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음모"..베를린판 '광화문 집회'

이윤정 기자 2020. 8. 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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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방역 지침에 반대
극우세력·온라인 음모론자
3만8000명 모여 대규모 시위

[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독일 정부의 방역 방침을 반대하는 3만8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 운집해 있다. 베를린 | EPA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태극기부대’ 집회와 ‘닮은꼴’ 시위가 독일에서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 방침을 반대하는 3만8000명 규모의 시위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고 슈피겔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시위대는 “노 마스크” “코로나19는 음모” “백신 반대” 등을 외치면서 베를린 의회당 진입까지 시도했다. 30일 독일 정부는 “의회 건물은 민주주의 상징”이라면서 “시위대의 진입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독일 전역에서 모여든 시위대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독일 헌법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상점,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최소 50유로(약 7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연말까지 대규모 행사도 금지됐다. 코로나19 유행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14일간 자가격리 지침을 지켜야 한다.

시위 현장에서 거리 두기 등 방역지침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마스크를 쓴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보였다. 시위대들은 “정부로부터 기본적 자유를 지켜야 한다” “독일 제국의 부흥” “우리가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네오나치’로 불리는 옛 제국주의 시대 독일 국기를 흔들었다. 독일 국가도 흘러나왔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베를린 의회당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300여명이 체포됐다. 시위는 ‘수평적사고(Querdenken)711’이란 단체가 주관했다.

도이체벨레는 이번 시위를 “극우와 ‘큐어넌’(QAnon)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큐어넌은 익명을 뜻하는 단어(anonymous) 앞에 미국 에너지부 최고기밀등급인 큐(Q)를 붙인 조어로, ‘온라인 음모론자’를 말한다. 온라인 음모론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이 인구 조절에 나서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베를린 시위가 극우 태극기세력의 ‘광화문 집회’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의 주장이 “코로나 확산은 정치적 음모”라는 한국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독일을위한대안당(AfD)’ 등 극우정당이 시위대와 결합해 정치적 세력을 키우려는 것도, 미래통합당에서 밀려난 일부 정치인들이 태극기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태를 연상시킨다.

앞서 베를린 시당국은 ‘수평적사고711’이 신고한 집회에 대해 감염 확산 우려를 이유로 금지했다. 그러나 베를린 행정법원은 시위 전날 당국의 결정을 뒤집고 일정한 방역수칙 아래 집회를 열도록 허가했다. 재판부는 집회 주최 측이 연설 무대 앞에 장애물을 만들고, 참가자들이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상기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제시한 방역 조건에 마스크 착용은 들어가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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