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50년 돌려도 본전 못뽑는 지자체

이순흥 기자 입력 2020. 8. 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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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들인 공공건물 發電, 전기료 수익 年 70억대 불과
서울시 동대문구가 운영 중인 종합복지시설 ‘다사랑행복센터’의 건물 외벽에 수직으로 붙여놓은 태양광 발전시설(점선 안)의 모습. 태양광 패널은 지면과 30도 각도로 설치해야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동대문구는 최대한 많은 패널을 설치하기 위해 옥상과 벽면에 절반씩 패널을 깔았다. /이순흥 기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금까지 총 3500억원을 들여 공공건물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지만, 여기서 나오는 전기료 수익은 1년에 7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17개 광역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공공기관 태양광발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및 산하 공공기관이 2018년까지 설치해 작년 한 해 동안 정상 가동한 태양광발전 설비는 총 1695대(용량 8만1675㎾)에 이른다. 지자체들이 투입한 돈은 총 3533억원이었다.

이를 통해 작년 한 해 생산한 전기는 총 9380만7810kWh(킬로와트시)였다. 2019년 전력 시장 거래 평균 가격(kWh당 90.74원)을 대입하면 85억1200만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한 것인데, 유지 관리비 14억원을 빼면 실제 태양광발전으로 아낀 전기 요금은 71억12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자체들이 투자금(3533억원)을 회수하는 데 약 50년이 걸리는 셈이다. 통상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20년인 걸 감안하면 투자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부 지자체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볕이 잘 안 드는 벽에 수직으로 태양광 패널을 붙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지자체 등이 신·개축하는 건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을 크게 높여 부실 태양광 설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한홍 의원은 "이제라도 불요불급한 태양광 설비 증설을 막아 혈세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대문구는 2016년 용두동에 종합복지시설인 '다사랑행복센터'를 지었다. 동대문구는 당시 2억7300만원을 들여 옥상과 건물 정면 벽면에 절반씩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은 지면과 30도 각도로 설치해야 발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도, 햇빛이 잘 안 드는 벽에 수직으로 패널을 붙인 것이다. 발전 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2017~2019년 3년간 이 건물의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는 동대문구가 당초 설정한 목표치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옥상 면적이 충분치 않아 일부 태양광 패널을 건물 벽면에 수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자체 중에선 공공시설의 실제 전력 사용량보다 터무니없이 큰 용량의 발전 시설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짓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도봉구는 2018년, 예산 6억2000만원을 투입해 도봉산역 인근 다락원 체육공원에 146㎾(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지었다. 체육공원 자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봉구는 이 시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17만1082kWh(킬로와트시)로 예상했지만, 실제 작년 한 해 시민들의 체육공원 이용으로 인한 전기 소비는 6만5285kWh에 그쳤다.

지자체들이 태양광 시설을 과잉으로 짓는 건 법령상 의무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법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신축·증축·개축하는 건축물(연면적 1000㎡ 이상)은 일정 비율 이상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는 현 정부는 지난 5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0년 이후 30%'였던 비율을 '2030년까지 40%'로 강화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목표량을 충족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를 무리하게 증설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선 발전 효율이 극히 떨어지는 '주객전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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