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굶게 할 수 없잖아요" 무료 급식소 중단..탑골공원 몰리는 노인들 [한기자가 간다]

한승곤 2020. 8. 28. 1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 일부 무료 급식소 중단
급식 중단하자 탑골공원 급식소로 노인들 몰려
봉사자들 무더위·코로나·늘어난 노인들 '삼중고' 속에도 웃음
급식소서 코로나 나오면 노인들 갈 곳도 없어 '마스크 착용' 신신당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저분들 굶길 수는 없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검토 등 방역이 강화하면서 일부 무료 급식소들은 잠정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32년간 매일 천 명 이상에게 무료 급식을 했던 서울 동대문에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는 2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운영을 중단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노인들은 탑골공원에 있는 급식소로 몰리고 있다. 하루 평균 200여 명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원각사 무료 급식소'에는 봉사자들 설명에 따르면 현재 400여 명이 몰리고 있다.

급식을 담당하는 봉사활동자들은 무더운 여름에 수백 명에 달하는 노인들을 상대하면서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그야말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급식소 관계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수년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밀려오는 노인들에 대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밥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말할 순 없지 않으냐"라며 "굶길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봉사자들이 적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괜찮다"라고 짧게 답했다.

급식소 관계자는 노인들의 거리두기 미이행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스크 없는 노인들의 경우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면서 "봉사자들끼리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원각사 무료 급식소 내부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해 내부에서 배급하던 비빔밥은 외부에서 주먹밥 등을 배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급식소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급 방식도 변경했다. 그동안 급식소 내부에서 비빔밥 급식을 제공했다면 코로나19가 폭증하면서 지금은 급식소 밖에서 비닐봉지에 주먹밥과 요구르트를 담아 배급하고 있었다.

구청 관계자들 역시 현장에 나와 노인들의 거리두기를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었으며 감염 우려를 알 수 있는 열 체크 또한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노인들은 1m씩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점심 배부를 기다렸다.

급식소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급식소 관계자들이 모두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만일 여기서 코로나가 터지면 노인들이 정말 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로 봉사활동이 고되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다른 급식소에서 운영을 중단하면서 이곳에 평소 노인분들 200여 명이 오셨다면 지금 한 400여 명 정도 오신다. 그러나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은 그대로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봉사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노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유지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노인들 역시 이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급식소 앞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무료 급식을 오래 이용하고 있는데,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 상황이라 더 미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또 다른 60대 노인은 "급식도 급식이지만, 말벗도 해주고 우리(노인)들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급식소는 문을 닫았다고 하는데, 여기는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아직 중단 얘기는 없다. 이것도 고맙다"고 말했다.

급식소 인근을 지나가는 시민들 역시 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20대 대학생 김 모 씨는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면서 "무더운 여름에 고생이 많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늘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코로나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저분(봉사자)들을 보면 힘이 난다"면서 "코로나도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늘 지나가면서 정말 존경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감사하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소 한 봉사자는 코로나 확산이 취약계층의 끼니를 막을 수 있으니, 시민들의 방역수칙 이행을 당부했다.

관계자는 "급식소 주변에서 코로나가 나오면 그 일대는 급식소 중단을 물론 끼니를 이어가는 노인 등 취약계층이 배급을 받을 수 없다"면서 "힘들겠지만 마스크를 꼭 써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