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깔세'까지 등장한 대학가.."25년 장사하면서 이런 적 처음이네요"

조현기 기자,이비슬 기자 2020. 8.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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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회기 대표 대학 상권도 썰렁.."학생들 웃음소리 그리워"
매출 '반토막' 기본.."2학기 개강하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상점가 © 뉴스1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이비슬 기자 = "25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적 처음입니다"

고려대 참살이길에 25년 동안 '유자유 김치떡볶이'를 운영하는 임정택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사랑제일교회 확진자가 터져나온 지난주 토요일부터 (매출이)급격하게 줄고 있다"며 "2학기에는 활기도 살아나고 학생들도 많이 왕래 많이 하고 신바람이 날 것 기대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고대 앞에서만 25년 동안 장사 중인데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라며 "이렇게까지 상권이 침체된 적이 없다"고 가슴을 내리쳤다.

2학기 개강을 목전에 두고 터진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 주요 대학가(街) 상인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돌아본 서울 신촌·이대·회기 등 서울 대표적 대학 상권 상인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의 극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고려대 앞과 회기역 인근은 새학기 개강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은 텅빈 가게 안에서 공허한 눈으로 TV를 주시했고, 푹푹 찌는 날씨와 달리 거리는 을씨년스러운 기운마저 감돌았다.

외대·경희대 등이 위치한 회기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경희대 정문 앞에서 19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한식집 솔낭구 사장님은 "(이미 1학기에)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며 "얼른 코로나19가 진정돼서 대면 수업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앞 식당에서 재잘거리면서 즐기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며 "애들이 와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음식점.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 뉴스1 이비슬 기자

연대·이대·서강대 등이 몰려있는 신촌·이대 상권도 심각했다. 특히 이대 상권의 경우에는 10곳 중 2곳꼴로 임대라는 문구가 붙어 있을 정도로 공실이 많은 상황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임대'라는 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화여대 정문 오른편부터 신촌역(경의중앙선)까지 이어진 중심 거리에 있는 점포 54곳(1층 기준) 중 14곳이 '임대'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중국인 관광객 감소, 비대면 수업, 소비 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명 브랜드 점포들 역시 코로나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대 정문 앞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 미샤, 파파이스 등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점포들 역시 '임대'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채 문을 굳게 닫았다.

10년 동안 이대 앞에서 장사를 한 백반집 사장님은 "코로나19에 더해 대학생들까지 없어서 너무 힘들다"며 "학생들이랑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 앞 일부 빈 상가 앞에는 소위 '깔세'를 받겠다는 안내문도 게시됐다. 깔세란 '보증금 없이 주, 월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을 뜻한다. 빈 상가가 크게 늘면서 공실률을 낮추려는 건물주들이 초단기 임대를 내놓는 '깔세'를 내놓은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백양로 및 이화여대 정문 일대 (깔세·영업시간 변경·건물 임대·버스킹 금지 등)© 뉴스1 조현기 기자

대학 상권이자 동시에 서울 주요 상권 중 한 곳인 신촌 상권도 암울했다. 일부 상점은 아예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공지까지 붙여놓고 있을 정도였다.

신촌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광화문 집회 이후 정말 더 사람이 줄었다"며 "지난해랑 비교할 때 한 90% 정도 유동인구가 준 것 같다. 일부 가게들은 좀 더 늦게 문을 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양로 굴다리 아래 약국 거리의 한 약사는 "광화문 집회에 이어 연세대에서 대학생 확진자까지 발생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고 호소했다.

상가뿐만 아니라 원룸 밀집 지역 역시 울상이 가득했다. 서강대 동문회관(남문) 건너편 하숙집·원룸 밀집 지역에서 20년 동안 하숙집을 운영한 사장님은 "원래 이맘때쯤이면 학생들이 방을 보러 분주하게 오갔다"며 "IMF 때도 이러진 않았다. 지금은 하숙집 방 20개 중 10개도 안 찼다"고 혀를 끌끌 찼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 개강 계획을 바꿔 비대면 개강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강대와 한국외대는 각각 다음 달 29일, 다음 달 13일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세대는 2학기 중간고사 기간까지 모든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화여대와 경희대 역시 현재 2학기 학사 일정에 대해 논의 중이다. 고려대는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수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 역시 현재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며 비대면 수업 전환을 지켜보고 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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