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언론이 집착한 '전광훈'..가짜뉴스엔 균형이 없다

정연우 2020.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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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세가 무섭습니다. 5개월 여 만에 하루 신규확진자 수가 다시 400명대에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언론은 전광훈 목사 등이 주최한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불러온 한 원인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부 언론은 정부의 방역 실패, 그 책임이 더 크다고 비난합니다. 정부가 방역을 느슨하게 하는 사이 코로나19가 재확산에 들어갔다는 논리입니다. 가능한 비판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재확산 조짐이 보이던 시기 임시공휴일을 지정했고, 외식 쿠폰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에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요? 저널리즘토크쇼J는 코로나19 재확산 과정에서 언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누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조명해왔는지 짚어봤습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한 달 사이 광화문 집회 광고 36회 게재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1일, 한 신문 모니터링 결과를 내놨습니다.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정부가 집회 참석자들의 코로나19 검사가 시급하다고 호소하던 시점입니다.

민언련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인 7월 15일부터 집회 당일 8월 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조사한 결과, 조선일보는 15개(7월 21일~8월 15일), 동아일보는 11개(7월 28일~8월 15일), 중앙일보는 10개(7월 28일~8월 14일)의 광화문 집회 관련 광고를 각각 실었습니다. 조·중·동 3개 신문만 한 달 사이 모두 36회 집회 광고를 실어준 겁니다.

기사가 아닌 광고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대규모 집회에 대한 광고를 실었다는 점은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심지어 8월 15일 집회 당일에는 지역에서 집회 참가를 목적으로 서울에 올라올 사람들을 위해 60개 지역 출발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담은 광고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J' 고정패널인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는 이에 대해 "광고 내용이 지역별 버스 시간표랑 담당자 안내처까지 기재한 것은 일종의 안내장 역할을 자임을 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뭔가 일말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집회를 주도하고 방역 지침마저 따르지 않는 전광훈, 누가 키웠나?

이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앞서 언급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입니다. 집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한 말을 볼까요?

"중국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 교회에다가 테러를 했습니다.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 모임에다가 갖다 부어 버렸습니다. 구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와서 나는 이렇게 멀쩡하게 생겼는데 나는 열도 안 올라요. 나는 병,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전광훈 목사를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구청에서) 통보를 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우리 교회가 시범을 보여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또 15일 동안 전원 집구석에만 처박혀있으라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받아들여야 되겠습니까?"

가짜뉴스입니다. 스스로 방역 수칙들을 준수하지 않아놓고도 누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랑제일교회에 보냈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이제는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말 그대로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각종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방역 방해 발언마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인물을 조명하고 키워온 것은 누구일까요? 스스로 활동해 온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를 조명하고, 그의 기사를 실어준 건 바로 언론이었습니다.

'J' 고정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조중동을 포함해서 전광훈을 투사로 만든 건 사실 언론"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전광훈 목사는) 굉장히 불순 집단 내지는 위험한 집단 정도였는데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대단한 정치적 투사처럼 됐다"며, "대한민국에서 믿을 수 있는 신문의 선임 기자와 인터뷰를 했고, 그 자체가 일종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광훈의 말을 그대로 퍼나르는 언론

전광훈 목사를 조명해 유명 인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언론은 지금도 전광훈 목사가 말하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받아 퍼 나르기 바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그의 이름을 빌리고 쌍따옴표를 붙여서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거나 "문 대통령과 주사들이 교회를 핍박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생산하는 식입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런 언론의 행태 때문에 가짜뉴스가 때로는 사실로 둔갑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증폭의 산소'라는 개념입니다. 유현재 교수는 "나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합리적이지 않다' 생각하지만 반복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게 되는 변곡점이 생긴다"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정보조차 독버섯처럼 빠르게 확산된다"고 설명합니다. 전광훈의 가짜뉴스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 쓸수록 이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고, 언론이 그 책임을 피하지 어렵다는 겁니다.

또 유 교수는 '전광훈 목사의 말을 전달하는 것 자체로 그의 말이 틀렸다는 점을 알리게 되는 측면이 있지 않느냐', 또 '다양한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짜뉴스엔 균형이 없다"며 잘못된 정보라면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도 전달해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은 이제 다시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며칠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강유정 교수는 "언론 역시 코로나에 있어서 방관자 혹은 심판자 내지는 관찰자가 아니라 주체여야 한다"며, "정말 원칙적으로 해야만 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이 주체로 한 발을 더 들여놓고 자기 스스로 좀 돌아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3회는 <언론이 집착한 '전광훈'…가짜뉴스엔 균형이 없다>라는 주제와 <한국기자협회 기자 대상 설문조사…조선일보 신뢰도·영향력 1위>라는 주제로 오는 30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정연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정연우 기자 (nfor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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