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한 번"..6위 뉴질랜드와 108위 한국의 속사정

최경민 기자 2020. 8. 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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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뉴질랜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2018.12.04. photo1006@newsis.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국민을 향해 "송구하다"고 했지만, 현지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다. 해당 외교관에게 어쨌든 징계(감봉 1개월)까지 내린 사안임에도 피해자의 주장을 아직 다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뉴질랜드 피해자 측에서는 강 장관을 겨냥해 "역겹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강 장관은 "뉴질랜드 측과 소통을 강화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건이 여전히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남은 것이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강 장관이 국내에만 사과 의사를 밝힌 점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대응했다.
뉴질랜드는 왜?
이번 건이 외교문제로 본격 비화된 것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정상통화가 결정적이었다. 뉴질랜드의 요청으로 진행된 이 정상통화에서 아던 총리는 사전 의제 조율이 되지 않은 '외교관 성추행'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하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던 총리가 외교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뉴질랜드가 그만큼 젠더 이슈에 민감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젠더 이슈에 진보적인 나라고, 페미니즘이 강한 나라다. 외교관의 성추행 이슈를 2년 이상 끌어오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19.11.28. since1999@newsis.com

일단 아던 총리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17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임신과 딸 출산을 모두 하며 '당당한 여성'의 정체성을 모두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뿐만 아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아예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성 간 성추행'이라는 이번 사건의 특징을 짚으며 "엉덩이를 한 번 친 것"이라고 평가하는 수준인 한국과는 성인지 감수성의 정도 자체가 다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성평등지수에서 뉴질랜드는 6위, 한국은 108위였다.

25일 국회 외통위에서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외교관이 해당국에 부임할 때 정치와 외교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도?
뉴질랜드 정부의 목적이 마냥 순수하지는 않다는 시선도 여권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뉴질랜드의 국내 정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아니겠나"라며 "(아던 총리의) 연정 구성, 총선 시기, 이런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정치적 의제로 나왔다는 추론이 있다"고 언급했다.

뉴질랜드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노동당의 아던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보수성향 국민당의 여성 정치인 주디스 콜린스 의원이 대항마로 등극한 상황이다. 집권당인 아던 총리 입장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COVID-19)을 효율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이후 이슈가 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를 두고,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단호한 모습을 연출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 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 AFP=뉴스1


아던 총리는 '쇼맨십'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2019년 뉴질랜드에서는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49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였다. 무종교인 아던 총리는 검은색 히잡을 쓴 채 무슬림 공동체를 찾았고, 테러 피해자 가족을 껴안고 위로를 전했다.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감동적인 '쇼맨십'이었다. 아던 총리에게 전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불편한 외교부,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건과 관련해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다. 충분히 외교라인을 통해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양국 외교문제로 비화시켰다는 불만이다. 강 장관의 25일 국회 외통위 발언에는 이런 시각이 녹아있다. 이례적으로 강 장관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뉴질랜드 측에서 요청한 통화였다.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은 이 의제를 다룰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정상 간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게 의제가 됐다. 그건 뉴질랜드의 책임이다. 상대국에 대한 사과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격에 대한 문제다."

내면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 비슷한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를 위해 외교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협조요청을 하는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대한 외교부의 불만이 크다. 뉴질랜드 외교장관 등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번 건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는 "뉴질랜드 측의 사법 공조 요청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에 대한 사과는 신중해야 한다는 강 장관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위로의 말까지 거부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런 강 장관의 태도를 두고 "징계(감봉 1개월)를 했다고 하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게 아닌가"라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 2년 동안 뭐하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0.08.07. kmx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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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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