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한명이라도 피해 입으면 집단휴진" 의대 교수까지 화났다

이대혁 2020. 8.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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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집단휴업을 둘러싼 의ㆍ정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의료현장을 책임지는 의대 교수들마저 후배 의사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며 진료거부와 휴진참여 카드를 내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6일 고려대 의대교수들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비대면진료 도입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집단휴업 지지성명은 28일 정부의 전공의 10명에 대한 고발조치가 기폭제가 돼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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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의대 포함 20여개대 교수 성명 발표
복지부의 전공의 고발 조치에 '들불'
정부 " 믿음 저버리는 경우 역할 할 수밖에"
서울대병원의 한 전공의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들의 집단휴업을 둘러싼 의ㆍ정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의료현장을 책임지는 의대 교수들마저 후배 의사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며 진료거부와 휴진참여 카드를 내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일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20여 의과대학과 아산병원, 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고려대 의대교수들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비대면진료 도입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비판하면서 시작된 집단휴업 지지성명은 28일 정부의 전공의 10명에 대한 고발조치가 기폭제가 돼 잇따르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내놓은 지지성명은 집단휴업에 참여한 제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과 함께 정부의 정책이 의료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원점에서 재논의하라는 게 핵심이다. 특히 연세대, 한양대 등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이 고발조치된 의대들의 반발이 거셌다. 연세대 의대는 28일 유대현 학장 명의의 서신을 통해 ‘전공의 10명에 대한 고발조치’에 대해 “사태 해결을 위한 우리 교수들이 신중하고 절제된 최소한의 요구도 무시한 채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제 저희 교수들은 더 이상 복지부의 이러한 횡포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및 코로나 관련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의 축소, 단계적 파업, 교수사직서 제출 등의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의대도 같은 날 “복지부가 고발조치한 전공의 10명 중에는 중증 코로나 응급환자 진료 과정에서 확진자에 노출돼 자가 격리 후 복귀하자마자 고발당한 한양대병원 전공의가 포함됐다”며 “그간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의료계의 노력에 대해 보내왔던 감사는 공허한 말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 제자들인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조치가 가해질 경우 우리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휴진을 지지하고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그간 의료계에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 정부의 정책추진과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던 점을 들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휴진 지속과 의대교수들의 지지성명을 비판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전공의 등의 집단휴진은 환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불의한 행동이며 부도덕한 의도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의사라는 면허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신실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사회적 계약으로 주어지는 독점적인 권한”이라며 “이를 위협하는 집단행동에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의 피해 발생 시 진료거부에 동참하겠다는 의대교수들의 성명에도 손 대변인은 “진료거부에 따른 환자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왜 전공의들은 고용이나 신분상의 어떠한 피해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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