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 시달리는데 월급 깎겠다고?.. "아, 나는 봉이 된 공무원"

강보현 2020. 8. 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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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고통 분담 대상자로 지목된 공무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지원금 지급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공무원 월급을 깎아 재원을 마련하는 방책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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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 재원 논란에 술렁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정치권을 중심으로 2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논의가 시작되면서 갑자기 고통 분담 대상자로 지목된 공무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지원금 지급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공무원 월급을 깎아 재원을 마련하는 방책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26일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임금을 항상 쏙 빼고 말하는데, 당신들 월급이나 삭감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대체 하위직 공무원 본봉을 알고 20%를 깎는다는 말을 하는 거냐”며 “코로나, 선거, 재난지원금, 폭우 등으로 불어난 업무를 처리하느라 몇 배는 더 힘든데 듣자마자 동료들이 다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재난지원금 때 접수지원과 이의제기 민원에 매일 희생하며 밤낮 없이 일했는데 공무원이 봉이냐”고 답답해했다.

공무원 임금 삭감 논란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처음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조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2차 재난기본소득을 위해 공무원 월급을 삭감합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24일 공무원 급여를 삭감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지방 관청에서 근무하는 B씨는 “지난달 보수지급 명세서에 169만원이 찍혔다”며 “하위직 공무원은 진짜 생계를 간신히 이어갈 만큼만 월급을 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무 과중으로 B씨가 20시간 야근하고 받은 시간 외 수당은 8만7960원이다. 1시간에 8700원 정도의 야근수당을 받고, 출장비는 2시간에 1만원이다. B씨는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배부른 소리라고 하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재원 마련 고민 없이 복지정책을 던지는 듯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 C씨는 “지금 기관별로 장려금 나가는 게 너무 많은데 다 멈추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통일해서 전 국민에게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우리 부처만 해도 취업성공패키지,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지원책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만든 정책을 통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공무원은 이미 고통 분담을 충분히 해왔다는 억울함도 드러냈다. D사무관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추경을 하면서 이미 기획재정부가 반납을 요구해 연가보상비와 업무추진비를 줄여왔다”며 “공무원도 월급에 맞춰 한 달씩 생활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식이면 대출과 보험료 등을 마련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나라살림연구소의 ‘2차 추경 공직자 인건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행정안전부 등 공공기관 연가보상비가 다수 삭감됐다. 특히 코로나19 격무에 시달려온 질병관리본부의 인건비는 7억6000만원, 국립나주병원 등 6개 국립병원은 총 5억8700만원이 줄었다.

정부는 공무원 임금 삭감을 통한 재원 마련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공무원 임금 삭감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일선 공무원들은 ‘언제든 우리 월급이 볼모가 될 수 있다’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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