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文대통령, 헌법 지킬 생각인지 의구심"

이규화 2020. 8.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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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치·안보·교육 위기에 文대통령 생각 직접 밝히지 않으니 국민 혼란만 커져
공수처 설치, 檢 독립성 허무는 위헌적 발상.. 제소된 상황인 만큼 결과 지켜봐야
포퓰리즘 정책 문제.. 국민이 깨어나 "안돼"라고 목소리 높여야 정부 정신 차릴 것
정홍원 前국무총리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홍원 前국무총리

"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절규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이 나라는 상식도 윤리도 법도 없는, 경우가 없는 나라가 되어가면서 권력이 판치고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번영의 과실을 우리만 따먹고 끝내는 건 후손들에게 죄악을 범하는 일이 아닙니까. 이 번영과 자유를 더욱 진전시켜 더 나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애써왔습니다. 역대 국가지도자들도 벽돌 한 장이라도 더 쌓아올린 지도자로 평가받고 싶어 노심초사 직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온 나라 전 분야에 걸쳐 쌓기는커녕 무너지고 깨지는 소리가 진동합니다. 이 정권이 들어선 뒤 지난 3년을 돌아보시면 이 정권이 무엇을 한 것으로 기억되며 무엇이 업적으로 떠올려지십니까."

남의 잘못을 지적하긴 쉽지만,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 '당신은 얼마나 대단한데'라는 되받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허물을 짚고 고치라고 요구할 때는 도덕적 우위가 전제돼야 한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월과 7월 두 번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실정에 대해 질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영상 메시지를 발표한 건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줬다. 청렴 강직하지만 조용히 지내던 전직 총리가 현직 대통령을 향해 헌법 위반 혐의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육성이 큰 울림이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학연 지연 혈연의 연줄도 없이 올곧음과 성실, 실력으로 검사의 사표가 된 분이다. 그런 높은 평판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그가 걸어온 길에는 일말의 독직이나 잡음이 없었다. 총리로 내정된 후 그의 집을 찾던 인사경호팀이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 전 총리의 영상 메시지는 이미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해 잘 알려졌지만, 직접 육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과 변화 가능성, 이 시점에서 국민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고견을 듣고 싶었다. 정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줄곧 사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디지털타임스의 거듭된 요청에 자리를 내줬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정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문 정권에게 국정 전환의 기회가 아직 살아있음을 여러 차례 환기했다. 정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고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며 "그러면 정말 고맙다고 할 것이고 국민들도 반길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리는 '나라가 니꺼냐'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데는 대통령과 정권이 과거로부터 지켜져왔던 법과 전통과 관습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편법과 술수를 동원해 나라를 경영한다고 국민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력(힘)에 의한 지배를 할 경우는 자의적이고 폭압적인데, 법에 의한 지배는 상식적이고 인권이 존중됩니다. 우리 헌법에는 법에 의해서 지배를 해야지 사람에 의해서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직·간적접으로 강하게 천명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가 근간입니다. 법치가 깨지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나라는 끝장인 겁니다."

정 전 총리는 자유민주를 지키려는 야당과 국민들이 유념할 것은 무엇보다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에게 돈을 얼마를 지급한다거나 구체적 경제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 보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죽느냐 사느냐는 마당에 헌법이 규정한 정체성을 또렷이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정 전 총리의 개인 사무실에서 가졌다. 교회 활동과 가끔 하게 되는 강연, 집필 등을 위해 마련한 소박한 공간이었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적당한 거리를 두자는 제안을 했고 인터뷰 내내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말씀을 이어갔다.

-총리님의 영상 메시지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와 대국민 호소문을 내놓게 된 연유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됐는데, 이런 나라가 자꾸 부서지고 깨지는 모습을 보면서 35년에 걸쳐 국록을 먹은 사람으로서, 또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이런 모습을 보고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있는다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뭐가 문제이고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얘기함으로써 국민들이 많이 깨어나기를 바랐습니다. "

-두 번에 걸쳐 정치 경제 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난 2월 3일 제가 대통령에게 공개질의를 발표를 했는데, 그 때는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 도대체 대통령의 정체성이 무어냐,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서 당선되고 헌법에 의해서 통치를 하고 있는데, 그런 대통령이 정말 대한민국 헌법을 지킬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고 싶었습니다. 만약 헌법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한 겁니다. 정말 진솔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생각을 밝혀달라고 한 거예요. 그게 제 생각이었고, 이번에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게 됐는데, '국민들이 깨어나야 되겠다, 국민들이 잠자고서는 대한민국이 바로 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포퓰리즘 정책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는 게 공통적인 판단 아닙니까? 포퓰리즘은 국민이 거기에 따라주니까 생기는 거 아닙니까. 또 그런 목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쓰는 거고요. 그런데 국민들이 깨어나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고 '그리 가면 나라가 망하는 길이야, 안 돼'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거부하면 정부가 제대로 가지 않을 수 없지 않겠냐는 겁니다. 국민이 깨어나도록 하기 위해 호소문을 냈던 겁니다."

-영상을 보고 새로 깨달은 바가 많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제가 2월 3일 대통령께 공개질의를 했는데, 누가 각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조회수를 살펴봤나 봐요. 한 200만 명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호소문도 며칠 전 들은 얘기로는 130~140만 명이 보았다고 하더군요.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국민통합,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등한히 했거나 이행하지 않았으니 직에서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질의하셨는데요.

"이번 호소문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우리가 화상을 입고 나서 불난 줄 알아서야 되겠습니까? 국민들이 깨어나긴 날 겁니다. 그런데 다 망한 뒤에 깨어나면 뭘 합니까.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깨어나면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가 되는데! 그 많은 석유가 있는데도 퍼주기를 하다가 나라가 절단나서 여자들이 몸을 팔기 위해 해외로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남의 나라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도 늦게 통탄해서는 뭐합니까. 지금 깨어나야지요.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에 헌법 수호의지가 없으면 내려오라고 한 겁니다."

-정권의 자성 움직임, 정책노선 변경, 반대로 직·간접 회유나 압력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저도 정말 답을 듣고 싶었어요. 개인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또 제가 발표를 한 다음 저한테 오는 반응을 보고 '아, 정말 대한민국에 건강한 사람들이 이리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답이 꼭 있길 바랐는데, 아직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누가 저한테 답을 들었느냐고 묻더라고요. 못 들었다고 하니까 그럽디다. '틀린 말 한 게 하나도 없는데 답을 할 게 있겠는가.' 나는 대통령이 '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준수하고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정말 고맙다고 할 겁니다. 그럼 그 방향으로 시정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총리님은 헌법상의 기구인 검찰 위에 법률로 공수처를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법원을 사법기관이라고 하고 검찰을 준(準)사법기관이라고 합니다. 왜 준사법기관이라고 하느냐,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법원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입장에서 엄정하게 수사하고 정치적인 중립 입장에서 처신하고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준사법기관이라고 합니다. 법원에 준하는 위치와 역할이 있고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법체계이고 국민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법원에 상응하는 조직이 있는 거고, 검찰청법에 의해서 검찰총장에게 검찰의 독립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한 것입니다.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도 제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검 위에 공수처를 또 하나 만든다? 이건 법체계에도 안 맞을 뿐 아니라 준사법기관 체계를 허무는 일입니다. 더구나 공수처가 검찰 수사 건의 이관 권한을 갖는 것은 검찰을 형해화 하는 처사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번 발표를 할 때 이건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한 겁니다. 지금 위헌제소가 돼 있는데, 그렇다면 그 판결을 지켜본 다음에 공수처법을 폐기하거나 공수처를 출범시키든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야당이 공수처장추천위원을 추천 안 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하겠다고 합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속셈이 들여다 보는 행위를 하는 겁니다. 제가 검사를 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검사들이 자긍심이 굉장히 강합니다. 자존심이 강해서 위에서 정치적인 지시를 하면 더 엄정하게 하려고 하는 의협심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런 피가 흐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검찰이 이런 전통을 지켜내야 앞으로 국민의 존중과 존재 의의를 갖게 될 것입니다."

-문 정권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권력형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를 축소(각급 검찰의 공공수사부 등 직접 수사부를 형사부로 전환)함으로써 시스템적으로 검사가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검찰직제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니라 검찰총장의 대검이 각 검찰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무력화시키는 지휘체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에게 분산 이양하는 방안과 함께 이는 현 윤석열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작업을 착착 진행했습니다. 이런 청와대와 법무부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그 질문을 들으니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나라가 니꺼냐'라는 유행어가 떠오릅니다. 우선 모든 국가기관과 국가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법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되고, 두 번째는 상식에 맞게 운영돼야 하고 과거로부터 지켜져왔던 전통과 관습에 의해서 운영돼야 상식과 경우에 맞는 나라가 됩니다. 그게 아니고 온갖 편법과 술수를 동원해서 나라를 경영하게 되면 그 기관에 무리가 오게 되고 부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이 결국은 알게 돼서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인데, 정권이나 장관이 마음대로 휘두르고 조정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법체계에도 안 맞고 상식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런 행위는 스스로 자제해야지 계속 밀고 가다가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수사가 9개월이 넘는 동안 공전 중입니다. 추미애를 내세운 정권이 담당 수사 지휘 검찰간부들에 대해 인사 보복을 하고 수사를 깔아뭉개는 검사를 승진시키는 '인사농단'을 통해 수사조직을 사실상 해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총장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총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부정선거 의혹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를 매조지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총장이 제대로 해서 엄정한 검찰권을 행사하는 자세, 검찰의 기본 자세와 전통을 잘 지켜서 정의로운 검찰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가령, 일본의 경우는 검찰이 한때 록히드 사건을 맡아서 수상을 구속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추앙을 받고 존경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다고 해서 정권이 개입하고 방해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우리 검찰도 지금까지 거의 그런 자세로 일해왔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지향하는 것도 그것이라고 보는데, 좌고우면 하지 말고 정도의 길을 가길 바랍니다. 최근 권력형 부패사건이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어서 걱정이 됩니다. "

-법치가 위기를 맞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퍼져서 그런지 최근 법의 지배(Rule of Law), 법치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총리님은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한 마디로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법치, 법에 의한 지배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또 오랜 역사에 걸쳐서 오늘날까지 권력과 국민 간 갈등 압력 투쟁하면서 발전해온 게 법의 지배입니다. 권력(힘)에 의한 지배를 할 경우는 자의적이고 폭압적인데, 법에 의한 지배는 상식적이고 인권이 존중되는 것이 됩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헌법에는 인권에 대해 20개가 넘는 조항들을 두었습니다. 그런 개별적인 것을 못박아 놓은 이유는 법에 의해서 지배를 해야지 사람에 의해서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천명하는 효과를 내기 위한 겁니다. 이런 전통은 한두 해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통해서 정립된 원칙입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법치가 근간입니다. 법치가 깨지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지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구비돼 있어도 종종 법치와 법의 지배가 침해받는 것이 현실인데요.

"그러니까 법을 존중하고 법에 의해서 통제받는 정치를 해야지, 그것으로부터 자꾸 벗어나려고 하면 헌법과 법이 있으나마나 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을 지키는 것 같으면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일탈을 하는 겁니다. 지도자와 정권에 참여하는 사람들 스스로 자제하고 자율하는 사고와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스스로 법의 지배에 들어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정권이 법치를 무너뜨리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할 경우 견제할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국민의 저항권이 얘기됩니다만,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투표를 통한 정권교체 후 처벌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요.

"절대 보복의 악순환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명백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복과 시정 또는 교정의 문제입니다. 법에 의한 처벌이 보복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 집권세력은 법원행정처와 법관인사위를 폐지하고 민간인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해 사법부 행정과 인사도 여기서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사법부의 독립 침해는 물론 사법부의 정치화를 촉진할 우려가 지적됩니다. 헌법에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요.

"모든 조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인사입니다. 잘못되고 왜곡된 인사는 구성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조직 자체를 망가뜨립니다. 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여러 가지 행정에 의해서 부당한 일을 겪으면 마지막으로 법원에 호소해서 시정을 받고 구제를 받도록 하는 게 법원의 역할입니다. 이것을 정권의 입맛 대로 조정하겠다고 한다면 나라는 끝장이 나는 겁니다. 법원 스스로도 부당한 간섭에 대해서는 단호기 단절하고 독립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외부의 힘을 빌려서 독립을 유지하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선 안 됩니다. 그런 조직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정부가 법원에 개입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왜 이런 일에 대해 사법부가 강하게 반대하지 않는 지 모르겠습니다."

-강요미수 기자와 문 대통령 앞에 신발을 투척했던 사람 등 사소한 법률 위반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가 하면, 또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 판사를 여당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비난하는 등 최근 사법부의 판결이 흔들리고 또 독립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내외부적으로 정권과 코드를 맞춰가고 있는 듯하고 또 정권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법부의 수장이 되는 사람들은 판사 생활을 몇 십 년 해오는 동안에 판사 중에서 학식이 뛰어나고 신망이 높으며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쭉 대법원장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장이 되고 난 뒤에도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다 기울였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면 적극 나서서 사법부 위상을 지켰습니다. 사법부의 조직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사법부 구성원들도 같이 노력을 했습니다. 사법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정권으로부터 독립을 지키는 것이고 또 여론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합니다. 여론에 영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또 어떤 단체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이런 것들로부터 외풍을 막아내고 독립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이런 노력이 전연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집권세력의 사람들이 사법부를 흔드는 일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 경우 사법부 내부에서 단호히 거부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여 안타깝습니다. 그 피해는 결국 다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기사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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