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거리두기, '배달료 인상' 도화선 되나.. 음식점주·소비자 부담 커져

심민관 기자 2020. 9. 1.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배달수수료까지 오른다니 걱정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지난 29일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수수료를 기존 수준에서 500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뒤 불과 하루가 지나서였다.

박모 사장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수수료를 인상할 줄은 몰랐다"며 "인상분만큼 치킨 가격에 포함시키거나 소비자 부담 배달료를 올려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지면 타업소들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결국 가게 주인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돼 갑자기 배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배달료가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이 길어질수록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주들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정책에 따르면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8일간 수도권의 음식점과 제과점은 밤 9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고, 이후 시간에는 포장과 배달만 해야 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실내 취식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31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배달대행 서비스업체인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지난 30일 배달수수료를 한시적으로 건당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가맹점들에 발송했다. 해당 공문에는 "이미 대부분의 배달대행사는 건당 1000원 이상 배송료 인상을 했고 외곽지역(다른구)은 2000원까지 할증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도권 내 다른 배달대행 업체들도 수수료 인상에 나섰거나 추가 인상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대행 업체들이 앞다퉈 수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내놓은 정부 정책이 배달주문 증가를 유도하고 있어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 종사자 수는 한정돼 있는데, 배달수요가 이를 월등히 초과하면 업체간 수수료 경쟁이 사라지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1만5000원짜리 음식 하나를 배달하면서 보통은 배달수수료를 2500원을 받았는데 최근 4000원까지 올린 곳도 있다"고 했다.

배달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코로나 재확산과 장마 등이 겹치면서 배달이 폭증, 업체들이 배달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실제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의 경우 최근 라이더 약 5000명을 신규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기존에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지 않았던 음식점과 카페들은 배달서비스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들 음식점과 카페 중에서는 배달업체에 신규 가맹계약 신청이 급증하면서 당장 배달 서비스를 받지도 못하고 대기자 명단에만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송파구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장모 사장은 "지난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발표로 배달대행업체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배달업체를 못 구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존에 배달주문을 받지 않다가 정부의 이번 조치로 배달업체와 계약을 맺으려는 곳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생긴 현상 같다"며 "매출 감소 우려 때문에 업체 측에서 수수료를 비싸게 불러도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다른 커피 전문점 사장은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은 대기자가 너무 많고, 당장 배달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다는 곳은 수수료가 비싸 고민"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심해질수록 배달업체가 다소 불리한 수수료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3단계로 격상되면 배달과 포장주문 쪽으로 매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배달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고강도 거리두기 정책을 내놓기 전 배달료 인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배달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고강도 방역 정책에 앞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 미칠 경제적 영향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아쉽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