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전공의들 "불공정 못참아.. 의사면허 취소돼도 상관없다"

양지호 기자 2020. 8.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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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총파업] 청년 의사들 왜 분노하나

정부는 26일 의료계 2차 총파업이 벌어지자 "수도권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할 경우 법적 처벌을 하겠다"고 했다.

이날 파업 참여율은 동네 병원 의사와 전공의가 극명하게 갈렸다. 동네 병원은 3만2787곳 중 3549곳으로 10.8%(26일 정오 기준)였다. 그러나 이날 전공의는 70~80%(전공의 측 주장)에서, 최소 58.3%(복지부 25일 집계 기준)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집단 휴진(파업)에 나선 가운데, 26일 서울의료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병원 입장 대기줄을 길게 서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파업에 참가한 전공의, 전임의에게 이유없이 따르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나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뉴시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같은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80~90%에 달하는 전공의가 이날 가운을 벗었다. 전공의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의대 6년을 마친 뒤 1주일 80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는데, 정부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의대 정원을 마음대로 늘리고 공공의료를 빙자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데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라고 했다. 일부 전공의는 "정부의 불공정과 일방적인 정책을 참을 수 없다" "의사 면허가 취소돼도 상관없다"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과거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하키 단일팀 논란 등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며 반발했던 젊은 세대가 정부의 일방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정책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공의·의대생들 '이게 공정이냐'

26일 새벽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의원총회가 벌어진 서울시의사회 5층 강당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복지부가 4대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협은 파업을 멈추기로 잠정 합의한 가운데 대전협의 결정이 26일 총파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25일 오후 7시부터 6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열고 무기한 파업을 지속할지 논의했다.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온 대의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없이 휴식을 취하다 들어갔다. 이날 새벽 1시쯤 나온 결론은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파업 찬성"이었다.

대부분 2030세대인 전공의들은 26일 결의문을 통해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행태에 결연히 저항한다"고 했다. 현역 의대생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이번 주까지 80% 가까운 의대생·의전원생이 휴학계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대협 주도로 전국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이미 10명 중 9명이 의사 고시를 치지 않겠다고 한 상황이다. 20년 만의 전면적인 의료계 총파업이 90년대생과 2030세대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서울 지역 대학병원 전공의는 "우리와 상의 없이 뒤통수를 친 셈"이라고 했다. 대구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도 한창 의술을 배우는 학생들인데 정부와 여론은 '기득권 지키기' '밥그릇 싸움'이라고 덮어씌운다"고 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우리 세대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에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정부, 전공의·의대생에 '핀셋 강경대응'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협의회의 투쟁 결정에 따라 (의협이) 입장을 번복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책임을 전공의에게 돌렸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전공의·전임의 업무 개시 명령 ▲의대 4년생 국가시험 응시 취소 원칙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 장관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최대 3년의 징역, 의사 면허 정지 1년 등의 처분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 고시를 보지 않기로 한 2700여 전국 의대 졸업반 학생에게는 "취소 의사를 확인해 응시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强對强)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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