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의료계..전공의·교수진 vs 지방병원·간호사

김흥순 2020. 8. 28. 11: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사총파업 두고 온도차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23일 서울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성모병원에서 24시간 침묵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28일 종료되지만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 대란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10명을 형사 고발하면서 전공의들의 대응도 거세질 전망이다. 의료 대란 사태가 지속되면서 의료계도 파업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고 있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이나 인턴, 레지던트 등 젊은 의사들이 주축인 전공의들은 정부 방침에 크게 반발하는 반면 동네의원이나 지역 의료계, 간호사 등은 집단 휴진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무기한 파업 결정
의대생·교수진도 "정책 재검토해야"

향후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증원한다는 정부 방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쪽은 의료계 미래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학생협회에 따르면 9월1일부터 10월27일까지 시행하는 2021년도 제85회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 접수 인원 3172명 가운데 93%가 취소를 결정했다. 동맹휴학에 참여하겠다고 결의한 의대생도 87%에 달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철회하거나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으면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200개 전공의 수련기관 중 조사에 응한 165개 기관의 전공의 8825명 가운데 6070명이 업무를 중단했다. 휴진율은 68.8%다. 전공의보다는 낮지만 전임의들도 1954명 가운데 549명(휴진율 28.1%)이 비근무를 택했다.

의대학장과 교수진은 대체로 집단행동을 지지한다. KAMC 소속 전국 40개 의대학장과 원장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의대생들이 교육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보건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해 의사 국시를 최소 2주간 연기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정책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와 의사협회는 한자리에 모여 원점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국시 일정은 현재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의료계 2차 총파업이 강행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진료 지연 안내가 붙어 있다. 의협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28일까지 사흘간 집단휴진에 들어갔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동네의원 휴진율 8.9%…개업의 미온
지역병원·간호사협회 "환자 버렸다" 비판

이번 파업에는 동네의원인 의원급 의료기관도 참여하지만 휴진율은 높지 않다. 27일 낮 12시 기준 3만2787곳 가운데 2926곳이 문을 닫아 휴진율은 8.9%로 집계됐다. 파업 첫날인 26일 낮 12시 기준 10.8%보다도 소폭 줄었다. 한 개업의는 "파업 지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하루이틀 병원 운영을 중단할 경우 손실이 크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이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휴진에)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휴진 안내문을 붙인 동네의원의 정보를 온라인 카페에서 공유해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박현서 아산 현대병원장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작 의대생과 젊은 전공의들 대다수가 서울 사람들"이라며 "지방 소도시에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해 줄 지역의사를 현재 의대정원의 겨우 10%만 매년 더 뽑겠다는데 시골에 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왜 환자를 버리고 파업까지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대한간호사협회도 "전공의들이 떠난 진료현장에 남은 건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악화와 업무부담 가중"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떠난 것은 윤리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의사들을 비판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등에 반대해 파업에 들어간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공의가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醫-政 '치킨게임' 멈춰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치킨게임을 멈추고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으로 병상은 포화상태인데 의사들의 파업으로 병원이 감염병 대응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면서 "의료 자원 한계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정당한지 의료계는 고민해야 하고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의료계와 정부가 파업사태를 풀기 위해 원점으로 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의료공백을 야기하는 건 의사단체와 정부 모두에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