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응에 더 반발..전공의 실타래 못풀면 막다른 골목(종합2보)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이형진 기자 2020. 8. 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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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립 복지부 차관 "업무개시명령 어긴 전공의 등 10여명 경찰 고발"
직권남용으로 맞선 최대집 의협회장..전공의들 진료현장 복귀에 촉각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단체 집단행동 대응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민헌 경찰청 차장, 김 보건복지부 차관, 고기영 법무부 차관./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이형진 기자 = 집단휴진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수도권 소재 수련기관 전공의·전임의 중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응급실 근무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집단휴진 상황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집단휴진은 전공의·전임의와 정부의 신경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휴진을 주도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진율은 27일 기준 8.9%에 그쳤다. 의료계 '제2차 집단휴진' 이틀째인 지난 27일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개소 중 2926개소(8.9%)가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집단휴진 첫째 날(26일) 10.8%에 비해 1.9%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반면 전공의들은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에 따르면 27일 낮 12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6000명 중 76%가 이미 사직서 작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화 무산되자 강경대응 선회…30개 수련병원 응급실 등 현장조사

당초 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정책 추진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의사단체와 대화를 시도했다. 코로나19가 안정된 후 의료계와 함께 다시 해당 정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공의 등 의사들이 진료현장을 떠나는 것을 심각한 위법 행위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집단휴진 열쇠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아닌 전공의와 전임의가 쥐고 있었다. 전공의들이 정부 제안을 거부하고 사직서 제출 등 강경 대응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의사협회도 오는 26일부터 3일간 집단휴진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는 미진한 반면 전공의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는 등 명령 하달을 회피하기 방법까지 공유하면서 조직적인 저항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행위가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강경 대응에 착수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법무부·경찰청 합동 특별브리핑에서 "26일 수도권 소재 수련기관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10명에 대해 경찰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6일 수도권 전공의·전임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바 있다. 복지부는 주요 30개 수련병원(비수도권 20개소, 수도권 10개소)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미복귀 전공의·전임의들을 대상으로 고발 조치에 들어갔다. 수도권 수련병원에 한정했던 업무개시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복지부, 장관-의료계 원로 간담회 이튿날 고발…수사당국, 휴대전화 끈 전공의에게 경고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 또는 각 시도지사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휴업해 환자 진료에 지장을 초래 혹은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며 면허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당초 복지부는 27일 고발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의료계 원로들 간담회 자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졌고 고발을 하루 연기했다. 이를 두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났지만, 결국 정부가 고발 카드를 꺼내면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복지부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전임의 358명에 대해 명령서 발부를 마쳤고, 80여명은 진료현장에 복귀했다. 이후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고발 필요성이 있는 응급실 근무 전공의 10명을 한정해 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수사당국도 전공의들이 휴대전화를 꺼두는 등 소위 '블랙아웃'을 통해 업무개시 명령 자체를 회피하는 것에 대해 처벌을 경고했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교사 내지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도 "보건당국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행위, 동료 의사의 업무복귀를 방해·제지하는 행위, 가짜뉴스를 퍼트려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 행위 등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정부 직권남용 고발·위헌여부 따질 것"…극적 합의 없으면 법원까지

최대집 의협 회장은 복지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대집 회장은 "자신이 감옥에 가겠다"며 의사 단체행동에 힘을 실어줬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럼에도 복지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하자 강력 반발했다. 최대집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이 전공의 전임의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여러 회원들과 상의해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보내 위헌법률 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최대집 회장은 "(정부의) 고발 조치는 완전히 잘못됐고 의사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일으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10명의 의사들이 아닌 자신을 고발해달라"고 주장했다.

집단휴진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가 전공의들을 이미 고발한 만큼 의협도 물러설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정부가 원칙대로 고발 방침을 유지하면, 의사단체도 어떤 형태로든 법원의 판결을 받는 쪽으로 강경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조치는 의사들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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