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없어 기저귀 찬 아이들까지 확진..하늘이 무너집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0. 8. 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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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40개월 자녀, 어머니까지
병상 확보 안돼 일주일째 한 집에서
남편 확진 감염 경로 깜깜이..답답
기저귀는 쌓이고 일반 감기약밖에
가족 같이 치료받을 수 있게..청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손수호 변호사(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파주 확진자 가족

지금 서울과 수도권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이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그런데 실제로 병상이 없어서 온 가족이 일주일 동안 집에 갇혀 있다는 한 시민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게 참 기막힌 상황인데요.

가족 중에서 먼저 남편이 지난 23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하지만 병상이 없어서 집에서 대기해야 했고요. 그동안 남편은 방에 잘 격리됐습니다. 또 다른 가족들은 집에서 마스크도 쓰고 장갑도 끼고 또 식기는 뜨거운 물에 삶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서 병상 나오기를 기다렸거든요. 하지만 결국 병상을 구하지 못했고요.

계속 기다리던 중에 안타깝게도 아내 또 40개월, 10개월 된 아이 그리고 어머니까지 확진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이 확진자 가족 중에서 아내 분 연결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익명으로 연결하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아내> 네, 안녕하세요.

◇ 손수호> 네, 몸도 굉장히 힘든 상황일 텐데 이렇게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온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이잖아요?

◆ 아내> 네.

◇ 손수호> 가족구성원이 어떻게 돼 있는지 먼저 좀 궁금한데요.

◆ 아내> 남편, 저, 10개월 아이 하나, 40개월 아이 하나 친정엄마, 이렇게 5명입니다.

◇ 손수호> 친정 어머니까지.

◆ 아내> 네.

◇ 손수호> 알겠습니다. 최초 확진자가 남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남편이 최초로 증상을 보인 게 21일이었죠?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대로 급증한 2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마련된 선별진료소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박종민기자
◆ 아내> 네. 21일 날 퇴근해서는 여느 때와 같았고요. 저녁 한 10시 반쯤부터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두통, 머리가 너무 아프다면서.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겠다고 해서 들어갔어요. 그런데 저희 큰아이가 잠 들어서 아빠 옆에 눕히려고 들어가봤는데.

그날따라 이불을 이렇게 덮어주면서 보다 보니까 남편이 몸이 너무 뜨거운 거예요. 그래서 감기 같은 게, 독감이거나 이럴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길로 아이를 옆에 눕히려다가 나와서 그때부터 온 가족이 따로 생활했거든요.

남편 직장이 또 서울시청 근처였기 때문에 그냥 불안한 거죠. 혹여나. 그래서 일반 병원에 아프다고 해서 먼저 괜히 갔다가 혹시라도 남들한테 폐를 끼치는 상황이 올까 봐 그래도 마음 편히 음성 소리 듣고 병원 가자 이렇게 해서 자발적으로 가서 자비로 검사를 하게 됐죠.

◇ 손수호> 그런데 어떻게 된 거예요?

◆ 아내> 이제 22일 날 검사를 했고 23일 날 생각지도 않게 양성이라는, 확진을 받아버린 거죠.

◇ 손수호> 이게 감염경로가 확인이 된 건가요?

◆ 아내> 아니요. 저희도 확인이 안 됐고요. (저희 가족) 거주지가 파주시 스타벅스 확진자 발생한 곳 있잖아요.

◇ 손수호> 네.

◆ 아내> 거기 근방이에요. 그래서 더욱이 저희가 신경을 썼고 거기 그렇게 (확진자) 늘어난다고 하면서부터 저희도 외출을 거의 자제했고 그리고 남편도 회사가 시청 부근이다 보니까 (광화문) 집회 이후로는 남편이 출근하면서부터.

◇ 손수호> 서울시청이요?

◆ 아내> 네, 서울시청이요. 혹시라도 공기 중에 옮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편은 점심도 회사에서 일체 안 먹고 물만 먹으면서 출퇴근을 했고 음식조차 포장도 안 해다 먹었고 저희 생각에는 경의선을 타고 다녔거든요.

◇ 손수호> 전철.

◆ 아내> 경의선이랑 지하철이랑. 거기 아니고는 도저히.

◇ 손수호> 그러면 지금 의심되는 상황은 있지만 사실 어떻게, 어디에서 감염됐는지는 모르는 상황인데. 어쨌든 대중교통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거잖아요.

◆ 아내> 네, 저희는 그거 말고는 다른 게 다른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 손수호> 그래요. 이렇게 안타깝게도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후에 일단 아이들 그리고 또 친정 어머니와의 분리, 이런 것도 확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 같은데.

◆ 아내> 21일 지나서 22일부터도 불안하니까 애초에 남편이 화장실이 방 안에 딸려 있는 그쪽 방을 사용을 했고요. 자가격리자분들처럼 저희도 식사는 쟁반에 물이랑 필요한 거 챙겨서 그 방문을 열 때도 저조차도 비닐장갑 끼고 문 열면 그 틈새로 혹시 이게 공기 중에 나올까 싶어서 알코올 뿌리고 방으로 밀어 넣어주고 전화상으로 ‘문 앞에 갔다 놨어’ 그러면 남편이 와서 먹고 다 먹고 나서 전화해서 ‘다 먹고 문 앞에 뒀다’ 고 그러면 그거 또 비닐장갑 끼고 알코올 뿌리고 꺼내가지고 팔팔 끓는 물에 소독하고 그런 식으로 지냈어요.

◇ 손수호> 지금 이야기 들어보면 엄청나게 노력을 했고요. 또 철저하게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는데. 그런데 다른 가족들도 결국은 증상을 보이고 확진 판정 받은 거잖아요. 언제 증상이 나타났고 언제 확진 판정 받았습니까?

◆ 아내> 저희는 사실 계속 증상이 없었어요. 남편이 있어도. 그런데 병상이 없으니까 남편은 나갈 수는 없고 일단 검체 채취를 먼저 해 주시겠다 이래서 24일 날 (방역 담당 직원들이) 와주셨고요. 24일 날 하기 직전까지도 체온이랑 쟀는데 아무도 증상도 없었고 다 정상 체온이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다 전원 음성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받았는데 확진이 나와 버린 거죠, 25일 날.

◇ 손수호> 참 이런 일이 있네요, 진짜.

◆ 아내> 처음에 남편만 확진 소리를 들었을 때도 앞이 너무 캄캄했어요, 너무 당황스럽고. 그런데 저희까지 확진이라고 그러니까 진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왜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도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건지. 정말.

◇ 손수호> 온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병상이 배정되지 않아서 결국은 아직도 온 가족이 일주일째 집에 있다. 사실 아이들이 어리잖아요.

◆ 아내> 네.

◇ 손수호> 게다가 어머니는 또 연로하고 기저질환도 있다고 저희가 들었는데요.

◆ 아내> 네.

◇ 손수호> 이런 고위험군이면 병상 배정이 먼저 이루어지는 거 아니었습니까?

◆ 아내>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죠.

(사진=연합/연합뉴스TV제공)코로나19 음압병상 (CG)
◇ 손수호> 그런데 병상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 아내> 네, 먼저 확진 받은 분들도 다 못 가고 계신다. 그러니 기다려라. 이렇게 됐던 거죠.

◇ 손수호> 지금 상황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네요. 지금 상태도 좀 궁금합니다. 집에서 어떻게 대응합니까?

◆ 아내> 지금 진짜 하루 하루 매일 아침하고 저녁하고 증상이 계속 달라요.

◇ 손수호> 더 악화되는 상황인가요?

◆ 아내> 네. 저희 친정엄마가 빨리 (증상이) 진전되고 기력이 없으셔서 점점 더 못 일어나세요. 온 가족이 보이는 증상은 다 똑같아요.

◇ 손수호> 어떤데요?

◆ 아내> 전부 고열, 두통, 오한, 설사, 복통, 인후통, 근육통 다 보이고 있어요.

◇ 손수호> 집에서 이렇게 생활을 해야 되면 아내 분이 특히 겪는 어려움이나 부담감이 클 것 같고요. 특히 음식물 쓰레기 등도 나올 텐데 이거는 어떻게 해요?

◆ 아내> 저희가 (보건소에) 물어봤어요. 아기들 둘 다 기저귀를 못 뗐기 때문에 기저귀 쓰레기도 만만치 않고 음식물이랑… 이게 여름이라 장난 아니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 아내> (보건소에서는) 저희가 그냥 집안에 집 안에 다 쌓아두면 저희가 다 나가고 나면 본인들이 방역하러 와서 그때 버려주겠다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손수호> 그럼 집에 있으면서 약이라도 충분하게 어떤 복용할 수 있는가 또 복약 지도 등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런 것도 궁금해요.

◆ 아내> 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주신다거나 누군가 확인하는 전화를 주시거나 뭐 방법을 알려주시거나 그러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저희가 지인들한테 약을 부탁해서 공수해서 먹으라고 해서 그냥 일반 보통 감기약. 저희 증상에 맞는 약을 부탁을 해서 그거를 구해서 먹고 있죠.

그리고 점점 식구들이 계속 악화되니까 어제 또 보건소에다가 다시 한 번 요청을 했어요. 비대면 처방 해 달라 했더니 의사 분들이 거절을 하셨대요. 비대면으로 처방할 수 없다고. 약국에서 사다주시는 거 말고는 본인들도 해 주실 수 없다고 하면서 증상을 얘기하면 약국에서 사다주시겠다고 해서 사다주셨어요, 처음에.

그랬는데 엄마가 그래도 너무 아프시다고 그랬더니 그때서야 직원 분이 다시 한 번 엄마 혹시 다니시는 병원 있냐고 (비대면 처방) 의뢰해 보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의뢰를 해서 그거를 처방을 받아다주셨어요, 처음으로 어제.

◇ 손수호> 여러 가지 세세한 상황을 확인할수록 약간 좀 놀랍기도 하고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을 해도 확진 판정받은 인원수와 또 준비된 병상의 숫자의 차이가 크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닌가 싶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사실 병원 말고 생활치료센터도 있잖아요.

◆ 아내> 네, 저하고 아이만 병원으로 가고 나머지는 치료센터로 들어가라고 했는데 사실 생활치료센터도 자리는 없었어요.

◇ 손수호> 거기도 자리가 없었다, 결국은?

◆ 아내> 네.

◇ 손수호> 참 답답한데요. 국민청원 글 올리셨잖아요.

◆ 아내> 네.

◇ 손수호> 지금 상황에서 제일 걱정되는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아내> 제가 청원을 올렸다시피 10개월 아이만 병원을 갈 수 있다는 게 저는 아직도 너무 답답해요. 병상이 없어도. 어느 부모가 한 아이만 병원을 데리고 가고 싶겠어요. 그래서 막 부탁을 하고 울면서 요청을 드렸더니 그러면 40개월 아이랑 10개월 아이랑 저랑 셋이 들어가는 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 둘 다 너무 어리잖아요.

◇ 손수호> 그렇죠.

◆ 아내> 저도 환자잖아요.

◇ 손수호> 맞습니다.

◆ 아내> 그런데 저 혼자 병원에 들어가서 그 두 아이를 케어를 해 가면서 제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그래서 저희가 많은 걸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저랑은 그냥 바닥에서 생활을 해도 되고 아이들도 각각 베드를 안 줘도 되니 그냥 한 공간에서. 넓은 걸 달라는 것도 아니고 베드를 많이 달라는 게 아니고 그냥 (한 공간에서) 치료를 받게 해 주셨으면 너무 좋겠는데. 아직도 그게 안 된다는 답변만 듣고 있어요.

◇ 손수호> 또 병상 확보가 힘들고 병상 확충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게 아닌가 싶은데요. 지금 확산세가 심상치가 않은 상황.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는 상황인데요.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좀 남겨주세요.

◆ 아내> 그런데 아직도 지금 마스크를 안 쓰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는 안 나가니까 상황을 사실은 모르죠.

◇ 손수호> 아직도 있죠.

◆ 아내> 그리고 뭐 ‘나는 아닐 거야’ 라는 생각들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정말 ‘나는 아닐 거야’ 가 아니에요, 이제는.

◇ 손수호> 그런 것 같습니다, 진짜.

◆ 아내> 저희처럼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 왜인 건지 알 수 없는 이런 상황이 닥치니까 정말, 정말 다들 조심하셨으면 좋겠어요.

◇ 손수호> 알겠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 그리고 또 친정 어머니 연세도 있는데 건강 잘 회복하리라고 믿고요. 가족 분들 모두 빨리 병원 치료 잘 받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아내> 네, 감사합니다.

◇ 손수호> 온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받고 병상 나오길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가족의 아내분과 익명으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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