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교회가 했는데.." 1000만 시민 멈춤 주간, 교회 비판 여론 격화

김가연 2020. 8. 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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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2.5단계·천만시민멈춤주간..교회 비판 여론 확산
시민들 "교회가 일상생활 다 망쳤다" 분통
전문가 "교회 비판 여론, 불안 심리 작용..책임전가하려는 행동"
지난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폐쇄 조치가 내려진 서울 노원구 빛가온교회 출입문에 시설 폐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피해는 왜 제가 봐야 하죠?", "교회 때문에 일상 뺏긴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교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이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 일부 교회서 행정명령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등 교회발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일부 교인들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문가는 편 가르기, 책임 전가를 통해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불안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에도 코로나19 확산 차단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30일부터 강화된 수준의 2.5단계 거리두기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16일 수도권에 2단계를 우선 적용한 뒤, 지난 23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바 있다.

서울시도 내달 6일까지를 '천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정하고, 시민들에 거리두기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30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당장 오늘부터 1주일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생활방역에 철저를 기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지금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확산세를 꺾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기약 없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조금만 더 인내하고 방역 조치에 적극 참여해주시길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일부 교인들의 행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상 포기'를 권고하며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여전히 방역 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지역교회 12곳이 집합 예배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는 12곳의 고의성 여부와 참석 인원 등을 조사해 고발 조치하고,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치료·검사 비용 등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날 부산 지역 교회 42곳도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곳은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교회로 파악됐다. 시는 나머지 34곳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임영문 부산기독교총연합회장은 이날 자신이 목사로 있는 부산진구 평화교회 앞에서 오전 예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며 "초법적 정부가 공산사회에서 하는 일을 하는데, 정부는 국민과 교회를 이간할 게 아니라 화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잘못은 교회가 했는데 피해는 시민들이 다 입는다", "교회가 혐오 시설 같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교인들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은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박 모(23) 씨는 "코로나19가 전염병이니까 아무도 비난하고 싶지 않았는데, 교회 때문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게 벌써 몇 번째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씨는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도 해고됐고, 정상적으로 수업도 들을 수 없다. 취업 준비의 목적으로 계획했던 시험 일정들도 다 엉망이 됐다"며 "대체 예배를 집에서 드리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까지 다 망쳐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재택근무 중이라는 직장인 김 모(30) 씨도 "교인들은 대면 예배 규제가 교회 탄압이라고 하던데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자신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생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피해준 사람들은 저렇게 자신의 일상을 살고 있는데, 정작 아무것도 안 한 제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인들의 방역수칙 위반에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는 그 배경에 코로나19 확산 불안 심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1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하므로 불안 심리가 많이 작동하고 있다"며 "불안의 원인이 대항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편 가르기를 하고 비난을 하면서 '내 집단, 내가 원인이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가지게 된다"며 "(교회 등) 어느 정도 빌미를 준 조직에 대해 과잉 일반화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48명 늘어 누적 1만9947명으로 집계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수는 1035명으로 늘었으며,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369명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영등포구 큰권능교회 관련(17명), 동작구 서울신학교 관련(22명), 경기 평택시 서해로교회 관련(10명) 등 종교시설 관련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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