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협이 합의 번복.. 업무개시 명령 등 원칙대로 대응"

김진주 2020. 8. 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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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의-정 대화에도 불구 의협 파업 돌입
의-정 '강 대 강' 대립 구도..의료공백 커질듯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새벽까지 이어진 대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가 결국 파행을 맞았다. 의료계는 26일부터 3일간 이어지는 총파업은 물론, 진행 중인 전공의 무기한 집단휴진도 계속 강행하기로 했고, 정부는 이에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으로 돌입한 의정 갈등의 심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의료공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오전 긴급브리핑을 열고 "24일 국무총리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담회 이후 진행된 복지부장관-의협회장 협의를 통해 양측은 합의문안 마련에 동의했으나 의협이 이를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안에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수도권 신종 코로나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협의 기간 중에는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으며 △의협 측이 문제 제기 하는 4대 정책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고 적시돼 있다.

의협 측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합의문안을 거부하고 집단휴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덩달아 정부와의 합의문안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고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의협과 대전협은 정부 정책의 철회 또는 원점 재검토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다 결국 합의된 내용을 번복하는 등 진정성과 책임성 있는 협의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을 고수하는 결과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정부 측 제안을 거절함에 따라 정부는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수도권 수련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부터 현장조사를 통해 근무여부를 확인하고 개별적 업무개시명령 후 이행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수도권 수련병원의 수술ㆍ분만ㆍ투석실 △비수도권의 응급ㆍ중환자실 △비수도권의 수술ㆍ분만ㆍ투석실 순으로 개별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예정이다.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시에는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행정처분(1년 이하 면허정지, 금고이상 면허취소) 등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집단휴진을 계획하고 추진한 의협 측에도 철퇴를 가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ㆍ추진한 의사협회에 대해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및 의료법에 근거한 행정처분 등을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의협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은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고, 의협이 1ㆍ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시행한 것은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는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개인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해당 단체에게는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의대생 국가시험 응시 취소에 대해서도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의대생들이 정부 방침에 반발하며 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한 것에 대해 "본인 여부와 취소 의사 재확인을 거쳐 응시 취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의료계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공백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유지 △대체 순번 지정 또는 대체인력 확보 △당직의 조정을 요청했다. 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 확대 △주말 및 공휴일 진료 등 비상진료체계 구축 및 운영을 지자체 및 관계부처, 병원계에 요청했다.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ㆍ건강보험공단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와 응급의료포털, 스마트폰 앱 '응급의료정보제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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