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창궐에도 '현장 예배'만 예배?.."성경에 근거 없다"

양정우 입력 2020. 8. 30. 14:32 수정 2020. 8.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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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예배' 조치 논란 거듭.."하나님 만나는 건 어차피 비대면" 지적
"믿지 않는 사람 이익도 중요..방역지침 따르는게 '공동선'"
굳게 닫힌 광주 성림침례교회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지난 27일 오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가 폐쇄 조치돼 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30명이 넘는 교인이 감염됐다. 2020.8.27 iny@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방역당국의 '비대면 예배'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 18일 자정을 기점으로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수도권 교회에서 정규 예배를 올릴 때 비대면 방식만 허용했다. 부산, 대전, 광주, 충남도 등 일부 지자체도 행정명령을 통해 교회 내 대면 예배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 교회에서는 정규 예배 때 온라인 예배 제작 필수인력만 20명 이내 범위에서 교회에 입장할 수 있다.

정부는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19 재확산 상황을 수습하고자 강화된 방역 조치를 내놨으나, 교계 일각의 반발은 강경하다.

교계에서 보수 색채,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쪽에서는 '종교 자유 침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과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지킨 예배는 교회의 본질이자 생명과 같은 것인데 이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종교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성당 미사나 불교 법회는 수도권 지역이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해 허용하면서 유독 교회의 현장 예배만 문제 삼느냐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배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교계에서는 반발을 실행에 옮긴 듯 지난주 일요일인 23일 전국적으로 2천곳에 가까운 교회가 현장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반대로 개신교인이 아니거나 종교와 거리를 둔 이들 사이에서는 전염병 창궐 상황에 굳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려는 이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터뜨린다. 일시 온라인으로 방식만 전환하는 게 큰 문제가 되느냐며 의문스러워한다. 이런 주장은 현장 예배와 관련한 기사 댓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주장 사이로는 교회가 교인 헌금에 집착해 현장 예배를 강행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교회 헌금에 손대는 파렴치한 목회자에 근거한 비난으로 볼 수 있겠으나 모든 교회를 향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적절하다.

끊임없는 논란을 낳는 현장 예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교계 일각에서 외치는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교회당 안에서만 올려야 하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 교계 신학자 "'대면예배'만 올리라는 성경 근거 없어"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근주 교수는 30일 "성경에서 대면으로 예배를 보라는 근거는 없다"고 단언하며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어차피 '비대면'"이라고 했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서울=연합뉴스) 기독연구원 느헤미아의 김근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성경에서 대면으로 예배를 보라는 근거는 없다"며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어차피 '비대면'"이라고 했다. 2020.8.30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약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전하며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기독교인들은 그간 하나님을 비대면으로 만나오지 않았느냐. 하나님을 (교회에서) 대면하느냐 비대면 하냐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함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과 만나서 하느냐, 아니면 온라인으로 하느냐의 문제인데 같이 옆에 앉아서 노래도 드리고 하면 최고겠으나, 성경에 근거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염병 상황인데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대면을 고집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고도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사도 바울이 멀리 떨어져 있는 교회, 신도들에게 편지를 보냈듯이 지금은 떨어진 채로 카톡이나 이메일로 서로를 격려하고, 고립되지 않도록 모색해야 할 때"라며 "(교회에서) 공동체는 정말 중요하나 만나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못 만나는 상황에서라도 공동체성을 유지하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교계 석학으로 평가받는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도 "'대면 예배'만 예배라는 주장은 성경 안에 근거가 없고, 전통도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손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이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홈페이지에 쓴 '전광훈 사태와 한국교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예수님은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다가 형제의 원망을 들을 일이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화해한 다음에 와서 제물을 드리라'고 하셨다. 하물며 이웃의 생명이 조금이라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훨씬 더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하나님은 사람의 생명을 천하보다 더 귀하게 여기신다. 대면 예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희생된다면,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살인죄를 짓는 잘못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성만 있으면 비대면 예배도 얼마든지 하나님이 받으신다. 이미 대부분의 교회는 비대면으로 예배한다"면서 "일각에서는 헌금 때문에 대면 예배를 고집한다고 비아냥거리는데 한국 교회가 받을 수 있는 최대의 모독이다.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방역지침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공동선"

개신교와 가까운 이웃 종교인 천주교는 개신교회의 현장 예배로 볼 수 있는 '공동체 미사'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최근 수도권 교회에 내려진 것처럼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성당에서 봉헌하는 미사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코로나 19' 집단 감염 상황에 따라 교구 별, 본당 별로 미사를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성당에서 참여하지 못하는 미사는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다.

명동성당 '미사 중단'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지난 3월 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해 10일까지 미사를 중단한다. 2020.3.8 uwg806@yna.co.kr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는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빠져나와 시내산에 처음 모인 것이 교회의 시작"이라며 "'안식일을 기억하고 거룩하게 지키라'는 모세의 십계명에 따라 안식일이 됐고, 이후 법령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일요일이 주일이 돼 공식적으로 모여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적인 전례이다 보니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전체가 공적으로 모이는 형태가 예배나 미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신부는 "주일 의무는 의무로 지켜야 하나 특정한 상황에서 이런 종교의 의무가 공동선(共同善)과 관련됐을 경우에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이익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국가의 (방역)지침을 따라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종교의 신앙 의무도 중요하나 종교가 다르거나, 믿지 않는 사람의 이익도 중요하다"며 "이것이 상충하면 결국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국가의 (방역)지침을 따르는 게 공동선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마 교황청에서는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 나라 천주교회에 국가의 방역지침을 따르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각 나라의 주교 회의에서도 이런 교황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안 신부는 전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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