문했을 때와 달리 사전에 청와대가 먼저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 도착 시각까지 다 알려진 상황에선 양 위원이 김포공항에 도착해 서울의 숙소로 이동하든, 김포공항에서 부산공항으로 이동해 부산에서 숙소로 이동하든 보안상 큰 차이는 없다. 동선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 가능 범위는 엇비슷하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양 위원이 부산을 고집하는 바람에 한국 외교안보 사령탑인 서훈 안보실장이 좋든 싫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연출돼버렸다”면서 “정부는 대외적으론 별문제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더라고 내부적으론 진지하게 이번 방문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외교부 차관은 “정부가 양 위원의 ‘서울 패싱’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면 다음에 서훈 원장이 방중(訪中)할 때는 양 위원보고 홍콩이나 연변으로 오라고 해 회담을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대중 굴욕 외교’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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