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설계 중' 한전공대, 개교 일정 삐걱..특별법 대두
1단계 건축설계 내년 초께 완성..연내 착공 물 건너가
공기단축 위한 '설계·시공' 동시 진행, 국건위에서 '제동'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출발해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포함돼 추진 중인 한전공과대학의 2022년 3월 개교 목표 달성이 각종 심의와 규제, 더딘 진행 속도 탓에 삐걱거리고 있다.
한전공대는 교육부의 학교법인 설립 허가에 이어 '대학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선 개교 12개월 전 시점인 내년 3월까지는 반드시 '2만㎡이상'의 필수 면적을 갖춘 '교사(캠퍼스)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속도로는 개교에 필요한 필수 교사 면적이 포함된 '1단계 캠퍼스'를 목표 기간까지 준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퇴임 전까지 계획한 한전공대 개교 일정이 목표에 맞추려면 각종 규제·심의 과정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한전공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전 '내년 초께 1단계 설계 완료' 기한 내 준공 불가…임대교사 제안
한전은 지난 4월 '캠퍼스 종합계획(마스터 플랜)과 1단계 건축' 설계 공모 마감을 통해 디에이그룹의 출품작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캠퍼스 건축물 디자인 콘셉트인 '에너지셀'의 형상이 딱딱하고 공간 간 소통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 3개월 간의 디자인 수정기간을 거쳐 지난 7월에야 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나주혁신도시에 들어설 한전공대 캠퍼스의 전체 시설을 포함한 마스터플랜 부지 면적은 38만4083㎡에 연면적은 24만501㎡이다.
당장 2022년 3월 부분 개교를 목표로 마스터플랜에 맞춰 진행될 '1단계 시설 건축설계'는 연면적 3만17㎡로 대학본부와 강의동, 데이터센터, 관리시설, 식당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설계 속도로는 내년 상반기께나 1단계 설계가 완료될 예정이어서 곧바로 착공을 해도 건축기간 만 31개월이 소요돼 목표한 개교 일정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한전은 개교의 필수 조건인 '개교 1년(2021년 3월) 전까지 교사 면적 2만㎡ 확보'를 위해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나주시 왕곡면의 혁신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1만7천㎡)'를 임대교사로 활용하는 안을 전남도와 나주시 등에 제안했다.
부족한 교사는 나주혁신도시 내 한전공대 캠퍼스 본부지에 3000㎡이상 규모의 건물을 지으면 개교를 위해 필요한 최소 교사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선 대학의 본부지가 아닌 곳에 확보한 임대교사는 개교에 필요한 최소 교사 면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건축물 사용승인서를 받을 수 없는 '임대교사 활용 아이디어'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임대교사 활용 좌절되자 떠오른 '모듈형 캠퍼스'…전남도vs한전 이견
임대교사 활용 방안이 관련법 규정 때문에 사실상 좌절되자 전남도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공기 단축을 위해 호텔건축에 적용한 '모듈형 건축' 기법을 활용해 최소면적의 학사를 한전공대 '본부지'에 확보하자는 제안을 한전 측에 했다.
전남도는 모듈형 건축기법과 설계·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방식을 적용하면 개교 예정일 전까지 교육부 허가 조건을 충족하는 필수 교사를 확보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공식 의견도 있다.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는 한전공대 개교까지의 일정이 촉박함을 감안해 설계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1단계 캠퍼스(3만1000㎡) 중 개교에 필요한 최소면적(2만㎡)만 따로 떼어 설계·시공을 하면 '부분 준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남도에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안으로 떠오른 모듈형 건축기법은 한전이 지난해 교육부에 학교법인설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빠듯한 개교 목표 일정 달성을 위해 먼저 제안했던 안이다. 당시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전은 세계 최고의 에너지대학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전공대 캠퍼스 건축물은 글로벌 유수 대학과 비교해 손색이 없어야 하고, 뚜렷한 건학 이념 등이 담겨야 한다는 점 등에서 조립형태의 모듈형으론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모듈형 건축'은 건물 완공에 필요한 여러 부분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와 조립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 모듈을 제때 공급 받기 어렵다는 점도 한 이유로 들고 있다.
◇설계·시공 동시 진행 '턴키방식' 적용…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제동'
1단계 캠퍼스 건축 면적(3만1000㎡)에서 개교에 필요한 최소면적(2만㎡)만 따로 떼어 설계하고 모듈형 건축공법을 적용해 설계와 동시에 시공하는 이른바 '턴키방식'도입도 심의에 발목이 잡혀 실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는 학교법인 한전공대에 캠퍼스 건축사업 자료를 요구해 심의를 했다.
당시 국건위는 심의 의견을 통해 '설계·시공을 같이하는 턴키공법은 설계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적용하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국건위의 이러한 의견은 전남도에 1단계 캠퍼스 건축방안을 자문해 준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의 의견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각에선 '강제성이 없는 심의 의견에 한전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고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2022년 3월 개교 실현 각종 장애물…특별법 제정 통해 극복
한전공대 개교를 위한 필수 절차인 대학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선 예정된 개교일로부터 12개월 전까지는 '최소 면적 2만㎡'이상의 교사(캠퍼스) 확보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더딘 건축설계 속도 때문에 부분개교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으로 '임대교사'를 추진 중이지만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의 한 주인공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국회의원은 각종 규제와 심의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목표한 개교 일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의원 입법 발의를 통해 '한전공대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신 의원은 특별법안에 재정 확보와 예산지원, 학교 자율운영은 물론 2022년 개교를 뒷받침할 특례 규정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러한 특별법 제정은 현행 사립학교법을 적용할 경우 한전공대는 2022년 완전 개교가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앞서 한전이 정부에 보고한 기본계획에도 한전공대는 2022년 부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각종 인·허가 조건과 공사기간이 빠듯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전도 특별법에 의한 캠퍼스 건축물 준공과 학생 모집 등에 관한 특례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학교법인 한전공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국가균형위 주관으로 열린 대학설립 기본계획 의결 회의에서도 짧은 공기를 감안해 건물사용승인서 제출시기 조정과 임대방식의 교사를 활용한 개교승인을 정부 부처에 건의했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c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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