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 사망 1년..여전한 곰팡이 휴게실

박민경 2020. 8. 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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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창문도 없는 비좁은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던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 기억하시는지요.

그 뒤로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 공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휴게 공간은 좀 나아졌을까요?

박민경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 2층 계단 아래, 창고처럼 쓰이는 실습실 바로 옆에 청소노동자 남자 휴게실이 있습니다.

실습실 앞이다 보니 페인트나 접착제 냄새가 심하지만 환풍기는커녕 창문조차 없습니다.

눅눅한 습기도 고역입니다.

["항상 축축해요."]

매년 여름이면 벽이며 옷장에 곰팡이가 핍니다.

올해도 옷장에 걸어둔 작업복이 곰팡이로 엉망이 됐습니다.

이번에는 여자휴게실, 출입구 높이가 140cm밖에 되지 않아 똑바로 서서 다닐 수도 없습니다.

부상을 막기 위해 낮은 문 위쪽에 스티로폼을 덧대어 놨지만 오갈 때마다 자주 부딪치다 보니 붙여놓은 스티로폼이 모두 떨어져 나갔습니다.

학교에 환경 개선을 요구할 때마다 늘 공간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오종익/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분회장 : "공간이 없으면 곰팡이 안 피게끔 그런 장치라도 해주고…. 항상 우리는 맨 나중, 맨 밑이구나…."]

1년 전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졌던 서울대는 어떨까?

쾌적한 카페에서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곰팡이 냄새 나는 축축한 골방이 나옵니다.

창문도 환풍기도 없는 좁은 곳. 성인 2명이 문을 닫은 채 지냅니다.

매점과 카페 노동자들은 이런 공간에서 쉬고 있습니다.

[서울대 구내 카페 노동자 : "퇴근할 때 되면 (옷에서) 거의 입을 수 없을 정도로 지하 창고 냄새랑 곰팡이 냄새 이런게 같이 섞여서…."]

식당 조리원들은 배식 시간이 아니면 에어컨을 켜는 게 늘 눈치가 보여 그냥 무더위와 싸우고 있습니다.

[양진영/비정규직 없는 서울대학교 만들기 공동행동 학생대표 : "서울대의 일상을 책임지는 모든 노동자들은 서울대의 구성원이며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노동환경은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서울대는 사망 사고가 났던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은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카페와 식당, 매점 직원들은 별도 법인인 생활협동조합 소속이어서 대학 측이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영상편집:신비오

박민경 기자 (pm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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