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밥그릇' 분쟁, 그 이면의 지방 대형병원 만성 적자 구조

김상현·이진성 세종본부 기자 2020. 8. 31.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수익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대형병원, 대부분 의료 외 수익으로 보충
복지부, 지역 의료인 확충으로 지역 의료기관 선호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시사저널=김상현·이진성 세종본부 기자)

정부와 의료계의 날 선 대립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의 심신에 더한 피곤함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추진 등과 관련해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양측 입장이 크게 갈린다. 의사협 등은 현재 국내 의사 수는 적지만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상위권임을 내세우고 있다. 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전문의 진료 및 상급병원 의료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태도가 견고하다. 오히려 "고질적인 저수가에 맞물린 의사 고용 부족과 서울 선호 현상, 빈약한 공공의료 등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수익이 보장되는 성형외과 등에 의사 지망생이 몰리는 이유도 같은 결로 봤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 궐기대회가 8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렸다. ⓒ박정훈 기자

이에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되는 중이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 OECD 평균에 맞추기 위해서는 현 10만 명인 활동 의사 숫자를 16만 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증원한 의사 인력을 활용해 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은 대부분 이번 분쟁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에 아산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까지 가세했다. 박 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자기들이 오기 싫어하는 시골에 10년 의무복무할 의대생을 정원외 10% 더 뽑겠다는데 왜 반대까지 하고 심지어 환자를  버리고 파업까지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난 월 500~600만원 정도만 마나님께 가져다주고 매년 20억원 이상은 병원에 재투자해야 겨우 병원 생존을 유지하는데"라며 병원 경영의 어려움도 함께 이야기했다.

정상적인 의료 수익만으로는 적자 면하기 어려워

병원들의 수익 구조를 보면 '밥그릇' 이야기가 나올만 하다. 실제 충남대학교병원의 사례를 보니 실제로 수년간 의료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적자가 심각했다. 그나마 부족한 금액은 의료 외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한 병원 관계자는 "의약계의 리베이트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의료 외 수익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충남대학교병원의 의료 외 수익은 의생명 연구, 부대시설 운영, 금융이자, 유형자산 처분이익, 기부금, 잡이익 등의 항목이 있다. 

충남대학교병원의 의료 및 의료 외 손익 비교표 ⓒ시사저널

이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인해 인건비가 2014년에 비해 80% 가량 증액됐다"라며 "그 외 여러 가지 이유로 앞으로 의료비용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의료수익이 매년 증가하면서 2016년 큰 적자를 기록한 이후 점차 순익을 회복해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2019년 다시 적자 상태로 돌아섰다.

지방 거주자들의 수도권 병원 선호도도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2018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광역시들도 다른 지역 병원으로 많은 수의 환자를 유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대 광역시 중 부산은 17.5%, 인천 16.6%, 울산 14.4%, 광주 10.3%, 대구 10.2%의 환자가 외지로 빠져나갔다. 종합병원이 10개나 있는 대전도 7.4%의 타 지역 환자 유출률을 보인다.

대전시의 경우 환자들의 역외 유출은 심한 편이 아니지만, 수도권 의존율이 높은 건 또 다른 골칫거리다. 서울 의료기관에 유입되는 타 지역 환자 중 35.6%가 대전 환자일 정도다. 지역 의료계는 2024년 개통할 서울-세종고속도로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좀 더 심각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병원의 수익구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의견은 어떨까? 보건복지부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수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국민 부담이 심하게 증가하는 문제로 현실적인 대책은 아니다"면서 "다만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같은 지역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지역 의료기관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