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영업 제한, 장사 접으란 말"..24시간 음식점들 '곡소리'

이가람 2020. 8.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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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설렁탕집. 24시간 운영하는 이곳은 30일 0시부터 시행하는 강화된 방역지침에 따라 야간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이가람 기자

“매출의 절반이 새벽에 나오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15년간 24시간 설렁탕집을 운영해온 백모(42)씨는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백씨의 가게는 올해 초에 비해 하루 평균 매출이 5분의 1토막이 났다. 백씨는 “그나마 밤늦게 일을 마치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간신히 버텨왔다”며 “당장 오늘부터 야간 장사를 접어야 하는데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24시간 음식점 직격탄 맞아

수도권 음식점 대상 핵심 방역수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0일부터 시행하는 정부의 강화된 방역지침에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현행 2단계에서 30일 0시부터 2.5단계 수준으로 격상한다. 지난 16일부터 시행한 2단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방역지침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강화된 조치에 따라 수도권 내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등은 오후 9시 이후 매장 내 식사가 금지된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24시간 영업을 해오던 자영업자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24시간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애초에 포장 손님은 없을 뿐더러 배달 수요가 많지 않은 음식이라 배달 서비스도 등록하지 않았다”며 “찾아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이 귀한 마당에 야간에는 손님을 받지 말라고 하니 장사를 접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야간영업이 금지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매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어 상당히 치명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제한 이어지면 어쩌나”
자영업자들은 “강화된 조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른바 ‘거리두기 2.5단계’는 다음달 8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조치가 연장되거나 강화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확산세를 잡지 못한다면 3단계 거리두기라는 마지막 수단밖에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포차를 운영 중인 김모(58)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 지침에 따라 ‘일주일만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고통을 감내할 생각”이라며 “다만 일주일 뒤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영업 제한이 지속된다면 가게 문을 영영 닫아야 할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영업에 제한을 받는 수도권 내 시설은 47만여개에 달한다.


“정부가 세금 감면, 임대료 인하 유도해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일부터 15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다음 주에 확진자 수가 최대 2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8일 “지금 유행상황을 바로 통제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해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고 사회 필수기능이 마비되거나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지침에 따르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료를 비롯해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고정비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세금 감면이나 임대료 인하 등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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